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외과의사회 23일 성명 발표 "현실과 드라마 달라…의사는 신중해야"
재왕절개·수술 전 혈액검사 등 언급, "의사들 방어적 방법에만 집중할 것"
대한외과의사회가 소장 폐색환자의 수술을 늦게 해 외과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상죄를 인정한 사법부의 판결을 비난했다. 또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일률적으로 의료인의 과실 유무를 따져 형사처벌 하는 문화와 수사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외과의사회는 23일 성명을 통해 "소장 폐색환자의 수술을 늦게 했다는 이유로 외과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상죄를 인정해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한 사건을 접하고, 의료과실의 문제를 일반적 범죄행위와 같은 선상에서 일의적(一義的)으로 판단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외과의사회는 "의료행위 도중 불가피하게 상해와 유사한 인체 침습 행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행위는 신중하게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기에 지연도 발생할 수 있다"라고 짚었다.
특히 외과의사회는 현실과 드라마는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외과의사회는 "복강 내에 발생한 출혈이나 천공, 그리고 장 유착과 같은 합병증은 일반적인 검사 방법으로는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매우 많다"라며 "의학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이를 빠르게 해결하지만,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기에 의사는 신중해야 한다. 당시 상황을 외과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장 폐색을 의심하기는 했지만, 응급수술을 필요로 하는 상태로 판단하지 않은 여러 변화와 증상들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에서 산모를 위해 제왕절개를 선택하지 않거나 지연 선택을 한 탓에 산모와 아이에게 이상이 발생했다는 법원의 판단 이후 의료현장에서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또 약물치료나 간단한 수술 전 일상적인 혈액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의료과실이라는 법원의 판단 이후에는 모든 환자에게 혈액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의료현장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을 설명하며 "환자의 상태를 다소 늦게 진단했다는 이유로 형사상 주의 위반에 해당하는 의료 과오로 판단하고,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해 의사를 단죄하면 의료시스템에 또 다른 중대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과의사회는 "생명의 촌각을 다투는 의료행위의 최전선에서 최선의 의료를 시행해야 하는 의사들이 형사처벌을 피하고자 방어적인 방법에만 집중할 것"이라며 "조금만 의심되더라도 최후의 수단인 개복수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로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의료행위를 시행함에 있어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해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의문을 제기하기 어려운 명제"라며 "그렇기에 적절한 의료행위를 선택하거나 시행하는 의사 결정과정이 신중해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개복수술 같은 최후의 방법을 선택할 때 시간적 지연이 발생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외과의사회는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일률적으로 의료인의 과실 유무를 따져 형사처벌 하는 문화와 검찰·경찰의 강압적인 수사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과의사회는 "지속적인 교육, 동료 평가를 통해 의료사고를 예방하고 재발 방지 방안 마련 등에 집중하는 것이 국민의 건강을 두텁게 보호하는 방법"이라며 "정상적인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악의적인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형법상 과실치사상죄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또 "이 사건에서 환자는 금고형을 선고받은 외과 의사의 적절한 수술을 통해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음을 기억해 줘야 하고, 사법부가 의료행위에 형사적 제재가 필요한 의료과실이라는 사법적인 판단을 함에 있어 신중하고 명백한 증거에 근거한 지혜로운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며 "그것이 수술실, 응급실, 중환자실에서 위태로운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고 의료인에게도 절실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