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조직법 개정안 발의..."기증자 턱없이 부족, 이식대기 8년"
"부족한 각막 외국서 수입하는 실정...각막 기증 활성화 기대"
현재 장기로 규정된 '각막'을 인체조직으로 규정해 기증률을 높이는 방안이 추진돼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9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인체조직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인체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하 장기이식법)'상 장기로 규정된 각막을 인체조직법상 인체조직으로 규정해 전문적 구득이 가능하도록 하고,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해 환자의 고통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인재근 의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각막 이식대기자는 2300명인 반면, 같은 해 각막을 기증한 사람은 173명(뇌사기증 144명, 사후기증 29명)이며, 이를 통해 진행된 각막 이식수술은 총 287건(뇌사기증 235건, 사후기증 52건)이다.
각막 이식대기자에 비해 각막 기증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평균 이식대기기간도 약 8년(2019년 기준 2939일)에 달한다.
이에 따라 많은 환자들은 하염없이 시각장애의 불편을 감수하거나 해외에서 비싼 값에 각막을 수입해 수술을 받고 있는 상황.
우리나라는 장기이식법에 따라 각막을 포함하는 안구를 장기로 분류하고 있는데, 각막은 일반적인 장기와는 다른 특성을 갖는다는 것이 인 의원의 주장. 뇌사자의 사망 전에만 적출할 수 있는 다른 장기와 달리 각막은 기증자 사후에도 적출할 수 있고, 보존액을 이용해 최대 2주까지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각막에는 혈관이 분포돼 있지 않고 여러 층의 세포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인체조직의 특징을 보이며, 실제로 미국·영국·EU 등에서는 각막을 인체조직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인 의원은 "장기이식법에 따라 장기로 분류된 안구는 이식의료기관을 통해서만 적출할 수 있는데, 안구를 적출할 수 있는 의사가 없거나 의사의 출동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기증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면서 "각막을 인체조직으로 분류해 조직은행을 통한 각막 채취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전제했다.
이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매년 부족한 각막을 미국, 필리핀 등에서 1개당 300만원에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에만 약 600건의 각막 수입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개정안을 통해 상당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각막 이식수술에 변화가 생기길 바란다. 궁극적으로는 각막 기증이 활성화돼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대기기간과 심리적 어려움을 줄일 수 있길 기대한다"고 개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