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2차 TV토론 "초기부터 전문가 의견 묵살...오미크론 대응 미흡"
여당 이재명 후보도 "보완 필요"..."중증환자 이송, 좀 더 신속해야"
의료분야 공약 '재정'·'실천 방안' 검증 '전무'...포퓰리즘 비판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26일 앞두고 펼쳐진 '대선후보 2차 TV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제외한 국민의힘 윤석열·정의당 심상정·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정부와 방역당국의 코로나19 방역 정책과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석열·심상정·안철수 후보는 정부와 방역당국이 2년 전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 전문가들의 제언을 묵살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대응 역시 준비가 미흡해 국민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질타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지금까지 정부와 방역당국이 상황별로 적절히 대응하고, 국민의 헌신과 협조한 덕분에 지금의 방역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재택치료 방역 전환에 따른 중증환자 이송체계 보완 필요성은 인정했다.
야 3당 후보 "정부 '주먹구구식 방역' 실패...전문가 의견 무시한 탓"
11일 오후 8시 열린 대선후보 2차 TV토론회는 ▲주제 토론(청년 정책) ▲공통질문 응답(언론 정책·코로나 대응 등) ▲주도권 토론 2회(자유 토론) 등으로 진행했다.
각 당 대선후보들은 지난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2년 간 정부의 방역 대책과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에 대한 손실 보상에 관해 의견을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모두발언을 통해 "코로나19 누적확진자가 120만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국민 의 생명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주제로 열린 공통 질문응답에서 안 후보는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정부가 내 제언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해 정부 방역이 실패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안 후보는 "초기부터 우한폐렴이 메르스보다 더 심각하다고 20여 차례나 얘기했지만 '가짜뉴스 퍼트리지 말라'며 무시한 것에서 비극이 시작됐다. (의협 등) 전문가단체의 중국 입국자 전면 금지 요청도 듣지 않았다"면서 "지난해 5월 백신 확보 제언도 기모란 방역정책관이 '정치인의 허풍'이라며 듣지 않았다. '위드 코로나'는 3차 접종률을 늘린 후에 해야 한다는 제언 역시 듣지 않았다. 그런 일만 없었으면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방역정책관을 없애고 질병관리청의 격을(권한과 책임을) 높이고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나눠야 한다"고 밝힌 안 후보는 "노무현 정부 때 사스, 이명박 정부 때 신종플루, 박근혜 정부 때 메르스, 문재인 정부 때 코로나19가 발생했다. 다음 대통령 때 또 다른 신종감염병이 올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다음 대통령은 방역전문가 수준은 아니더라도 대응 방향과 감염병의 흐름을 이해하고 예측해 올바른 대응 방향을 수립할 지혜가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실 보상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으로 '코로나 특별회계'를 제안한 안 후보는 "땜질식으로 원칙없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보다는 부과세의 10%, 특별소비세의 10%로 매년 7조원을 조성하고, 정부 업무 조정과 감세로 각각 매년 10조원과 7조원을 마련하며, 재난복권 발행으로 매년 1조원을 조성해 25∼30조원의 특별회계를 만들면 국채를 발행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심상정 후보는 정부의 오미크론 대유행 준비 부족을 질타했다.
심 후보는 "오미크론 대유행은 이미 두 달 전부터 예고됐는데 정부의 방역체계가 갑자기 (재택치료 중심으로) 바뀌면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아 '패닉'에 빠트렸다"면서 "최근 정부가 고위험군만(60세 이상자만) 관리하고 (일반관리군은) 자율방역 하도록 추가 대책을 내놨지만 부족하다. 60세 이상은 물론 50세 이상 기저질환자, 60세 이상 백신 미접종자 등도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집중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PCR 검사요건도 완화하고, 신속항원키트 공급도 공적으로 관리해 원활히 해야 한다"고 제안한 심 후보는 "비대면 진료·전화 상담 시스템도 제대로 구축하고, 지역거점별로 대면진료시설을 마련해 국민의 혼란을 빨리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손실 보상에 관해 심 후보는 "손실 보상은 국민의 헌법적 권리"라면서 "선심성 정책만 남발하지 말고 법을 만들어서 법대로 하면 된다"며 세 후보에게 입법 동의를 촉구했다.
