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보험이사로 산다는 것 '월화수목금금금'

의협 보험이사로 산다는 것 '월화수목금금금'

  • 조정호 의협 보험이사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12.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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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밤까지 마라톤 보험회의 '무한도전'
긍정적 효과 알리려 시민·노동 단체 이해·설득 

조정호 의협 보험이사 ⓒ의협신문
조정호 의협 보험이사 ⓒ의협신문

눈을 떴다. 아침 3시 30분, 월요일. 건강을 위해 수년 전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고 지켜온 월요일 아침 PT 수업을 오늘은 하지 못했다. 오전 8시 외과계 수술 전후 교육상담료 시범사업 관련 협의체 회의에 참석했다. 지난 11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에서 시범사업 연장과 확대를 부결했다고 해서 의아했는데, 오늘 다시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외과계 수술 전후 교육상담료 시범사업은 외과계 의원뿐만 아니라 환자에게도 몇몇 번거로운 입력 및 행정 절차만 제외하면 효과와 만족감이 꽤 높다. 시범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외과계 의사회 보험이사로 참여해 깊숙이 관여했기에 정확히 시범사업의 의의를 알리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뿐 아니라 시민단체와 노동계 대표에게 사업의 유효성과 긍정적인 효과를 알렸다. 

9시면 끝날 것 같던 회의는 여러 의견을 듣다 보니 9시 10분을 넘어섰다. 스케줄을 보니 오전 8시 40분에 80gm의 전립선비대증과 방광결석이 8개나 있는 분의 수술이 있다. 뒤늦게 회의장을 빠져나와 수술방으로 직행했다. 전립선비대 조직은 40분 만에 제거했지만 여러 개의 방광결석을 레이저로 분쇄하고 꺼내는데 추가로 한 시간이 더 걸렸다. 오후 외래 진료를 끝내자마자 오전에 하지 못한 PT 수업을 위해 달렸다. 숨을 헉헉거리며 극한까지 몸을 채찍질했다. 냉탕에 머리를 담갔다. 바싹 긴장한 채 병원으로 돌아와 신환 수술을 상담하면서 야간진료를 마무리 했다. 간만에 집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나니 밤 9시 40분, 실 끊어진 연처럼 툭 떨어져 잠이 들었다. 

눈을 뜬다. 화요일 새벽 2시. 어제 일찍 잔 덕이다. 의협 총무이사와 보험국에서 보낸 조찬회의 자료와 협회의 의견을 정리한 자료를 살펴봤다. 조찬회의 자료는 국민건강보험법 일부 개정안으로 요양기관이 수진자의 건강보험증이나 신분증으로 본인 여부 확인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기관에게 필요 이상의 의무를 강제하고, 모든 국민에게 신분증 휴대라는 번거로움을 강제하는 시대에 역행하는 법률이다. 의협의 의견을 찬찬히 읽어보고, 머릿속에 새겨 넣으면서 어떻게 하면 내용을 잘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본다. 밤새 보험국에서 보내온 카톡에서 놓친 게 없는지 살펴보노라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6시 반 조찬 장소로 향했다. 병협·치협·한의협 등 공급자단체 실무 임원과 보건복지부 소관 공무원과 함께 실무 토론을 시작했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법안은 국회 복지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한 상황이라며 통과를 전제로 하위 시행령에 합리적인 의견을 취합해 반영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운을 띄웠다. 

해당 법안은 의협 대외협력파트에서 챙기겠지만, 필자 또한 놓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새벽에 새겨 넣은 의협의 입장뿐만 아니라 해당 법률로 얻을 수 있는 공익이 예상보다 크지 않고, 전 국민이 감당해야 할 번거로움과 사회적 비용이 더 클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시행령에 담아야 하는 합리적인 방안도 개진했다. 

조찬 회의를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와 두 명을 수술했다. 오후 외래 진료를 하다 보니 5시가 넘었다. 의협에는 갈 시간이 없어 총무이사와 통화하면서 특별한 일은 없는지 확인하고 조찬회의 내용과 저녁 보건복지부 미팅에 관해 얘기하며 방향을 정했다. 의료계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를 논의하는 저녁 간담회 장소로 향했다. 워낙 민감하고, 이해관계가 다른 주제이다 보니 간담회 참석자 대부분이 조금씩 다른 얘기를 할 수밖에 없고, 얘기도 길어졌다. 화두는 던졌지만, 아직 접점을 찾기 쉽지 않았다. 수많은 얘기를 나누다보니 음식점 마감시간이 다 됐다고 했다. 실무적인 얘기는 다시 나누기로 하고, 자리를 정리했다.

