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신년특집 국민 생명 지키기 위한 안전망 구축

2022년 신년특집 국민 생명 지키기 위한 안전망 구축

  • 문성제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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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접근성·지속 가능성 높일 수 있는 지원 방안 모색할 때
정부·의료계·국민 사회적 합의 통해 '필수의료' 정의·우선 순위 먼저 정해야

▶ 의협신문·의료정책연구소 공동기획 ◀

광복과 함께 급조한 의료제도의 틀 안에서 1977년 저부담·저급여 구조로 설계한 의료보험제도는 곳곳에서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40년이 넘은 의료제도에 대해 의료 공급자는 물론 이용자인 국민과 관리자인 정부와 보험자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때 그때 임기응변식의 땜질식 처방은 코로나19를 비롯한 한국 의료계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중병에 걸린 한국의료의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반대와 비판만 하기에는 때가 급하다.

[의협신문]은 [의료정책연구소]와 함께 2022년 신년특집 '3·9 대선을 겨냥한다'를 통해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실현 가능한 부분부터 실마리를 풀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1. 대한민국 의료, 초고령사회 준비 시급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
2. 저출산·고령화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문석균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
3. 국민 생명 지키기 위한 안전망 구축 (문성제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
4. 공익(公益) 위한 의료, 민간 의료와 함께 (임선미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
5. 고통뿐인 '의료분쟁'…화해 위한 제도 개선 (이얼 의료정책연구소 전문연구원)
6. 백약이 무효 '저출산·고령화 대책' 확 바뀌어야 (김계현 의료정책연구소 연구부장)
7. 일자리 보고(寶庫) 보건의료서비스…전체 산업 2.36배 (오수현 의료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
8. 코로나19 숙제, 전문성 부재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김진숙 의료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

문성제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
문성제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과목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대한의사협회의 건의를 수용하여 보건의료발전협의체 내 '필수의료 분과'를 신설하고 제1차 회의를 진행하였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필수의료 안전망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동일한 의견을 토대로 필수의료과목 전문의 양성의 적정 규모 및 정책적 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였다. 또한 양성된 전문의들의 균형적 배치 및 의료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추후 필수의료의 접근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 요구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필수의료 분야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2019년을 기준으로 외과계 의사는 인구 10만 명당 68명으로 OECD 평균보다 3.6명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고, 소아과는 4.4명, 산부인과는 4.1명이 적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5년간 전체 의사 중 해당 과목 의사들의 비중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올해 전공의 모집에서는 외과·흉부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 등의 진료과목의 정원이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2016 전국의사조사'에 따르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다른 진료과목을 진료하고 있는 의사의 비율이 취득과목별로 흉부외과 40.7%, 외과 12.8%, 산부인과 10.6%, 응급의학과 4.3%로 조사되었다. 이와 같은 통계적 수치들은 국민에게 필수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의료서비스가 의사로부터 기피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

