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통보, 의사 아닌 심평원에?...더불어민주당 "국회 입법 맡기자"
국민의힘·정의당 "의약분업 평가·약효 동등성 평가 전제돼야"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 보건의료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각당 대선 후보는 민생 공약을 연이어 내 놓으며 표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어느 당에서도 보건의료정책의 중장기 발전 방향, 소위 '큰 그림'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의협신문]은 제20대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가 주최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초청 보건의료정책 토론회'를 통해 제시한 각 정당의 보건의료정책 공약을 주제별로 정리했다.
2월 11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 국민의힘 박은철 선대위 보건바이오의료정책분과위원장, 정의당 고병수 건강정치위원장, 국민의당 윤영희 부대변인이 대표로 참석, 각 당의 대선 보건의료 공약을 설명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기획 순서>
1. 보건의료 공약만 파보자! 큰 그림 그려본다면? ▶바로가기
2. 의료계 투쟁 부른 '4대 악법'…대선후보자 생각은? ▶바로가기
3. 의약분업 20년…이젠 대체조제? 평가부터 해야
4. 번외편? 보건부 독립 찬·반, 그리고 '원 포인트' 질의 ▶바로가기
2000년 의약분업을 계기로 의료계에는 큰 파장이 일었다.
정부는 무분별한 약의 오남용을 막고, 건강보험 재정도 절감하겠다며 의약분업제도를 일방적으로 강행했다. 정부가 의약분업제도를 강행하자 의료계는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5차례의 휴폐업 투쟁으로 맞섰다.
의약분업제도 강행 22년. 약계는 '대체조제 활성화'를 열망하고 있다. 대체조제는 의약분업을 둘러싼 의-약-정-시민·사회단체 간 첨예한 대립과 협의를 거쳐 약사법에 명문화한 제도다.
약사는 약사법 제27조제1항에 따라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처방전에 적은 의약품을 대체조제하려는 경우,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 또는 치과의사에게 대체조제하려는 사유 및 내용에 대해 전화·팩스 또는 컴퓨터통신 등을 이용해 동의를 받아야 한다.
약계는 대체조제를 할 때마다 의사·치과의사에게 고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사후통보하는 약사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대체조제 규정을 바꾸기 위한 약사법 개정안은 지속해서 발의되고 있다. 가장 최근 발의된 법안은 2020년 9월 2일 약사 출신 의원이 발의한 약사법 개정안. 약사가 대체조제 후 의사·치과의사에게 사후통보하는 방식 외에 심평원에 통보하는 방식을 추가하고, 통보를 받은 심평원이 처방을 한 의사·치과의사에게 알리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계는 인체 흡수 정도가 오리지널 대비 80∼125% 범위 안에 들기만 하면 허가하는 제네릭 제도의 특성상 태생적으로 오리지널약과 제네릭약은 동일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네릭의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의사에게 의무적으로 성분명 처방을 강제하는 국가는 드물다는 점을 근거로 대체조제의 문제점을 짚었다.
대선 후보자들의 의견을 어떨까? 각기 다른 의견을 제시했지만 크게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반대' 입장을, 더불어민주당은 비교적 '찬성'에 가까운 입장을 밝혔다.
먼저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법안의 경우, 국회 입법에 맡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해당 문제를 직역 간의 갈등이라는 시각으로 본다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환자의 알 권리, 선택권 보장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관련 법안에 대한 지지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했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의약분업에 관해 평가해야 하며, '약효 동등성 평가'를 전제한 상태에서 논의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국민의힘 박은철 선대위 보건바이오의료정책분과위원장은 "의약분업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문을 가져왔다. 그리고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다가오는 2025년에라도 의약분업 평가가 이뤄지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고병수 건강정치위원장 역시 "의약분업에 대한 평가가 전혀 없다는 것은 문제다. 이러한 평가가 전제된 상황에서 대체조제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대체조제에 대한 근거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구호와 관련해 "약사의 경우 화학적 성분을 연구하고, 약을 조제하고, 보관, 판매를 담당한다. 의사들은 약의 기전이나 부작용을 주로 공부한다"라면서 "구호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본지 취재 결과,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구호는 약계가 의약분업 사태에 앞서 '약=약사'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네이밍한 결과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약효 동등성 평가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대체조제 활성화는 어불성설"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은철 위원장은 "얼마 전 발사르탄 불순물로 인해 난리를 겪었다. 약효 동등성 평가가 있어야 대체조제 활성화에 관한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아직 확정된 의견이 없다"라면서 "공론화가 필요하면 합리적으로 결정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2020년 9월 2일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약사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2021년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5월 보건의료발전협의체 등에서 논의했지만 불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