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의료주권' 확보 요건 '의료정보화 고속도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의료주권' 확보 요건 '의료정보화 고속도로'

  • 윤인모 의협 기획이사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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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주축 4차 산업 '의료 DB'...제약·기기 산업 연결해야
의료 DB·의료 전문가 융합 필요...합리적 상생 관계 구축
의료산업 발전·의료주권 확보 위한 정책 방향 수립할 때

코로나19가 주는 의료산업의 시사점은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한국은 진단 기구(바이러스 검출) 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이 진단 기구를 안 하는 이유는 제약과 기기가 더 큰 산업이므로 여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는 웃픈 이야기가 있다. 

다른 하나는 백신 개발이 안되니 백신 개발 가능국에 비해 의료주권이 잘 보호되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둘다 미진한 의료산업에 대한 아픈 경험이다. 

의료산업의 활성화는 찬반이 있다. 그러나 4차 산업은  포기하기가 어렵다. 어떻게 4차 산업을 활용해서 의료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우선 간략히 의료산업의 본질을 살펴보자. 의료산업은 의료복지제도의 부산물의 성격이 있다. 

정부의 활동 중에 꼭 필요한 필수산업이 있다. 이들 산업 중 경쟁력을 갖춰서 국경을 넘을 수 있는 경우 그 규모가 커진다. 

대표적 산업이 방위산업과 의료산업이다. 

예를 들면 잘 제작한 미사일은 국내 배치 후 추가적으로 우방으로 수출한다. 의료도 국내 의료복지를 위해서 만든 제약과 기기는 국내 사용을 통해서 의료주권을 확보한 후 국경을 넘어 수출한다. 인류의 DNA가 비슷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제약·기기 등과 의료서비스산업 중 어느 것이 국경을 넘어갈 수 있을까? 

한 예로 5만여 병상을 운영하면서 연인원 3500만 명을 진료하는 미국의 HCA도 해외 진출은 단지 영국·중동에 6개 센터(892병상)만 운영할 뿐이다. 서비스업은 국경을 넘기도 어렵고, 규모도 크지 않다. 

의료관광사업이 있지만 이는 주로 선진국에서 가성비가 괜찮은 개발도상국 병원을 찾아가는 사업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제약과 기기로 대표되는 제조업은 국경을 넘기도 용이하다. 제약은 반도체 산업의 두 배 정도로 규모도 훨씬 크다.

이러한 대표적 두 가지 사업 중 국내에서 찬반이 갈리는 것은 의료서비스산업이다. 

국민의 반대를 보면 의료서비스산업 중 병원서비스산업의 영리화를 반대하는 것이다. 영리화가 현재의 의료시스템을 망가뜨릴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걱정에 동감한다. 영리화가 가능하려면 공공의료가 튼튼해야 한다. 이를 공공의료가 확고한 싱가포르와 그렇지 못한 미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

한국은 공공이 확고하게 자리 잡아서 민간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기 전까지는 영리화는 요원하다. 

의료의 데이터 베이스(DB)를 이용한 사업은 국가 주축 사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DB를 서비스 산업뿐 아니라 의료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의료 제조업·제약·기기에 다시 한번 집중해야 한다.
의료의 데이터 베이스(DB)를 이용한 사업은 국가 주축 사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DB를 서비스 산업뿐 아니라 의료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의료 제조업·제약·기기에 다시 한번 집중해야 한다.

그렇다면 의료서비스산업은 병원만 있기에 4차 산업화가 되기 어려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4차 산업에서는 각각의 단계에서 심화시키는 기술이 있다. AI판독 등은 영상의학과 의사의 업무를 줄이고 다른 일을 좀 더 할 수 있게 하며, 3D 홀로그램을 이용한 의학 교육은 이해를 돕는다. 하지만 국가의 주축 산업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의료의 데이터 베이스(DB)를 이용한 사업은 국가 주축 사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2010년을 전후에서 구글·MS·애플·삼성 등이 이러한 의료 DB 확보를 통한 의료의 생태계를 IT화 하려고 노력하였다. 실제로는 DB 확보를 통한 의료 물류 확보전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성공하지 못했다. 

그동안 의료서비스사업은 결이 바뀌었다. 병원 진료보다는 초기 예방과 교육 등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 다른 한편으로 의사의 손을 더 거치는 정보인  유전자 분야로 이동하고 있다.

복잡한 보험 구조와 병원까지의 원거리를 파고든 원격진료회사(텔라닥 등), 예약 서비스(작닥), 다이어트 앱 등이 성공했다. 

동시에 게놈(Genome) 분석회사가 수면 밑에서 부상을 준비 중이다. 환자-의사의 매칭(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10조원 전후로 추산) 시장은 아직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즉 의료 DB를 이용한 사업은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현재 데이터 3법에 기반해 DB를 다시 모으는 인프라 구축 정도가 시작 단계이다. DB를 통해 어떤 사업을 일으켜야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할 때이다.

우리는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불편한 점부터 착수해야 한다. 이러한 DB를 서비스 산업뿐 아니라 의료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의료 제조업·제약·기기에 다시 한번 집중해야 한다.

의료 DB 확보를 위한 정보고속도로는 한 곳에 모으기 이전에 우선적으로 제약과 기기산업에 연결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한 정보고속도로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는 1조 원 정도의 CRO(임상수탁사업)만 대체할 뿐이다.

병원의 역량이 제약과 기기와 융합을 통한 혁신을 일으키려면 병원 역량 두 가지가 같이 갈 수 있는 고속도로를 놓아야 한다. 

병원의 산업적 역량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의료 DB이고, 다른 하나는 환자를 잘 아는 전문가(의사)이다. 

진료 경험이 풍부한 의사의 식견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융합할 수 있는 고속도로를 놓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의사와 제약사의 불건전 유착관계는 근절해야 한다. 그러나 합리적 상생 관계는 독려해야 한다. 그 독려가 없으면 혁신은 어렵다. 

이를 통해 의료산업이 발전하고, 더불어 제2 제3의 코로나19에 대비하면서 효과적인 의료주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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