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 이어 사망신고 의무화…의료기관 행정부담↑

출생신고 이어 사망신고 의무화…의료기관 행정부담↑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2.0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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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의원,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 발의…의사에게 사망신고 의무화
의협 "사망신고 법률로 강제는 과도한 입법…행정적 부담만 가중" 우려
"헌법상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및 과잉금지의 원칙 반하는 것" 강력 반대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사망한 경우 사망자를 직접 진료한 의사가 사망신고를 하도록 하는 내용의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가족관계등록법)(국민의힘 주호영 의원 대표발의)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강력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고인의 법적 지위와 관계 없는 의사에게 사망신고를 법률로 강제하는 것은 과도한 입법이며,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사례를 상정해 모든 의료기관에 행정적인 부담만을 가중시킨다는 이유 때문.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은 지난해 12월 30일 가족관계등록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현행법상 사망신고는 기본적으로 유족에게 일임하고 있어 유족들이 사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국가는 사망사실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이유로 유족이 사망신고를 지연해 통계상 사망자가 생존자로 집계되는 비율이 연간 4%에 이르며, 특히 유족이 연금을 부정수급하기 위해 고의로 사망신고를 하지 않는 등 사망신고 체계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주호영 의원은 "실제로 독립유공자가 사망했음에도 가족이 8년간 사망신고를 하지 않아 보훈급여금 1억 2000만원을 부정수급 한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며 "사망신고 지연에 따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일부개정안(개정안 제85조제3항 신설)을 발의하게 됐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의협은 의료기관에 출생신고를 의무화하는 법안에 이어 사망신고까지 의료기관에서 하도록 하는 가족관계등록법 일부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된 것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6월 21일 아이가 태어나면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관계기관에 출생 정보를 통보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가족관계등록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국회에서도 지난해 5월 11일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이 같은 내용의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상황이다.

이 밖에 더불어민주당 김민철(경기 의정부을)·최혜영(비례대표) 의원과 국민의힘 임이자(경북 상주·문경)·양금희(대국 북구갑) 의원도 같은 내용의 가족관계등록법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해 의료계의 비판을 샀다.

출생신고 의무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가족관계등록법 일부개정안 발의와 관련 당시 의협은 "의사에게 공공성을 띤 행정업무인 출생신고를 강제하고, 이에 따른 서류작성 오류에 대한 책임까지 전가하는 것은 부당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혼모나 출생신고를 꺼리는 여건의 부모 등은 분만을 위해 의료기관이 아닌 불법시설로 내몰릴 수밖에 없어 산모나 신생아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실제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사례를 상정해 전체 의료기관에게 행정적 부담을 가중시키며, 출생신고를 위해서는 부모 이름·국적·나이·신생아 이름 등 많은 정보가 필요한 데, 신고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 침해가 빚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불법체류자·무국적자·외국인·미혼모 등이 알려준 정보에 대해 확인할 방법이 없어 정확한 신고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국가의 현황 파악 및 관리를 위해 출생신고 누락자 확인이 필요하다면, 부모 동의를 전제로 관할 관청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출산 관련 보험급여청구 정보를 송부받아 출생신고의무자의 신고여부를 확인하는 게 타당하다"고 제안했다.

출생신고 의무화에 대한 불만이 사라지기도 전에 이번에는 사망신고까지 의료기관에서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는 법률개정안이 발의돼 의료계의 비판이 거세다.

이번 주호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족관계등록법 일부개정안(제85조 사망신고 의무자 조항 신설)에 대해 의협은 "사망신고는 기본적으로 동거하는 친족에게 1차적 신고의무를 일임하고 있는데, 아무런 법적 지위가 없는 의사에게 사망신고를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오히려 동법 제122조(과태료) 규정을 강화해 사망신고의 책임이 있는 유가족의 책임을 과중하게 하는 것이 올바른 입법 방향"이라고 밝혔다.

또 "환자가 사망했음에도 사망신고가 없는 경우를 확인하기 어렵다면, 이는 정부의 후속조치나 친족에 대한 계도·안내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지, 의료기관에 대한 의무 부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을 지적했다.

이어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에게 사망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상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이미 현행 의료법 제17조제1항에 따라 사망 시 의사가 직계존·비속, 배우자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게 사망진단서를 작성해 교부하고 있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의협은 "이번 일부개정안대로 의료기관에서 사망한 환자를 직접 진료한 의사가 사망신고를 하도록 하면, 일부 유가족들은 연금 부정수급 등을 위해 의료기관에서의 치료를 기피할 가능성이 있고, 이럴 경우 사망의 위험에 처해 있음에도 가족들에 의해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환자 사망 시 사망 당사자 이외 친족 등의 법률적 권리·의무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상속인이 당사자(피상속인)의 사망 사실을 모른 채 의료기관이 사망신고를 함으로써, 상속인이 이행해야 할 권리와 의무를 놓치게 되어 피해를 입는 등 법률적 문제가 야기될 개연성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 밖에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사망한 경우, 사망 사실 자체만으로도 많은 유가족들이 의료과실을 의심하는 경우를 고려할 때 진료를 담당한 의사가 일방적으로 사망신고를 했을 때 불필요한 감정의 대립을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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