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이상 의료기관 대상 우선 시행...사망자·중부상자 발생 시 '중벌'
5인 미만 의원급도 2024년 1월 시행...장기적으로 처벌 확대 가능성
임인년 새해 시행을 앞뒀거나, 시행을 위한 하위법령 확정 논의를 앞둔 법률안들이 적지 않다. 의료계는 각종 규제법안에 의해 처벌받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함과 동시에 합리적 개선을 위한 대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의료환경 변화에 따른 수가체계 개편과 해외환자 유치 및 지원 관련 법률 논의도 예고되고 있다. 이에 [의협신문]은 올 한해 시행을 앞두고 있는 법률안, 그리고 모법 통과에 따른 하위법령 결정 과제가 남은 법률안들을 재조명해봤다.
<기획 순서> 올해 시행(중요사항 결정) 예정 법률안 짚어보기
①1월 27일 중대재해법 시행...병원계 '직격탄', 3년 뒤 개원가도 적용
②구멍 많은 응급의료법...응급환자 수용 거부? 인력·장비 부족은?
③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하위법령에 합리적 방안 담아야
④'한시적 전화 상담 및 처방' 제도화?...코로나19 빌미로 대면진료 약화 우려
⑤지역의사제 도입, 가능한가?...정치권 책임성 보여야
⑥해외환자 유치 및 지원 강화...가깝고도 먼 얘기, 준비부터 철저히
지난 2020년 4월말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43명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2021년 1월 8일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중대재해법)' 제정안이 오는 1월 27일 시행된다.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법률안 심사와 의결 과정에서 의료기관을 제외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법률안은 2021년 1월 26일 공포, 1년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을 앞두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적용 대상이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병원계가 먼저 직격탄을 맞게 됐다. 2024년 1월 27일부터는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할 예정이어서 의원급 의료기관도 대응과 준비가 필요하다.
중대재해법의 골자는 사업장을 운영하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해 '중대 재해' 즉 '중대 산업재해'와 '중대 시민재해' 발생 시 처벌 기준을 규정한 것이다.
중대 산업재해의 처벌 기준은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같은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같은 유해요인으로 급성 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내 3명 이상 발생했을 때다.
중대 시민재해는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같은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10명 이상 발생 ▲같은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 10명 이상 발생했을 때다.
두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징역과 벌금을 함께 처벌할 수 있다. 최대 징역 7년에 벌금 50억원까지 처벌할 수 있으며, 역시 징역과 벌금을 함께 처벌할 수 있다.
따라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한 의료기관에서 화재를 비롯한 안전사고가 벌어지거나 결핵을 비롯한 감염병이 집단으로 발생, 사망자·중부상자·중환자가 발생하고 같은 사고가 반복될 경우 병원장이나 경영책임자는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당장 병원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안에 따르면, 병원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B형 간염, C형 간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등 24개 직업성 질병자가 연간 3명 이상 발생한 상황에서 병원장이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중대산업재해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의 연면적이 2000㎡ 이상이거나 병상수가 100개 이상(의료법 제 3조제 2항 제1항에 따른 의료기관)이면서 중대 시민재해가 발생하면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병협은 국회에서 중대재해법을 심사할 당시 "이미 환자안전법에 환자 등 병원 이용자에 대한 안전확보조치를 규정하고 있어 중대재해법까지 적용하면 과도한 이중규제"라면서 "법률 적용대상 공중이용시설에서 의료기관을 제외해 달라"는 의견서를 냈다. 그러나 국회는 병협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의원급 의료기관도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자유롭지 않다. 의원급 의료기관도 3년 후인 2024년 1월 27일부터 법률 적용 대상이기 때문이다. 대형 의료기관의 준비와 대응을 면밀히 분석, 필요한 대책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재재해처벌법의 전제 조건이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인 만큼 의료 현장에서 지킬 수 있는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하위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반영할 수 있도록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대한개원의협의회와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정부와 정치권이 산업재해로 성난 민심을 달래려 한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은 과도한 이중규제"라고 강력히 성토했다.
대개협은 지난 1월 18일 성명을 내고 "최근 수술이나 시술에 따른 나쁜 결과에 대해 의료인을 형사법으로 다스려 인신 구속까지 하고 있음을 상기하면, 한 가지 사건에 대해 이중, 삼중, 사중의 끝없는 처벌이 이어질 수 있다"라면서 "(해당 법안은) 최전선의 의료인에 삼중, 사중의 죄목을 붙여 적대시하고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대개협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인명의 희생을 예방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정신"이라면서도 "일선 산업 현장과는 거리가 있는 의료기관까지 뭉뚱그려 법안에 포함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존재 목적이 질병을 다루고 생명을 구하며 건강을 증진하는 의료기관에는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적용 대상에서 의료기관을 제외해 줄 것을 거듭 주장하며,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형외과의사회는 1월 17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의료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대표적인 과잉규제인 중대재해처벌법은 문제가 많다"라면서 "지금이라도 공중이용시설에서 병·의원을 제외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우리의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을 시 헌법소원 제기 등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