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의료포럼 11일 발족 이후 첫 토론회...'일차의료 강화' 주제
좌훈정 회장 "일차의료 강화 위해 수가 현실화...인프라 만들어야" 강조
일차의료기관 중심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환자·의사 모두 만족도 높아
고형우 보건의료정책과장 "수가 올리기 위해 어떤 의료 서비스 더 제공할지 고민해야"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등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일차 의료의 역할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의료전문가들은 일차 의료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로 '수가 현실화'를 꼽았다.
한국보건의료포럼(대표 강청희/ 전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은 11일 대한개원의협의회, 국립중앙의료원 일차 의료지원센터, 대한예방의학회, 메디게이트와 함께 '현장 중심 일차 의료 강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보건의료포럼이 지난해 9월 발족한 이후 처음 개최됐다.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임준 서울시립대 교수(도시보건대학원)와 좌훈정 대한일반과의사회장은 일차 의료 강화와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임준 교수는 일차 의료 강화와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필요한 이유로 ▲고령화·저출산·인구 절벽 ▲질병 구조와 맞지 않는 보건의료체계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의료비 증가 ▲건강 불평등 심화 ▲건강권 성장 등을 제시했다.
일차 의료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임 교수는 "만성질환자(등록관리대상자) 건강관리 인센티브를 비롯해 만성질환 관리 포괄 수가 도입 등 지역 단위 일차 의료 기반 수가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면서 "일차 의료 인력 양성·관리와 공동 개원을 위한 시설·장비 지원 및 개방형 병원제도 이용 활성화 등 다양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좌훈정 회장은 '일차 의료의 패러다임 변화와 임상 현장 정책 제안'을 통해 ▲만성질환의 복합 다중화 ▲필수의료 붕괴 ▲질환의 중증도 증가로 인한 상급·종합병원 쏠림 ▲국민소득 증가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 ▲교통 접근성 증가로 인한 수도권, 대도시 집중 ▲신약·신의료기술 개발로 인한 의료비 증가 등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일차 의료의 기능이 약화되고, 대도시와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차 의료 활성화를 위해 ▲전문화 ▲분업화▲현실화 ▲지역화로 구분한 좌 회장은 "일차 의료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도만 자꾸 고친다고 되지 않는다"라며 "과감한 재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일차 의료가 이차·삼차 의료에 대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전문성을 제고하고, 수가를 현실화해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일차 의료, 의원급 의료기관의 본질적인 기능은 Gate Keeper 역할이 아니라 급성질환 치료, 만성질환 관리, 질병 예방과 건강상담 등에 걸쳐 포괄적인 조정자 역할"이라며 "제도적인 규율보다는 수가체계를 기반으로 유인 동기를 부여해야 지역사회기반 일차 의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부터 일차 의료기관 중심으로 시행 중인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의 개선방안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일차 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은 고혈압 및 당뇨병의 발병 초기부터 동네의원 중심의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해 환자 만족도 평가와 의료전달체계 효율화에 기여하고 근거기반 진료지침에 따른 치료를 통해 조절률을 향상시키고 합병증 발생을 지연시키거나 예방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2021년 12월 기준 총 109개 지역의 3781개 의원이 일차 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유원섭 일차 의료 만성질환관리지원단장은 '일차 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성과와 과제'에 대해 발표하며 "시범사업은 효과로 시범사업 참여환자가 비참여기관 환자 대비 높은 임상검사 시행률과 약물 순응도를 보였으며 고혈압과 당뇨병 조절률이 향상되는 효과를 보였다"라며 "합병증 관련해 입원과 응급실 방문 역시 시범사업 참여환자가 비참여환자보다 각각 0.5배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환자는 질병에 대한 교육 만족도, 진료에 대한 설명의 충분성, 의원 신뢰도 의사소통 정도 등에 대해 높게 평가하며 만족도를 보였다"라며 "의사 역시 등록환자와의 친밀감, 환자가 감사하고 있다는 느낌, 의사가 된 것에 대한 자부심 등에 큰 만족도를 보였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유 단장은 시범사업의 한계점을 동시에 지적하며 시범사업의 앞으로 과제로 유관 사업 간 통합모형 도입, 사업 참여율 향상, 사업 참여기관 질 향상 지원, 환자 본인부담 개선, 성과기반 지불보상제도 도입, 사업참여 인력을 위한 지원, 일차 의료 포괄성 강화 필요 등을 짚었다.
좌 회장 역시 만성질환관리제도와 관련해 "상담과 교육을 통해 고혈압, 당뇨병의 지속적인 관리와 합병증 예방, 입원율 감소 등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면서도 "만성질환의 복합 다중화로 인한 환자들의 다양한 진료 욕구와 다학제적인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시골의 읍 단위에만 가도 노인 환자들이 한 의원에서만 자신의 질환들을 관리 받기보다 각 전문과 의원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더불어 교통의 발달로 질환의 중증도가 증가하는 경우 바로 수도권 또는 대도시의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각 전문 진료 영역의 수평적 의뢰를 통한 클러스터 방식의 의료 서비스 질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도 일차 의료 강화를 위해 수가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 나왔다. 이외에도 지역의사회의 역할 강화와 일차 의료 활성화를 위한 교육의 필요성 등의 의견도 제시됐다.
전동찬 대한개원의협의회 기획부회장은 "우리나라가 고령화되면서 앞으로 다양한 진료 과목에서 만성질환이 생길 텐데 현재 다양한 전문 과목에서 많은 수의 전문의가 지역에 배치되어 있어 양과 질은 이미 확보되어있다"라며 "문제는 이러한 의료의 질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저수가 등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우선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정하 교수(중앙대학교의과대학, 가정의학교실)는 "지역마다 개원과의 분포, 환자군 등이 다양하고 일차 의료기관과 친밀도가 없던 정책기관에서 정책을 일관되게 끌고 가기는 불가능해 지역 의사회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현재 시행 중인 만성질환시범사업 역시 지역의사회 참여 독려로 참여하는 의원들이 제일 많다. 일차 의료기관 혁신이나 의료전달체계를 바꾸고 자는 변화를 모색할 때 지역의사회 주도로 역하을 강화할 수 있는 재정적 지원과 역할 부여가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서연주 한국보건의료포럼 부대표는 "일차 의료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의료체계에 대한 정립이 우선되어야 한다"라며 "일차 의료는 최초 환자 접촉자 역할, 문지기 역할, 지속적 조정자 역할을 함에 따라 환자의 지속적 관리에 도움이 되는 안정적인 진료 및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재 교육 시스템의 현주소는 일차 의료에 대한 역할과 범위, 의료 제공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일차 의료 담당에 대한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수가 인상을 위해 의료계에 늘 물어보는 것은 어떤 의료서비스를 더 제공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의료 서비스를 구체화할 수는 없어 때론 얼만큼의 시간을 진료에 투입할 계획인지 물어본다"라며 "수가가 환자의 본인부담금과 연계되어 수가가 올라가면 그만큼 환자 부담금도 올라간다. 의료의 질, 의료 서비스, 환자의 본인부담금, 수가는 같이 가야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