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신설·증원 등 '의사 수 부족' 관련·공공의대 설립 필요?
원격의료 확대·보장성 강화 우선순위 '4개 이슈, 4개 정당 의견'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 보건의료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각당 대선 후보는 민생 공약을 연이어 내 놓으며 표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어느 당에서도 보건의료정책의 중장기 발전 방향, 소위 '큰 그림'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의협신문]은 제20대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가 주최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초청 보건의료정책 토론회'를 통해 제시한 각 정당의 보건의료정책 공약을 주제별로 정리했다.
2월 11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 국민의힘 박은철 선대위 보건바이오의료정책분과위원장, 정의당 고병수 건강정치위원장, 국민의당 윤영희 부대변인이 대표로 참석, 각 당의 대선 보건의료 공약을 설명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기획 순서>
1. 보건의료 공약만 파보자! 큰 그림 그려본다면? ▶바로가기
2. 의료계 투쟁 부른 '4대 악법'…대선후보자 생각은?
3. 의약분업 20년…이젠 대체조제? 평가부터 해야 ▶바로가기
4. 번외편? 보건부 독립 찬·반, 그리고 '원 포인트' 질의 ▶바로가기
의료계는 2020년 의대 정원 증원, 공공의대 신설, 원격의료 확대, 한방 첩약 급여화 등 정부 정책을 '4대 의료악법' 으로 규정, 투쟁에 나섰다.
4대 의료악법 반대 투쟁은 개원의·전공의·전임의 등이 파업에 동참하고, 급기야 의대생들이 국시 거부를 선언하는 극한 대립 속에 극적으로 의-당-정이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재논의키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의 출현과 오미크론 우세종화에 따라 확진자가 23일 현재 17만명으로 급증, '안정화'를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각 당 후보자들은 4대 의료악법과 관련이 있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의협신문]은 2020년 의료계를 뜨겁게 달군 의료분야 4대 이슈에 관해 각 대선 후보자들의 입장을 살펴봤다. 의대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입장, 한방 첩약 급여화와 보장성 강화 우선순위 등을 정리했다.
■ 의대 정원 증원 '의사 수 부족' 이슈...공공의대 설립
더불어민주당 "우리나라 의료인력 충분치 않아…전문대학원 세워 국가가 양성해야"
더불어민주당은 우리나라 의료인력, 특히 필수의료 분야가 절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필수의료·공공의료·지역의료 분야의 인력을 각각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추진하고, 국가가 '과감히' 나서서 직접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주 의원은 "전라남도 등 의대가 없는 지역에 의대 신설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머지 필요한 의사 인력은 각 의과대학과 협의해 인력을 늘리겠다. 이는 작년에 이미 발표한 내용"이라고 전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8월 "전문적인 의무사관학교 개념의 국립보건의료전문대학원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의료인력 확보에 관련해 김성주 의원은 "지방 공공의료원의 의사가 부족하다. 공공임상교수제도를 시급하게 시행해 대학병원에 소속된 교수 인력들이 지방의료원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우리나라 의과대학 수 많아…의대 짓기 보다는 입학정원 확장해야"
국민의힘은 새로운 의과대학을 설립하기 보다는 의대 정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짚었다.
박은철 위원장은 "우리나라 의과대학이 40개이고, 미국이 120개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6배나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의과대학이 2배 더 많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입학 정원이 50명도 안 되는 의과대학이 17곳이다. 의과대학을 더 짓자고 하기 전에 정원을 우선 확장하는 것이 대안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철 위원장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의대 증원을 251명 감축했음을 짚으며 이를 원상복구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의대정원을 우선 지방이나 소규모 의과대학 20% 증원, 나머지 5% 증원한 뒤, 이후 수급 예측에 따라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공공의료 강화 방식 역시 공공의대를 설립하기 보다는 공공정책 수가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은철 위원장은 "2021년 10월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환자의 41%가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2022년 1월 1일 현재 51%, 특히 중환자실은 77.8%에 달한다"면서 "코로나 팬데믹은 전쟁 상황과 같다. 민간병원 동원 계획을 미리 준비했다면 훨씬 상황이 수월했을 것이다. 공공정책 수가를 통해 민간병원 중환자실·음압병실·응급실 등에 국가가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써야 한다"고 정리했다.
정의당 "필수의료인력 늘려야…의대 짓기보단 의대 필수의료 정원 증원"
정의당은 공공의료·필수의료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방식에 있어서 민간 영역을 공공 영역으로 유인하는 의료공공성 확보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의대 신설보다는 필수의료 분야 의대 정원 증원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고병수 위원장은 "이미 우리는 80대 20 정도의 민간과 공공 영역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바꾸기 쉽지 않다. 물론 공약에 공공의료를 늘리거나 지역병원 설립 등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민간화된 영역을 어떻게 공공영역으로 끌어들일 것인가에 관한 부분"이라며 "주치의제도, 1차의료 활성화, 지역사회 통합돌봄 등이 바로 의료 공공성이다. 이를 위한 민간 병·의원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대를 새로 설립하기보다는 정원을 늘리고, 특히 필수의료 쪽으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제시했다.
고병수 위원장은 "필수의료 의사 수 늘려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목포 등 의대 신설은 반대했다"라면서 "의대 정원을 늘리고, 이 부분을 필수의료 쪽으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의료인력을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 의료인력들이 현장에서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올해 초 인터뷰 등을 통해 "의료인력을 OECD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인구 1000명당 1명 이상의 공중보건인력을 정규직으로 확충하겠다"고 공언했다.
