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유증상 중등증 환자, 일반 환자와 함께 둬도 되나?"
백신 완료자 7일·미접종자 10일 입원 지침에 '역차별' 지적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대응체계의 일환으로 정부가 예방접종 완료 확진자 격리기간을 7일로 단축한 가운데, 중등증 환자까지 재원 기간을 축소하면서 중등증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감염병전담병원의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일부 감염력이 있는 환자가 재원 기간 축소로 인해 일반실로 이동할 경우,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왔다.
방역 당국은 지난 1월 26일부터 예방접종 완료 중등증 환자에 대한 격리기간을 기존 10일에서 7일로 축소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병상 과포화를 우려해 병상 효율화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중등증은 경증 다음 단계의 중증도 분류로, 비관산소치료·산소 마스크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다. 감염병전담병원에서 치료 중인 환자들의 다수가 여기에 속한다.
중앙재난사고수습본부는 지난 1월 28일 비수도권 감염병전담병원을 대상으로 오미크론 대응단계 상향에 따른 감염병전담병원 정책변경 사항 관련 설명회를 진행했다.
중수본은 해당 자료에서 격리기간 축소 사실을 알리며 해당 기간을 초과하는 재원기간의 경우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치료가 아니므로 손실보상에서 제외함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기간에는 손실보상 대상도 아니고, 환자가 스스로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
감염병전담병원에서는 난처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역 당국의 병상 확보 요청에 따라,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전환한 뒤 모든 의료인력이 코로나19 진료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7일 만에 환자를 일반 병상으로 옮기거나 전원 또는 퇴원시키라는 지침은 진료현장의 혼란을 가중한다는 지적이다.
감염병전담병원에서 근무 중인 A전문의는 "해당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폐렴에 열까지 있는 환자를 일반 병실로 옮길 수 없어 당장 환자들한테 내일 퇴원을 준비하셔야 한다고 설명해야 한다. 그래도 그 정도면 다행이다. 산소까지 하고 있는 환자들은 대체 어디로 가란 말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 역시 집에 음성 판정을 받은 다른 가족들이 걱정된다며 방법이 없냐고 한다. 증상이 있는 환자까지 일괄적으로 7일 기준을 적용하는 근거가 뭔지 모르겠다"면서 "방역 당국에 물으니 접종 완료자는 7일이면 전염력이 없다고만 반복한다"고 지적했다.
재원기간 축소에 대한 잡음은 앞서 '중환자실 재원 기간 축소' 당시에도 나온 바 있다.
위중증 환자 격리해제 기간 기준 상한을 증상 발현 후 20일로 제한한 정부 방침에 대해 의료인들은 전염력이 남아있을 수 있다며 우려 목소리를 냈다.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전문위원회는 당시 "일부 감염력 있는 중환자가 있는 경우, 다인실 위주의 우리나라 병상 체계에서는 의료기관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CDC에서도 20일 이후에도 면역저하자 등 일부 환자들은 여전히 전염력이 있는 상태일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설명자료에서는 '7일 격리 이후 3일간 주의가 필요하다'며 사적 모임이나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중수본 역시 혹시 모를 감염력을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예방접종 완료자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유증상 확진환자 격리해제 기준'개정안에 따르면, 3차 접종자와 2차 접종 후 14일 경과∼90일 이내인 자들은 7일의 재원기간을 적용토록 하고 있다.
반면, 미접종자나 위 기준 외 접종자들의 경우 10일의 재원기간을 적용한다.
A전문의는 "성실히 예방접종을 받은 중등증 환자들은 오히려 3일 적은 입원을 보장받게 된다"며 "충분한 입원치료가 필요한데도 퇴원해야 하거나, 일반 병실로 옮길 수 있더라도 격리 해제 후에는 환자 스스로 입원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역차별이 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중수본은 해당 설명회 자료에서 '와상·치매 등 대상자 특수성으로 인해 타 병원 전원·이송이 곤란하므로 선제적 대비가 필요'함을 전하며 '각 병원별로 격리해제자 수용을 위한 일반 요양병원·의료기관과 사전 협력체계를 구축'하라고도 안내했다.
A전문의는 "사전 협력체계를 구축하라고 책임을 병원으로 떠넘겨 놨다. 어떤 요양병원이 이 환자들을 맡을 수 있겠는가"라면서 "증상 발현 후 7일밖에 안 된 상태에서 감염에 대한 걱정이나 치료 여력 등을 고려한다면 대부분이 맡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향후 원내 격리해제자 전실을 위한 별도 병상 필요시 코로나19 일부 치료 병상을 활용하는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는 중수본 설명에 대해서도 "결국 병원 내부에서 손실보상금 없이 알아서 병상을 운영하라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의협 관계자 역시 재원기간 축소 등의 내용은 전문위원회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마련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박진규 의협 의무 부회장은 "해당 내용과 관련해 중수본이 의협과 사전에 논의한 바 없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만큼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환자는) 일정 기간이 지나더라도 감염력이 유지되는 경우가 있다. 이에 앞서 코로나19 중환자에 대한 20일 재원기간 축소 방안에 대해서도 공문을 통해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며 "의협 전문위원회 등과 충분한 상의를 통해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본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