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캡' 이어 '펙수클루' 등장...국산 신약 간 맞대결 구도
제약계 "경쟁 통한 시너지 효과·시장 확대...PPI 대체는 아직"
국내 대형제약사들이 관련 신약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칼륨경쟁적 위산분비차단제(P-CAB)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제약계는 과거 콜린알포세레이트 사례처럼, 이들 제약사들이 경쟁을 통해 파이를 나눠먹기 보다는 당분간 시장 확대를 함께 이끌어 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프로톤펌프억제제(PPI)를 넘어서는 이른바 '시장 재편'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2월 30일자로 대웅제약의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펙수프라잔)'를 허가했다. 34번째 국산신약으로다.
대웅제약은 약가산정을 거쳐 상반기 중 약제를 공식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펙스클루의 참전으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HK이노엔)'이 독주하던 P-CAB 시장에서 두 개의 국산 신약이 맞붙는 보기 드문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케이캡은 지난 2018년 30번째 국산신약으로 허가 받은 바 있다.
제약계는 두 약물의 경쟁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P-CAB의 영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웅바이오와 종근당이 각각 콜린알포세레이트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던 사례를 들어서다. 실제 이들 제약사가 관련 시장에 뛰어들면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처방 시장은 수년새 연간 3000억원 규모로 커진 바 있다.
정부의 기등재의약품 재평가 작업으로 위기를 맞기는 했지만, 한 때 선두 제품인 대웅의 '글리아타민'과 종근당의 '글리아티린'의 개별 매출이 1000억원대에 이를 정도로 가파른 시장 성장을 보였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의 경우 케이캡이 이미 단독으로 연 매출 1000억원을 찍는 블록버스터 약물로 성장한 상황에서, 영업력에 기반한 두 제약사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들 P-CAB 제제가 위식도역류질환 시장에서 전통의 강호인 PPI를 넘어서는 시장 재편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약효가 빠르게 발현되며 오래 지속되는 등 복용 편의성을 개선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곤 있으나, 기본적인 치료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P-CAB이 PPI에 비해 우위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확보하진 못한 탓이다.
비싼 약값과 제한된 용처도 한계다.
2022년 현재 케이캡의 보험약가는 정당 1300원으로, PPI 계열 대표 약제인 다케다제약의 '란스톤(란소프라졸, 790원, 란스톤캡슐 기준)'에 비해 2배 가까이 비싸다.
적응증 차이도 여전하다.
란스톤은 이미 위식도역류질환을 포함해 역류식도염·십이지장궤양·위궤양의 치료와 헬리코박터필로리 박멸 등 10여가지 용처를 갖추고 있다.
반면 케이캡은 위식도역류질환과 위궤양 치료·헬리코박터필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등에 허가를 받았고, 펙수클루는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만을 적응증으로 확보했다.
실제 2019년 이후 해마다 2배 이상의 성장세를 보인 케이캡의 선전에도 불구, 국내 PPI 제제 처방액 시장은 큰 폭의 변화없이 그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일례로 PPI 약물 중 국내 처방 선두에 서 있는 란스톤의 경우 2018년 295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케이캡 출시 첫해 290억원으로 그 규모가 소폭 줄었으나, 2020년 다시 299억원으로 몸집을 불렸다.
제약계 관계자는 "PPI 우선 처방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케이캡이 새 시장을 개척했다는 의미"라며 "두 제약사의 영업력 등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 당분간 관련 시장이 들썩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