"스스로 통치하려는 마음을 갖지 않을 때, 그에 대한 최대의 벌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한테 통치를 당하는 것이다" - 플라톤 -
전문직(profession)은 그들만의 특별한 지식과 테크닉을 교육받고 윤리강령(Ethic Code)을 지키고 있다. 의사·성직자·법률가 등이 대표적인 전문직이다.
사회는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독점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이들이 스스로 자율 규제(self- regulation)할 능력이 있고, 그들의 전문성이 사회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일종의 암묵적인 사회계약이다.
의사에게는 면허라는 독점적인 의료행위를 인정해주고, 법조인들에게는 판결권과 변호사자격을, 성직자들에게는 성직자의 신분을 인정한다.
만일 의사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하게 되면 무면허 행위로 처벌을 받게 되고, 변호사자격이 없는 자가 변호행위를 하게 되면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성직자의 경우 법으로 정해 놓지는 않았지만 높은 도덕 기준을 가진 각 종교의 자치(自治) 헌법 등에 의해 엄격히 관리한다.
만약 이들 전문직이 사회로부터 인정받은 자율규제를 잘 지키지 못하거나 사회에 피해를 주게 될 때 사회는 여러 가지 법률과 규정을 만들어 타율로 전문직의 권한을 감시하고 규제하려고 한다. 타율에 의해 지배받는다는 것은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가장 참기 어려운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
고대 그리스시대에는 의사를 스스로 통제(Self- regulation) 할 능력을 갖춘 자라고 했다. 플라톤은 <국가·政體>에서 "스스로 통치하려는 마음을 갖지 않을 때, 그에 대한 최대의 벌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한테 통치를 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이 말은 전문직에 해당되는 말로 들린다.
어떤 행위에 관한 판단은 합리적이고 정의롭고 합당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전문가집단이 자율규제를 하려면 이에 합당한 윤리적 기준이 있어야 한다. 전문가집단은 이러한 것들을 윤리강령으로 정하고 지켜간다.
하지만 윤리강령은 선언적인 큰 뼈대를 의미하기에 구체적으로 어떤 것은 해도 되고, 어떤 것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 실제로 명문화된 규범이나 수칙이 필요하다. 윤리강령이 가진 의미와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만든 것이 Code of Conduct(COC)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행위수칙(行爲守則)이라고 번역하고 일본은 행동규범(行動規範)이라고 번역했다. 행위수칙·행동규범·행동규약 어느 것을 사용해도 될 것 같다. 한자어의 의미를 살린다면 행위수칙이 나아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윤리위원회에서 회원 징계를 결정할 때 명확한 기준이 되어 불필요한 시비를 줄이고, 대외적으로 전문가집단에 대한 신뢰는 높아질 것이다.
미국(AMA)은 의료윤리원칙(Principles of Medical Ethics)과 윤리-법사 평위원회의 의견(Opinions of the Council on Ethical and Judicial Affairs) 해석(Annotations) 등에 의사들의 행위수칙을 정해 놓았다. 캐나다(CMA)는 Code of Ethics와 CanMed에 기준을 정해 놓고 있다.
영국 General Medical Council(GMC)은 Good Medical Practice를, 독일은 German Medical Assembly Professional Code for Physicians in Germany를, 프랑스 Ordre National Des Medecins는 French Code of Medical Ethics 등의 기준이 있다. 이 기준은 비윤리적인 의료행위(Unprofessional behavior)를 한 동료들을 판단하고 징계하는 기준으로 활용한다.
나라마다 문화와 의료제도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각 기준이 내포하고 있는 의료의 가치와 전문가 정신은 같다. 의료행위와 전문가로서의 언행에 의학 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을 잘 반영해 의학과 의료의 수준을 유지한다.
대한의사협회가 자율징계권을 요구하고 있다. 자율규제권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율권을 행사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명문화된 규정은 내부적 합의나 외부적 정당성을 확보에 꼭 필요한 작업이다. 의협은 2017년 의사윤리강령과 윤리지침을 개정했다. 4년이 지났다. 후속 작업으로 여러 나라 자료와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는 기준(Code of Conduct·行爲守則) 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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