필수의료는 생명과 직결된 수술 또는 진료를 포함하고 있어 의료소송의 위험 부담이 매우 큼에도 의료소송 비용을 병원 및 의사가 보상해야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반면에 필수의료 분야의 저수가는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병원 경영에 어려움을 야기하고 해당 진료과를 기피하는 현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가 간 의료수가를 단순 비교하기에는 보건의료체계와 의료이용 행태 등의 차이로 제한점은 있지만, 일례로 2017년 기준 미국의 자연분만 수가는 1만 1200 달러, 영국은 9000 달러, 네덜란드는 3600 달러인 반면에 한국은 1040 달러로 상대적으로 수가가 낮다. 이와 같은 저수가는 병원 경영을 위한 박리다매식 진료문화를 유발하고 짧아진 진료시간으로 인한 서비스 질 저하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2018년 기준 OECD 평균 국민 1인당 외래진료횟수가 연간 7.1회인 것에 반해 우리나라는 16.9회로 높게 나타나 현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적으로 국가의 필수의료 안전망 구축을 위한 정책 제안에 앞서 필수의료의 개념 및 정의를 확립해야 한다. 필수의료란 통상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분야로 균형적인 공급이 어려워 국가가 직접 개입해야 할 필요성이 큰 의료영역을 의미한다. 보편적으로 응급·외상·심뇌혈관질환·중환자·분만·감염병 등을 필수의료로 손꼽지만, 현 시점에는 통일된 정의가 부재한 상태이다. 따라서 필수의료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그에 적합한 우선순위를 정해야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정책 제안이 가능할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국민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필수의료를 정의하고, 우선순위를 정했다는 가정하에 안정적 필수의료 제공을 위한 정책 제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의료가 갖는 공익적 성격을 고려하면 필수의료 인력 양성과정에 대한 수련비용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 의료정책연구소의 <의사 양성 비용 추계 및 공공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4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양성 비용을 추계한 결과, 필수의료에 해당될 수 있는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의 수련비용이 약 2억 1000만 원과 1억 8000만 원으로 평균 수련비용(약 1억 5000만 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필수의료과목 기피에 대한 유인과 더불어 의료인력 확보를 위한 재정적 지원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현재 영국, 독일, 일본, 캐나다 등에서는 의사양성 비용의 상당 부분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전공의 1인당 수련비용의 70%는 메디케어, 30%는 메디케이드 및 기타 민간 의료보험회사가 분담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공공의 목적으로 필수의료 인력 양성에 대한 교육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의료법 개정안 마련이 요구된다.

응급·외상·심뇌혈관질환·중환자·분만·감염병 등 지원 필요
필수의료 인력 양성 비용 국가 지원할 수 있도록 의료법 개정해야…
인력 확보 위한 수가 가산·건보 국고 지원 30% 확대…적정급여·적정부담 전환
(가칭)공익의료기금 마련·불가항력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책임배상제도 도입
의료취약지역서 필수의료 제공하는 민간의료기관 재정 지원…의료사각지대 방지

둘째, 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수가 가산 강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2009년에서 2010년을 기점으로 기피 진료과목의 인력수급을 개선하고, 필수의료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특정 과목에 대한 수가 가산을 단행한 바 있다. 수가 가산제도 도입 결과, 전공의 정원 충원율을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전공의 정원 자체의 감소로 인해 객관적 판단이 어려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필수의료과의 안정적 운영과 인력 확보를 위해 수가가산율 재정비와 장기적 모니터링이 가능한 수가 가산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 김선경

이를 위하여 건강보험 국고지원액 확대를 통해 재정을 안정화하고, 필수의료를 적정급여 및 적정부담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사회보험 방식의 건강보험 제도를 구축한 주요 선진국의 국고지원율은 네덜란드 55.0%, 프랑스 52.2%, 일본 38.8%, 벨기에 33.7%, 대만 22.9% 등으로 조사되었다. 반면에 우리나라 건강보험 국고지원율은 ▲2014년 15.3% ▲2016년 15.0% ▲2018년 13.2% ▲2020년 14% 등으로 법정 최저 수준은커녕 해외 수준에도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국고지원액을 선진국의 수준과 근접한 예상 보험료 수입액의 30%까지 점증시킬 것을 제안한다. 

추가로 국가 재정지원 강화를 위해 (가칭)공익의료기금 등과 같은 건강보험재정 외 별도의 기금을 마련하여 필수의료에 대한 특별한 지원을 추가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필수의료 사고 및 분쟁에 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필수의료의 특성상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 발생위험이 높으므로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면제 특례조항을 신설하거나, 필수의료 분야의 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 밖에도 필수의료 기능을 담당하는 지역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즉, 공공의료기관 신설을 통한 필수의료 강화보다는 기존 민간의료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필수의료 지원방안을 확보하고,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역에서 필수의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재정적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편을 통해 행정 경계를 넘어 안전한 필수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의료 사각지대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국가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국가 안전망 구축을 위해서는 의료인력을 포함한 보건의료자원의 양을 단순히 늘리는 것이 아닌 자원의 확보와 효율적인 분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따라서 필수의료 접근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필수의료인력 확보, 수가 가산 및 재정 마련, 의료사고의 법적 보호 등과 같은 다각적인 국가 지원방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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