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앞서 보존적 치료...외과의사 형사처벌?

수술 앞서 보존적 치료...외과의사 형사처벌?

  •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1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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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지연 악결과 책임 의사에게 전가...수술 먼저? '방어진료' 우려
의료계 "유착으로 인한 폐색...수술 치료 앞서 보존적 치료 우선"
임상 현장 환경 고려해 수술 여부·시기 등 주치의 결정

<span class='searchWord'>현두륜</span>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소장 폐색환자에게 수술을 늦게 한 외과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상죄를 인정,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했다.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A씨(사고 당시 54세 여성)는 6개월 전에 난소 종양으로 인한 개복수술을 받은 과거력이 있다. 2017년 11월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B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첫날 A씨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으나, 이후 수면을 취할 수 있을 정도로 통증은 가라앉았고, 내과를 거쳐 외과로 전과 됐다.

C 외과장은 장 폐색을 의심하기는 했지만, 통증이 호전됐고, 6개월 전에 개복수술을 받은 과거력이 있어 바로 수술을 하기보다는 보존적 치료를 해 보기로 결정했다. 

환자 역시 경제적인 사정 등을 이유로 수술보다는 보존적 치료를 원했다. 중간에 통증과 혈변이 간혹 있었으나 호전되었고, 의식은 명료하고 보행이 가능했으며, 백혈구나 염증 수치도 정상 범위 내였다. 

그러다가 7일 경과한 시점에 심한 복통 증상과 함께 전신부종·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C 외과장은 환자 보호자를 급히 내원하도록 한 후 응급수술을 시행했다. 응급수술로 괴사된 소장 80cm 정도를 절제했으나, 괴사된 소장에 발생한 천공으로 인해 패혈증과 복막염 등이 발생했다. A씨는 그 후 2차 수술을 받아야 했다. 

검찰은 '수술을 늦게 한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 소장 80cm 정도가 괴사하고 그에 따른 천공으로 패혈증과 복막염 등을 입게 하였다'는 이유로 C 외과장을 업무상 과실치상죄로 기소했다. 

법원은 "피해자가 적어도 혈변 증상을 보인 때에는 피해자의 장폐색 증상 해결을 위해 수술이 필요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해자가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수술보다는 보존적 치료를 원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의사로서는 피해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가장 적절한 치료방법인 수술을 결정하고 이를 피해자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라면서, 수술 지연에 대한 과실을 인정했다.

법원은 "피고인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가볍지 않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상당히 중한 상해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했다.

이런 판결 내용이 알려지자 외과 의료계에 상당한 파문이 일고 있다. 많은 외과의사들이 판결문 내용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탄원서를 작성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에서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 지연에 대해 의사에게 형사책임을 인정한 것도 납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처벌 수준이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수술을 결정해야 할지 여부에 관한 명확한 임상 지침이나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임상 현장에서 수술 여부와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외과의사들에게 매우 어렵고 힘든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사건과 같이 소장의 유착으로 인한 폐색 환자의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보다는 보존적인 치료를 우선한다는 것이 의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술을 결정하는 것은 더욱 어렵고, 시기도 의사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수술은 의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환자에게 사전에 충분하게 설명하고, 서면으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여건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아니한 제3자가 수술 여부에 관한 주치의의 결정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특히, 그 상황이 해당 주치의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는 재판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이 사건 판결 내용을 접한 대부분의 외과의사들은 만약 자신이 C 외과장의 입장이더라도 수술 시기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미 괴사한 소장은 절제할 수밖에 없는데, 그 이후에 발생한 합병증을 모두 수술 지연의 결과인 '상해'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괴사된 소장과 그로 인한 합병증은 질병의 자연스러운 경과로 발생한 것이지, 의사의 수술 지연으로 인한 직접적인 결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논리대로라면 수술을 조금만 지연해도 그 이후에 발생한 모든 악결과가 의사의 책임으로 전가될 수 있다. 

결과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의사들은 진료에 상당히 방어적으로 될 수밖에 없고, 조금이라도 환자의 상태가 악화할 소지가 있으면 보존적 치료보다는 수술적 치료를 선택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의사들이 우려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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