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연구소 2021년 7월 9∼16일 의사회원 2345명 대상 설문조사
의사 90% CCTV 설치법 반대…의료진 근로 감시 등 '인권 침해' 우려
비도덕적·비윤리적 행위 회원…'면허취소'·'징역형' 등 강력 처벌 원해
의사 90%가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법안 반대 이유로는 의료진 근로 감시 등 '인권 침해'를 가장 많이 꼽았다.
또 수술실 내 CCTV 설치 이외의 합리적인 대안으로 '대리수술 처벌 강화'를 제시했으며, 비도덕적·비윤리적 회원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대다수가 의사면허 취소와 징역형으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지난해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인 7월 9∼16일 일주일간 전국 의사를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의정연은 수술실 내 CCTV 설치·운영 의무화 법안에 관한 찬성·반대 의견을 비롯해 CCTV 설치 이외에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의사들의 자율 정화 의지를 확인하고자 했다고 인식조사를 실시한 배경을 설명했다.
설문조사는 [의협신문] 온라인 설문조사 시스템(닥터서베이)을 이용, 전국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인식조사에는 의사 회원 2345명이 참여했다.
의정연은 이번 인식조사를 통해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에 관한 입장과 의견 ▲본인과 가족의 수술 장면을 CCTV로 촬영하는 수술 동의 여부 ▲비도덕적·비윤리적 행위를 한 회원에 대한 적절한 처벌 수준 ▲CCTV 설치 의무화 시 수술실 폐쇄 의향 ▲수술실 내 CCTV 이외 효율적인 대안에 대해 질문했다.
조사 결과,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에 대해 90.0%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수술을 하는 의사의 91.6%가, 수술을 하지 않는 의사의 88.4%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런 경향은 수술실 내 CCTV 자율 설치 의향에서도 확인됐다. 비수술 의사의 자율 설치 의향은 20.3%인데 반해 수술에 참여하는 의사의 자율 설치 의향은 17.8%로 수술에 참여하는 의사일수록 CCTV 자율 설치 의향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본인과 가족의 수술 장면을 CCTV로 촬영하는 것에 동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86.5%가 "동의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수술실 내 CCTV 설치 반대 이유로는 54.3%가 '의료진 근로 감시 등 인권침해'를 꼽았고, '진료위축 및 소극적 진료 야기'(49.2%), '해킹으로 인한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48.1%), '불필요한 소송 및 의료분쟁 가능성'(47.3%), '의료인에 대한 잠재적 범죄자 인식 발생'(45.7%) 등으로 조사됐다.
수술 의사와 비수술 의사의 반대 이유를 분석한 결과, 수술 의사는 '의료진 근로 감시 등 인권 침해'(57.0%)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해킹으로 인한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51.1%), '불필요한 소송 및 의료분쟁 가능성'(50.4%), '의료인에 대한 잠재적 범죄자 인식 발생'(50.0%) 등을 꼽았다.
반면, 비수술 의사는 '진료 위축 및 소극적 진료 야기'(52.7%)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의료진 근로 감시 등 인권 침해'(51.7%), '해킹으로 인한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45.1%), '불필요한 소송 및 의료분쟁 가능성'(44.3%) 순으로 나타났다.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의무화 된다면 수술실을 폐쇄할 의향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9.9%가 '예'라고 답해 앞으로 상당한 파문이 일 것으로 전망됐다.
수술실 내 CCTV 설치 이외에 가장 효율적인 대안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38.3%가 '대리수술 처벌 강화 추진'이라고 답했고, '수술실 입구 CCTV 설치'(21.8%), '수술 참여 의료진 대리수술 방지 동의서(서약서) 의무화'(13.7%), '자율 정화 활성화(내부 고발 활성화 등)'(11.5%), '수술실 출입 시 생체 인식'(8.8%) 순으로 파악됐다.
무자격자 대리 수술 등 비도덕적·비윤리적 행위를 한 회원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을 원했다.
적절한 행정처벌 수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면허 취소'(49,9%)와 '면허 정지'(44.5%)를 꼽았고, '회원 권리 정지'(4.9%), '처벌 필요 없음'(0.8%) 순은 응답률이 낮았다.
적절한 형사처벌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39.2%가 '징역형'이라고 답했고, '벌금형'(31.3%), '금고형'(20.9%), '집행유예'(6.5%), '처벌 필요 없음'(2.0%) 순을 보였다. 비덕적·비윤리적 회원에 대한 적절한 형사처벌 순위는 수술 의사와 비수술 의사가 같았다.
의정연은 인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안도 제시했다.
의정연은 "의료법 제27조 제1항을 위반해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 환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수술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를 변경하면서 환자에게 알리지 않는 경우(의료법 제24조의2 제4항) 형사처벌·행정처분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진에게 대리수술 방지 동의서 작성을 의무화함으로써 대리수술 및 유령수술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CCTV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대리수술,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한 의료법 또는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법 위반 등의 보건범죄예방 효과이기 때문에 가장 실효적인 방안으로 수술실 입구 CCTV 설치가 필요하고, 위조·변조가 불가능한 생체 인식(홍채·지문 인식 등)을 활용해 무자격자 및 해당 수술과 관련 없는 의료인의 수술실 출입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의료인 단체가 자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의정연은 "자정 능력 증진의 일환으로 공익 제보를 독려함으로써 대리 수술 및 유령 수술 등 비도덕적·비윤리적 행위를 차단해야 한다"면서 "의협은 불법 행위 근절을 위해 무자격자에게 대리수술을 지시한 회원에 대한 고발 등 엄중한 처벌과 적극적인 조치와 함께 의료인 스스로 불법 행위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도록 윤리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료인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가장 신속하고, 전문성 있게 해결할 수 있도록 전문가평가제를 활성화해 의료인 단체의 자율규제 기능을 강화하고, 의료인을 비롯한 의료단체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