수요일 오전. 간만에 오전 회의가 없는 날이다. 아침 운동을 하며 땀을 흘렸다. 곰곰 생각해 보니 내일 오전에 열리는 건정심 소위가 수술 전후 교육상담료 시범사업 연장과 확대의 가부를 결정하는 날이다. 시범사업의 의미와 효과에 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각 위원별로 미리 자료를 만들고, 구두로 설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바빠졌다. 팩트는 자체 만으로도 힘이 있지만 많은 사람이 이해할수록 더 큰 힘을 갖는다는 것을 사회경험을 하며 깨달았다. 평소 반대 견해를 밝힌 노동단체와 환자단체 위원까지 이해시켜야 했다. 

일터에 출근해 두 시간 동안 수술을 마치고, 의협 용산 임시회관으로 향했다. 회장님과 상근부회장님은 현안에 대응하느라 출타 중이고, 임원실에는 총무이사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함께 점심을 하며 이런저런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총무이사의 전화와 카톡은 끊임없이 울린다. 다양하고 민감한 상황을 진심으로 이해하려 하고, 조율하는 능력이 참 남다른 능력자라는 걸 종종 느낀다.

지난 5월 31일 의원 유형 수가협상 마지막 날. 의협 수가협상단이 협상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 첫 번째가 조정호 의협 보험이사. ⓒ의협신문
지난 5월 31일 의원 유형 수가협상 마지막 날. 의협 수가협상단이 협상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 첫 번째가 조정호 의협 보험이사. ⓒ의협신문

목요일, 눈을 뜨니 새벽 3시 10분. 오전 7시 상임이사회 보고와 의결 사항을 살펴보며 하루를 준비한다. 오전 10시에 열리는 건정심 소위 결과도 신경이 쓰인다. 꽤 노력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상임이사회 이후 오전 수술이 있고 오후 3시부터 국제전자센터에서 심평원·보건복지부 관계자와 심사제도개선 회의가 예정돼 있다. 저녁 7시에는 수가계약과 관련 미팅이 있는 날이다. 몇가지 준비하다 보니 5시,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 온라인 회의에 참석했다. 먼저 양해를 구하고 보고사항 5개, 의결사항 1개를 진행했다. 다른 소관이사의 발표와 토의사항을 들으며 출근 길에 올랐다. 수술 두 건을 마치니 오전이 훌쩍 지났다. 점심 때가 되니 보험국에서 외과계 수술 전 후 교육상담료 시범사업은 6개월 연장하는 것으로 건정심 소위에서 결정됐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6개월은 너무 짧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도와주고 협조해 준 여러분께 감사 인사도 전해야겠다. 

오후 3시 회의는 뭔가를 결정하는 회의라기보다 의견을 듣는 자리여서 비교적 부담이 덜 하다. 5시에 잠깐 병원에 돌아와 한 시간 외래진료하고, 저녁 7시 수가협상 미팅 장소로 이동했다. 내년도 수가협상은 SGR 모델에서 몇 가지 지수만 적용해 진행하게 된다. 새로운 수가계약 방법에 관한 연구용역이 나오기 전까지 실무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최대한 밴드(재정 규모)를 늘리기 위한 실무적인 연구를 계속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건보공단 재정위 위원들을 설득해 추가 소요 재정을 늘리는 방법, 재정위에 공급자 단체가 들어가는 방법 등 기본적인 구조 개선을 위한 대안은 계속 제시해야 한다. 수가협상 내용이 무겁다 보니 저녁 식사조차 어렵다. 한 시간 반가량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정도로 미팅을 마무리 했다. 피곤이 밀려온다. 귀가하니 10시 반, 곧 잠이 들었다. 

새벽에 잠을 깨 보니 톡이 와 있다. '결산회의에 언제 도착하시는지요?'  

이런! 어제 마지막 스케줄인 파트너원장 결산회의를 깜박 잊고 귀가한 것을 깨달았다. 놀래서 동료 원장 톡방에 미안하다는 글을 보냈다.
앗! 새벽 3시 32분. 미안….

토요일 오후 일과가 끝나갈 무렵 문자가 왔다.

'서초구 보건소에서 알려드립니다. 12월 6일 '국제전자센터 22층(수술 전후 교육상담 등 시범사업 관련 협의체회의)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이 확인되어 문자 발송하오니 가까운 선별진료소를 방문하시어 코로나 검사를 받으신 후 결과 확인 시까지 자택 대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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