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초고령사회 진입 영향...노동집약적 보건의료산업 수요 지속 증가
보건복지 분야 매출 10억 원당 종사자 수 13.50명 vs 전체 산업 5.73명
인력 수가 신설·인센티브 도입...중소병원·동네병원 역할 강화 지원해야
▶ 의협신문·의료정책연구소 공동기획 ◀
광복과 함께 급조한 의료제도의 틀 안에서 1977년 저부담·저급여 구조로 설계한 의료보험제도는 곳곳에서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40년이 넘은 의료제도에 대해 의료 공급자는 물론 이용자인 국민과 관리자인 정부와 보험자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때 그때 임기응변식의 땜질식 처방은 코로나19를 비롯한 한국 의료계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중병에 걸린 한국의료의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반대와 비판만 하기에는 때가 급하다.
[의협신문]은 [의료정책연구소]와 함께 2022년 신년특집 '3·9 대선을 겨냥한다'를 통해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실현 가능한 부분부터 실마리를 풀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1. 대한민국 의료, 초고령사회 준비 시급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
2. 저출산·고령화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문석균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
3. 국민 생명 지키기 위한 안전망 구축 (문성제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
4. 공익(公益) 위한 의료, 민간 의료와 함께 (임선미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
5. 고통뿐인 '의료분쟁'…화해 위한 제도 개선 (이얼 의료정책연구소 전문연구원)
6. 백약이 무효 '저출산·고령화 대책' 확 바뀌어야 (김계현 의료정책연구소 연구부장)
7. 일자리 보고(寶庫) 보건의료서비스…전체 산업 2.36배 (오수현 의료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
8. 코로나19 숙제, 전문성 부재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김진숙 의료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
일자리 문제는장기화하고 있으며, 산업구조 개편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등으로 인해 앞으로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역대 정부마다 일자리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여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청년실업률 증가·불안정 노동의 확대와 불평등 심화 등 일자리 문제는 더욱 혼재되는 양상으로 근본적으로 변화된 것은 없어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정부의 일자리 예산은 31조 3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 노인이나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임시방편의 일자리를 위한 예산으로 민간 주도의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당장 고용지표는 나아지게 만들 수 있겠지만 결국 소득 창출과 일자리의 질이 모두 악화되는 악순환을 또다시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보건산업 분야 일자리는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보건산업 분야의 일자리는 다양한 직종이 근무하는 노동집약적 산업이 많고 타 산업에 비해 성장 동력이 큰 특징이 있다. 보건산업 분야는 저출산·초고령사회로의 진입, 의료서비스 고도화 등으로 인해 시장 확대에 따른 의료인력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일자리의 보고(寶庫)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202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보건복지서비스 분야의 매출 10억 원당 종사자 수는 13.50명으로 전체 산업 평균인 5.73명의 2.36배 이상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의료기관은 일자리 창출의 견인 역할을 해오고 있는바, 요양급여비용 10억 원당 종사자 수가 의원급 12.10명, 병원급 15.14명, 종합병원 11.68명, 상급종합병원 7.77명으로 대형병원과 비교하면 병원급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1>.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만 보더라도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상황 속에서 2020년 기준 의원급 의료기관의 고용증가율은 전년대비 24.16% 늘어났다.
의료기관은 일자리 창출 잠재력이 높음에도 불충분한 지원과 과도한 규제로 고용 창출에 많은 제약이 있다. 최저임금의 상승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와 물가 상승 대비 낮은 의료수가는 의료기관 경영을 어렵게 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여기에 각종 행정적 규제까지 더해져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데 있어 규제와 이로 인한 의무사항만 늘어날 뿐 정상적인 경영을 위한 지원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불충분한 지원·과도한 '규제' 고용 창출 제약…행정 규제로 경영 '악순환'
좋은 일자리 창출하려면 의료기관 인력 수가 신설·인센티브 도입 등 필요
간호인력·의료기사 등 신규 인력 고용 시 수가 보상…인건비·지원급 지급
지역사회 통합 돌봄·예방 중심 변화…중소병원·동네병원 역할 강화 지원해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일자리 창출 동시 달성…국민 건강·경제 활성화 기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에 대한 직·간접적 지원으로 의료기관의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여 지속적인 고용 창출을 유도해야 한다. 의료기관 인력 수요에 대한 수가 신설 및 인센티브 도입 등 재정적·제도적 보상 기전의 다양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인력자원 투입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동시에 의료서비스 종사자에 대한 처우 개선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의료기관의 실질적인 고용 창출을 위해서는 먼저 일자리와 연계된 수가를 신설하거나 확대하고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직접적인 보상 방안이 필요하다. 즉, 간호인력·의료기사 등 신규 인력 고용 시 수가로 보상하거나, 인건비 및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 중소병원과 동네병원이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형병원 환자 쏠림이 심해져 병원급 의료기관 폐업률은 2016년 이후 꾸준히 5∼7%대를 유지하며 의료기관 종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과 질병 예방 중심의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중소병원과 동네병원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고용 창출과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궁극적으로 의료서비스 질 향상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달성함으로써 국민 건강과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