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결과 나왔다고 형사책임? 사고 위험 높은 외과 기피...의사 수입할수도
의료분쟁, 형사책임 확대 말아야...형사처벌 면제 '의료분쟁특례법' 필요
법적 분쟁 없이도 환자 피해 원만한 배상...신속한 피해 회복 촉진 가능
2020년 모 대학병원 의료진이 대장암이 의심되는 장폐색 환자에게 장정결제를 투여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 대해 1심 법정구속 판결이 내려지고, 2018년에는 8세 소아환자의 탈장을 조기진단하지 못해 사망한 사건으로 담당의사 3명이 1심 법정구속 판결을 받았다. 2017년에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감염 사건으로 모 교수가 구속됐으나 최근 의료진이 전부 무죄판결을 받았다.
침습적인 의료행위의 특성상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망이라는 악결과를 이유로 의료진이 법정구속되거나 실형을 선고받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서 유족들의 슬픔과 아픔을 이해하고 그들의 주장을 충분히 참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으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민사책임을 넘어 의사에게 과중한 형사책임까지 부담시키는 것은 고의없이 선의로 의료행위를 한 의료인에게 사망과 같은 나쁜 결과에 대해서는 결과론적 관점으로 판단해 처벌하는 것이며 분쟁의 원만한 해결이 아니라 분쟁을 오히려 조장한다는 점에서 재고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의료사고로 인한 환자의 피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구제하고 의료인에게 보다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고의에 준할 정도의 의료과실이나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의료행위 등을 제외하고는 보험가입을 조건으로 의료인의 형사처벌을 면제하도록 하는 '의료분쟁특례법'의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의사는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 진료하지만 의사 또한 전지전능한 무결점의 신이 아니라 본의아니게 실수를 할 수 있는 인간에 불과하며, 아무리 실력 있고 경험이 많은 의사라 하더라도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실수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와 같이 나쁜 결과를 이유로 의사를 과도하게 형사처벌하는 추세가 지속된다면 상대적으로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흉부외과, 신경외과와 같이 의료사고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진료과목 의사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고 결국에는 외국에서 수술할 수 있는 의사를 수입해서 수술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 언젠가는 현실이 될 수 있다.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은 단순히 의사의 형사책임을 면책시키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의사와 환자간 발생할 수 있는 의료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하고자 하는데 그 주된 목적이 있는데, 의료분쟁특례법 조항 중 주요 내용은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에 가입된 경우 형사처벌에 대한 특례를 규정한 것이다.
즉 의사의 배상책임보험 가입 시 업무상과실에 대해 형사처벌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의료분쟁을 형사책임 영역으로까지 확대시키지 말고 민사배상 책임 단계에서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주된 취지이다.
실제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도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보험가입 시 형사처벌 특례를 규정하고 있으나 12대 중과실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듯이 의료분쟁특례법의 경우에도 그 주된 목적이 의사의 형사처벌 면책이 아니라 환자가 입은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는 것이며, 다만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하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의료행위를 한 경우 등 업무상 과실의 정도가 큰 경우에는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한다면 의사에게 과도한 혜택을 제공한다고 볼 수도 없다.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은 의무가입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는 차량운전자의 보험가입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입률이 낮지만 만약 형사처벌 특례 조항이 생긴다면 의사의 배상책임보험 가입률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임상현장에서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의사의 경우에는 의료사고 발생 시 부담을 느끼고 법대로 하라는 식의 자세로 환자를 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환자는 이러한 의사의 응대에 상처를 입고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해 양 당사자가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의사의 경우에는 본인의 부담이 적기 때문에 보험사를 통한 의료분쟁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보험금을 지급받게 되는 환자는 의사를 상대로 불필요하게 소송을 제기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당사자간 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기대할 수 있다.
배상책임보험 가입 시 형사처벌 특례조항은 의사에게 일방적인 혜택을 주기 위한 조항이 결코 아니며, 의사의 배상책임보험 가입률을 훨씬 증가시킬 수 있어 의료사고로 피해를 입은 환자에게도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위해 법적 분쟁 없이도 원만하게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제공해준다는 측면에서 양 당사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는 법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