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올해 주목해야 할 법률들...④'한시적 전화 상담 및 처방 제도화' 의료법

기획 올해 주목해야 할 법률들...④'한시적 전화 상담 및 처방 제도화' 의료법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22.03.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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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입법 교두보 확보?...'한시적 허용' 진료 건수 늘어
의협, 반대 고수...오진 증가·의료사고 책임소재·개인정보 유출 등 과제 '산적'
정부·정치권, 제도화 강행 움직임...플랫폼업체, 시장선점·확대 경쟁도 '치열'

임인년 새해 시행을 앞뒀거나, 시행을 위한 하위법령 확정 논의를 앞둔 법률안들이 적지 않다. 의료계는 각종 규제법안에 의해 처벌받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함과 동시에 합리적 개선을 위한 대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의료환경 변화에 따른 수가체계 개편과 해외환자 유치 및 지원 관련 법률 논의도 예고되고 있다. [의협신문]은 올 한해 시행을 앞두고 있는 법률안, 그리고 모법 통과에 따라 하위법령 결정 과제가 남은 법률안들을 재조명해봤다.

<기획 순서> 올해 시행(중요사항 결정) 예정 법률안 짚어보기
①1월 27일 중대재해법 시행...병원계 '직격탄', 3년 뒤 개원가도 적용
②구멍 많은 응급의료법...응급환자 수용 거부? 인력·장비 부족은?
③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하위법령에 합리적 방안 담아야
④'한시적 전화 상담 및 처방' 제도화?...코로나19 빌미로 대면진료 약화 우려
⑤지역의사제 도입, 가능한가?...정치권 책임성 보여야
⑥해외환자 유치 및 지원 강화...가깝고도 먼 얘기, 준비부터 철저히

A의료기관 의료진이 재택치료를 하고 있다.  [사진=박승민기자 seungmin0723@kma.org ] ⓒ의협신문
A의료기관 의료진이 재택치료를 하고 있다. [사진=박승민기자 seungmin0723@kma.org ] ⓒ의협신문

2년 여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장기화가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견인하고 있는 가운데, 보건의료 환경 역시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과 다른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주기적 감염병 팬데믹 상황에 대응할 필수·공공의료 확충, 백신·치료제 개발 역량 강화, 제약바이오산업 경쟁력 확보 등 필요성에 사회적 관심과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최소화 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한 의사-환자 간 전화 상담 및 처방에 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대면진료 원칙 훼손과 그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는 '원격 진료 범위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강병원·최혜영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계류 중이다.

한시적 허용→진료 건수 증가→관련 플랫폼 성장...제도화 요구↑
의료계는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공공 의전원 신설, 원격의료 확대, 한방 첩약 급여화 등 정책 추진 관련 의료법·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4대 의료 악법' 으로 규정,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비롯해 강력한 투쟁을 전개했다.

의료계의 투쟁은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재논의키로 한다'는 의정 합의, 의당 합의 체결로 철회됐다. 그러나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감염병 확산을 최소화 하겠다며 한시적으로 의사-환자 간 전화 상담 및 처방을 허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난 2년 동안 한시적 전화 상담 및 처방 건수는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빌미로 전화 상담 및 처방을 넘어 원격진료의 제도화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축적한 전화 상담 및 처방 자료를 토대로 의료계가 제기한 안전성 문제도 반박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제도화를 공약했다. 여당은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인 의료법 개정안에 눈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틈타 원격진료 플랫폼 사업자들은 한시적으로 허용한 전화 상담 및 처방의 효율성을 부각시키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제도화·산업화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올 여름 '코로나→토착 질병화' 예상...정부·정치권, 의료법 개정 추진 예고
의정 합의와 의당 합의로 중단한 의사-환자 간 한시적 전화 상담 및 처방을 제도화 하기 위한 의료법 개정 논의는 올 여름이 분기점이라는 전망도 있다. 코로나19가 풍토병화 하면 '코로나19 안정화 후 논의 재개'라는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은 대선 정국에 원격진료 제도화를 공약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지난 2월 22일 발표한 '대선 공약집'을 통해 "전화 상담 및 처방 진료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실천 방안으로 ▲취약계층의 의료접근성 제고를 위한 전화상담 및 처방 의료서비스 활성화 ▲의료취약지역 및 재택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한 전화 상담 및 처방, 건강관리 체계 마련 ▲전화 상담 및 처방 통합관리센터 설립을 통한 정부-의료계-환자간 거버넌스 체계 구축 ▲공공플랫폼을 통한 정보보호 관리체계 및 정부 주도 공적 전자처방 전송 시스템 확립 등을 제시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도 지난해 12월 2일 서울 중구 시그니처타워에서 열린 스타트업 정책토크에서 전화 상담 및 처방에 대한 후보자의 생각을 묻는 참석자의 질문에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의료계와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는 창업자들과 이해관계가 상충하지 않게 해서 원격의료라는 혁신적인 제도와 최첨단 기술의 혜택을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면서 "원격 전화 상담 및 처방은 피할 수 없는,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라고 밝혔다.

