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부 독립, 국민의힘·정의당·국민의당 "독립 찬성" VS 더불어민주당 "당분간 같이 가야"
탈모 급여/군 의료 이동형 원격진료/병원비 100만원 상한제/정신과 의료비 90% 지원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 보건의료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각당 대선 후보는 민생 공약을 연이어 내 놓으며 표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어느 당에서도 보건의료정책의 중장기 발전 방향, 소위 '큰 그림'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의협신문]은 제20대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가 주최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초청 보건의료정책 토론회'를 통해 제시한 각 정당의 보건의료정책 공약을 주제별로 정리했다.
2월 11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 국민의힘 박은철 선대위 보건바이오의료정책분과위원장, 정의당 고병수 건강정치위원장, 국민의당 윤영희 부대변인이 대표로 참석, 각 당의 대선 보건의료 공약을 설명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기획 순서>
1. 보건의료 공약만 파보자! 큰 그림 그려본다면? ▶바로가기
2. 의료계 투쟁 부른 '4대 악법'…대선후보자 생각은? ▶바로가기
3. 의약분업 20년…이젠 대체조제? 평가부터 해야 ▶바로가기
4. 번외편? 보건부 독립 찬·반, 그리고 '원 포인트' 질의
대선 이후에는 크고 작은 정부기관 개편이 있기 마련.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보건부 독립'에 관한 이슈가 오랜동안 논의되고 있다.
특히 2015년 메르스 사태 후속대책으로 2020년 9월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한 사례를 들어 보건부 독립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코로나19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예산이나 지원이 복지 분야로 치우쳐 있어, 보건 분야 정책과 전문성 확보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대선 후보자들은 보건부 독립에 관해 어떤 입장일까?
'보건부 독립' 찬성을 의견을 밝힌 곳은 정의당이다. 정의당은 보건부를 국민건강부로 개칭하자는 공약도 내놨다.
고병수 위원장은 "심상정 후보가 보건부 독립에 찬성하고 있다. 국민건강부로 이름을 바꿔 독립해야 한다는 의견"이라면서 "복지와 보건 영역에서 재정·인력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를 바라봐야 한다. 예산 편성이 복지는 70조원이지만 보건은 13조원 정도인 반면에 인력은 복지 60, 보건 40 비중"이라고 분석했다.
"2년마다 국장이 바뀌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일관성 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독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처간 협업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충분히 협업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단지 그 이유로 잘 안 될 것이라는 진단을 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도 분리가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윤영희 부대변인은 "각각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보건 파트와 사회복지 파트를 분리하자는 의견이 양측에 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양측의 취지에 모두 공감한다"면서 "특히 아직 완비되지 않은 감염병 대처 능력을 봤을 때 분리가 타당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역시 독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에 무게를 실었다.
박은철 위원장은 "한 부서를 나눌 때 생길 수 있는 연쇄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보건부 독립으로 전문성이 강화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국민의힘 선대위 정기석 코로나19대응위원장 역시 최근 언론을 통해 "보건과 복지분야가 묶여있는 한 보건정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컨트롤타워를 구성하지 못했다. 보건부를 독립하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교적 보건부 독립에 부정적 견해를 보인 곳은 더불어민주당이다.
김성주 의원은 "한때 의료계에서 관심을 덜 받는다는 이유로 보건부 독립을 요구했다.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복지 분야에 관심이 덜하다. 사회복지 영역에서 분리를 요구하고 있다"라면서 "중요한 것은 분리, 통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의 균형과 조화 능력"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효율적으로 조율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한 거지 부서 분리가 답일까 하는 의문이 있다"고 지적한 김성주 의원은 "특히 커뮤니티케어, 통합돌봄 서비스 등 보건과 복지를 분리하면 협업할 수 있는가 하는 우려가 있다. 당분간 보건과 복지가 같이 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면서 보건부 독립에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 토론회 번외편...쟁점 공약 '원포인트' 질의
Q. (더불어민주당에 질의) : 탈모 치료제, 모발이식 급여화 언급이 의도 여부를 떠나 보건의료분야 공약 중 가장 큰 이슈를 끌었다. 하지만 급여 우선순위 문제와 관련, 비판적 견해들도 있다. 현재 어떤 입장이고,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이번 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끈 정책 중 하나가 탈모다. 사실 당혹스러웠다. 이미 탈모는 질환으로서 병적 탈모는 급여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안 하던 것을 하는 것이 아니다. 급여 범위 확대와 자기 부담 비용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왜 탈모에까지 건보에 적용해야 하느냐?'는 반론은 잘못된 것이다.
사회보험 원리가 위험의 분산, 비용의 분담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는 생명을 다투는, 심한 고통이 가중되는 희귀 질환, 중증질환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질환이라면 일정 부분은 사회가 짊어지는 건강보험의 보편적 보장성 강화 측면도 있다. 현재 공약은 탈모치료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고, 모발이식 분야와 중등탈모 치료에 급여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내용이다.
Q. (국민의힘에 질의) : 군 이동형 원격진료와 관련한 공약을 했다. 군 의료는 보건의료분야에서도 발전이 더디고 발전 방향에 관한 논의도 제대로 되지 못하는 분야 중 하나다. 공약을 자세히 설명해 달라.
군 병원은 화생방 등 특수화해야 하는 분야가 있다. 또 일상적인 장병 진료도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부대 배치 성격상 전방, 격오지, 해상 근무자들도 있다. 파병 나간 장병들 역시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움직이는 원격의료를 하자고 제안한 거다. 현재 32개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만족도 조사를 했더니 90% 정도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시범사업에 대한 예산이 줄었다는 점이 아쉽다. 군 이동형 원격진료는 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본다.
Q. (정의당에 질의) : 심상정 케어로 명명된 보건의료분야 공약을 발표했다. 병원비 100만원 상한제 도입 등 꾸준히 주장한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건보재정으로 인해 도입이 쉽지 않을 거란 지적이 있다. 재원 조달 방안이 있나?
가장 매력있는 공약이다. 정확히는 의료비 본인부담금 100만원 상한제다. 소아 청소년 18세 이하 의료비까지 포함돼 있고, 피부·미용·성형 등 질환과 관련 없는 의료비, 입원했을 때 드는 비용까지 포함한 것이다. 장기적으로 2030년까지 전체 보장성을 80%까지 올리고,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90%까지 올리는 전략이다.
재정을 많이 우려하는데 가능하다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국가 재정을 투입해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주치의제도를 통해 단순한 질병을 줄이는 방법으로 의료비를 아낄 수 있다. 또 보장성이 높아지면 민간 의료보험 50조원을 돌릴 수 있다. 이 정도라면 100만원 상한제를 충분히 가능하다고 추산했다.
Q. (국민의당에 질의) : 정신건강의학과 의료비 90% 국가 보장을 공약했다. 정신건강의학과 문제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구체적인 로드맵을 설명해 달라.
국민의 정신건강을 국가가 책임지는 정책이다. 정신건강 의료비 90%는 건강보험이 보장한다는 것이 가장 큰 부분이다. 조현병 환자처럼 위험요소가 있는 환자는 빠른 치료를 위해 응급의료비를 국가가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연간 4000억원~5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강제 입원·전원도 현재는 지방자치단체장이 권한을 갖고 있지만 폐해가 있기 때문에 전문가위원회 구성을 공약했다.
5년에 한 번씩 정신건강을 검진하는 공약도 발표했다. 현재로서는 우울증 증상을 발견해도 진료로 연계되지 않고 있다. 진료로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