윤석열 후보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의협의 중국인 입국자 차단 요청을 방역 대책에 반영하지 않았고, 코로나19 관련 데이터 관리가 미흡하다"며 정부 방역을 '주먹구구식'이라고 평가했다.
윤 후보는 "정부는 K방역이 성공적이라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의협에서 여섯 차례나 '우한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있는 중국인 입국을 막으라고 간곡히 청원했지만 다 무시했다"고 지적한 뒤 "역학조사와 치료과정, 의료시설과 인력,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 중증환자 대응 우선순위 등은 물론 데이터 관리도 전혀 안돼 있다. 그야말로 주먹구구식 방역"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내가 50조원 손실보상안을 제시했더니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결국 국민 1인당 30∼50만원, 100만원 보상을 해오다가 선거에 불리할 것 같으니 이제야 과거에 입은 손실까지 두텁게 보상해야 한다고 나섰다. 진정성이 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는 "정부의 비과학적 방역으로 발생한 자영업자·소상공인 피해보상은 헌법상 보장해야 한다"며 "당선되면 100일 이내에 전액 손실보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오미크론 대응 재택치료 전환에 큰 문제가 없다"며 정부의 방역대책을 옹호했다.
이 후보는 "재택관리 프로그램은 경기도에서 내가 먼저 만들었다. 재택치료 환자 중 증상이 심해진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면 된다.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된다. 동네의원들도 동원돼 참여하고 있다"면서도 "중증환자 이송을 좀 더 스마트하게, 신속히 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손실보상에 관해서는 "초기에는 피해자와 피해 정도를 파악할 수 없어서 전국민 재난지원을 말했던 것이고, 지금은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이 더 급하기 때문에 재원을 마련해 전액 보장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이 후보는 "정부가 감염병 예방업무를 국민에게 넘긴 만큼 특별한 국민의 희생에 대해 충분히 보상해야 한다"며 "당선되면 긴급재정명령을 통해 해결하겠다. 필요하다면 법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그 많은 보건의료 공약, 실현 가능성 있나?...포퓰리즘 공약 남발 비판
이날 TV 토론회에서는 각 후보들이 공약한 '시혜적 성격'의 보건의료 공약에 관해 상호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4인의 대선 후보들은 각 정당 후보로 결정된 이후 앞 다퉈 보건의료공약을 쏟아냈다.
이재명 후보는 코로나19 장기화를 빌미로 ▲공공의료 확충 ▲지역 공공·필수인력 양성 ▲전 국민 주치의제 도입 ▲보편적 상병수당 도입 ▲공공산후조리원 확충 ▲피임·임신 중지에 관한 건보급여 확대 ▲임플란트 건보급여 확대 ▲탈모치료 건보급여화 ▲공중보건간호사·지역의사제 도입 등을 약속했다.
윤석열 후보 역시 ▲간병비 급여화 ▲간호간병서비스 확대 ▲코로나 백신 부작용 인관관계 증명 책임 정부 부담 ▲백신 부작용 선보상 후보상 ▲국립의대 분원 설립 ▲닥터헬기 운영지역 전국 확대 ▲필수의료 국가책임제 등을 공약했다.
심상정 후보는 ▲'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 ▲상병수당 도입 ▲공공보건의료 강화 ▲주치의제 도입, 건강관리 국가책임제 등을 내걸었다.
안철수 후보는 ▲정신건강 국가책임제 ▲전 국민 건강검진에 정신건강 검진 추가 ▲건강보험 60% 보장 또는 80% 보장 범위 이원화 ▲중증질환 보장 강화 ▲전 국민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무상 제공 등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4인 대선 후보들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보건의료 공약을 내세웠지만, 어디에서 어떻게 얼마나 재원을 마련할 것인지, 저출산·고령화 위기 속에 건보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재원 확보와 제도 개선 대책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보 보장성 강화, 급여 확대, 가입자 본인부담 완화, 의대 신설·의대정원 증원, 수가 인상 등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정책을 공약하고 있지만 정작 명확한 재원 조달 방안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건강보험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보건의료 전문가들과 의료계는 "대선 후보들이 의료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선심성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라면서 "공약을 위해 정책을 무리하게 강행하면 건보재정 부실화로 건강보험과 의료체계의 존립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