개정안 대표 발의자인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지난 2월 10일 국회에서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대한민국의학한림원와 함께 개최한 '디지털전환 시대, 비대면(전화 상담 및 처방) 진료의 미래' 정책세미나에서 의료법 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전화 상담 및 처방이)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진료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코로나19 위기상황이 아닌 경우 일반적으로 의료계에서 전화 상담 및 처방의 안전성, 사고발생 시 문제점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에서 시행해본 결과 큰 문제가 드러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오미크론 확산, 재택환자 50만명...플랫폼 사업자들, 온라인 마켓팅 '봇물'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전화 상담 및 처방과 의약품 배송 플랫폼 사업자들이 득세하고 있다.

현재 닥터나우, 올라케어, 솔닥, 굿닥, 엠디톡, 바로필, 닥터콜, 모두약, 닥터아이, 나만의닥터, 최강닥터, 메듭, 아는 닥터, 닥터히어, 닥터온, 썰즈, 홀드 등 10여 개의 플랫폼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재택치료 환자는 50만명에 육박(2월 22일 현재)하는 상황이다. 플랫폼 업체들은 사업 확장의 호기로 판단하고 있다. 환자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업체들은 급기야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 소지가 있는 광고를 앞다워 게재하고 있다. 처음에는 전화 상담 및 처방 앱 홍보 유도, 커피 쿠폰 지급 정도의 비교적 소극적 마케팅 활동에서 나아가 최근에는 '진료비·조제료·의약품 배달비 무료' 마케팅까지 하고 나섰다.

코로나19와 관련이 없는 탈모약, 성기능약, 사후피임약, 비만약, 피부약 등 의사와 마주하기 꺼리는 질환까지 확장하면서 업체 이용자 수는 100만명을 훌쩍 넘었다. 

의료계, '대면진료 원칙 훼손' 반대..."산업보다 국민건강 우선"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진료는 대면진료의 원칙을 훼손하고, 국민 건강에 위해를 초래하며, 의료체계를 붕괴할 우려가 크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해 12월 6일 입장문을 통해 "국가적 재난상황을 틈타 의료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편하다는 이유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앞서 산업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키며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얘기해서는 안 된다"라면서 "의협을 비롯한 여러 보건의약단체 전문가들이 누차 경고해 왔듯이 의료의 본질과도 같은 '대면진료 원칙'이 훼손될 경우 국민건강에 커다란 위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은 "의료는 비용효과성과 경제성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중차대한 국가적 정책을 결정할 때에는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과 치열한 논의, 그리고 정확한 공식적 통계에 근거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전화 상담 및 처방의 안전성·유효성 입증이 부족하고,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등 예견되는 부작용에 대해 우려했다. 해당 사안이 2020년 9월 4일 대한의사협회와 정부, 그리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체결한 의정 합의와 의당 합의를 위반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문석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은 지난 1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심장학회 스마트헬스연구회' 심포지엄에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문 실장은 의협이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의학적·기술적 안전성 ▲임상적·정책적 유효성 ▲경제적·산업적 접근 ▲법적 문제 ▲개인정보 유출 ▲적정수가 책정 등을 언급하면서 "(의료정책연구소의 전화 상담 및 처방 관련 대회원 설문조사 결과) 의사회원 중 83.5%가 환자 안전성 확보에 대한 의료적 판단이 어렵다고 대답했고, 8.7%의 회원이 대면진료보다 특별히 나은 점이 없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라고 밝혔다. 문 실장은 "안전성 및 유효성 확보, 대면진료 원칙 등을 필수적으로 선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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