국민의당 "공공의대 설립 반대…연구중심 의대 설립 필요"
국민의당은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필수의료 분야의 수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대 신설과 관련해서는 앞서 2020년 공공의대 설립 반대입장을 표명했음을 언급했다.
다만 백신 주권 확보나 바이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학기반의 연구중심 의대 설립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 증원 문제는 사회적 논의를 먼저 시작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윤영희 부대변인은 "70개 중진료권에 거점병원 설치 방식의 공공의료기관 추가 설립은 찬성한다. 다만 의료취약지부터 점진적으로 설치하고, 기존 지방의료원을 보완하는 방식을 병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도서·산간 지역 병원 운영은 시설이 아닌 의료인 수급 문제를 선결해야 한다면서 필수진료과목의 합당한 수가 조정과 의료인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비대면 진료 확대,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확대"·정의당 "우려"·국민의당 '관심'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지난 2020년 2월 24일부터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진료에 익숙해진 국민의 편의성을 고려해 제도화 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었다.
특히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지난해 말 스타트업 대표들과의 만남에서 "비대면 진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언급, 가장 먼저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후보는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기술적 진보가 충분히 있다"면서 "차기 정부를 구성한다면 기존 의료계와 새로운 혁신 사업자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하지 않도록 하면서 첨단기술의 혜택을 온 국민이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토론회에서 유일하게 '비대면 진료'에 관한 입장을 밝힌 곳은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코로나19 상황 속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에도 환자 편리성 도모, 의료 안정적 측면을 췌손하지 않는다면 제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주치의를 통한 비대면 진료 및 협진체계 확립 추진을 예고한 김성주 의원은 ▲취약계층 의료접근성 제고를 위한 비대면 의료서비스 활성화 ▲의료취약지역 및 재택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한 비대면진료 체계 마련 ▲비대면의료 통합관리센터 설립을 통한 정부-의료계-환자 거버넌스 체계 구축 등의 계획을 예고했다.
여기에 최근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서 비대면 의료 서비스 모델 구축에 관한 연구를 추진한다고 밝힌 만큼, 여당의 비대면 제도화 방향성은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진료 확립에 강력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곳은 정의당이 유일하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올해 초 인터뷰 등을 통해 "비대면 진료 확대는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등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대면진료를 비대면 진료로 대체할 경우 동네 의원이 붕괴되고, 수도권 대형병원 환자 쏠림 가속화로 의료전달체계 붕괴 우려가 크다"면서 "의료사고 책임 소재 문제 또한 불분명하다"고 우려했다.
국민의당의 경우, 안철수 후보가 대표적인 비대면 진료 플랫폼인 닥터나우를 방문한 행보 외에 직접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 한정된 보험 재정…'한방 첩약 급여화' 보장성 강화 우선순위?
의료계가 '한방첩약 급여화'에 반대 입장을 내놓으면서 가장 크게 반대한 이유는 "더 중요한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한방첩약 급여화는 한정된 보험재정에서 '보장성 강화 우선순위'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한정된 보험재정 아래 정부는 국민적 요구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초고가 신약 등재를 포함한 보장성 강화 우선순위에 관해 각 당의 의견을 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우선순위와 관련해 중증질환에 집중해야 하나, 보편적 질환의 경우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보편성 강화 측면을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의 '탈모' 공약 역시 이러한 측면에서 검토하겠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주 의원은 "건강보험의 보편적 보장성 강화 측면에서 가입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고, 지속 가능한 제도를 만들 수 있다"라면서 "이런 흐름에서 탈모치료 건강보험 적용 확대, 모발이식 분야, 중등탈모 치료에 급여 확대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희귀질환 초고가 신약 등재와 관련해서는 "전 국민이 납부한 건강보험 재정에서 갖다 쓰는 것으로,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현재의 건정심 구조에서 이런 의사결정은 어렵다"면서 "희귀질환 관련 특효치료제가 있다면 별도의 심의 트랙을 만들어야 한다. 재정도 별도의 기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의료비 본인부담금 100만원 상한제'를 통해 "피부·미용·성형 등 질환 관련 없는 의료비를 포괄하는 것"이라고 밝혀 우선순위에 대한 민감도가 가장 떨어졌다.
고병수 위원장은 "2030년까지 전체 보장성을 80%까지 올리고, 병원 입원 시에는 90%까지 올리는 전략을 갖고 있다"면서 "주치의제도 등을 통해 의료이용을 줄이고, 보장성을 높여 민간 의료보험 가입을 줄이는 방식으로 재정을 충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감기 등과 같은 경증질환에 대해서는 (보장성을)축소하더라도 암이나 희귀질환 등 중증질환은 지속가능한 범위에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철저한 우선순위의 보장성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케어와 관련해서는 "추진 이후 당초 약속한 보장률 70%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무엇보다 경증 질환 보장률은 늘었지만 빈곤층 보장률이 오히려 줄었다"고 꼬집었다.
초고가 신약 급여화에 대해서도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주고자 하는 것으로 존중하며 위험분담이라는 도입 취지에 부합한다"면서 "하지만 한 사람에게 고가의 건강보험을 보장받는 것에는 효율성 문제가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원론적인 태도를 보였다.
보장성 강화 대책에 대해 다소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은 국민의힘은 "급여의 우선순위를 고려하고, 비급여에 대한 본인부담을 낮춰 재난적 의료비를 부담하는 3층 보호막을 쓸 때 보장성 강화가 훨씬 많이 되리라는 것이 기본적 생각"이라고 정리했다.
희귀질환 초고가신약 신속등재와 관련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적응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위험분담제가 현재는 답이라고 보인다"라면서 "재원은 별도 기금을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