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통보제' 골자 '가족관계의등록등에관한법률'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김동석 (직)산부인과의사회장 "잘못된 정책…의료기관은 행정기관 아냐"
의협 "심평원으로부터 출산 관련 정보 송부받아 신고 여부 확인 타당" 주장
아이가 출생한 의료기관의 장이 지방자치단체에 아이의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됐다. 정부는 아이 대부분이 의료기관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이번 법안이 출생신고 누락 등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의료계는 국가공무원법에 반하는 위헌적인 법률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법무부는 3월 2일 아동의 출생 등록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출생통보제도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에는 아이가 출생한 의료기관의 장이 시·읍·면의 장에게 아이의 출생사실을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고, 시·읍·면의 장은 출생신고가 됐는지를 확인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출생자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을 기록하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지난해 말 제주도 세 자매(24·22·15세)가 출생신고 없이 20년 넘게 살아온 사실이 부(父)의 사망신고 시 발견돼 출생신고 미비가 사회적 문제로 제기됐다.
이에 법무부는 "현재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 등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지 못하거나, 취학연령이 됐음에도 학교에 가지 못하는 등 방치되거나 유기될 가능성이 비교적 높고, 신체적·성적·정신적 학대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다"라며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를 빠짐없이 출생등록 될 수 있도록 출생통보제를 도입하려 한다"고 법안 배경은 설명했다.
이어 "의료기관의 분만이 99.6%(2020년 기준)에 달하는 이상 의료기관의 출생사실 통보와 가족관계등록부 작성을 연계함으로써 출생신고의 누락으로 인한 아동 인권 침해를 현격하게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신속하게 국회에 제출하고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의료계는 해당 법안과 관련해 "의료기관이 새로운 행정업무를 대신하게 하는 제도는 국가공무원법에 반하는 위헌적인 법률"이라고 밝혔다. 또 신고 대행에 따른 책임 소재와 제도가 악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동석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출생통보제도는 산부인과 의사 입장에서 이해가 안 되는 잘못된 정책 방향"이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의료기관은 행정기관이 아닌데 왜 병원에서 행정 업무를 추가해 산부인과에 또 다른 규제를 만드는지 모르겠다"라며 "사실 병원에서 분만을 하게 되면 의사는 분만 청구를 해서 자연스레 출산에 대한 집계가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규제는 분만 의료기관과 산부인과를 더 힘들게 만든다. 정부에서 산부인과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 같다"라며 "코로나19로 산부인과와 분만 의료기관이 없어 임신부가 길거리에서 분만하는 상황에서 산부인과 활성화를 위한 방안보다 규제만 하려고 하니까 많이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정부가 '출생통보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2019년 5월 이후로 꾸준히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직)산의회는 성명을 통해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부모 국적 ▲나이 ▲이름 ▲신생아의 이름 등이 필요한 데 부모가 아닌 의료인으로서는 이러한 정보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면서 "의사는 산모가 알려준 출생신고 관련 정보가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정확한 신고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신고 대행 시 오류나 착오가 발생할 수 있고, 여기에는 행정처분이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불법체류자, 무국적자, 외국인, 싱글맘 등과 관련해 국내 가족관계에서 혼란을 줄 가능성이 있다. '보호(익명) 출산제'로 인해 불법 체류자의 자녀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직)산의회는 "출산의 급격한 저하로 산부인과 의료기관의 운영상태가 악화 일로를 걷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 제도는 추가 인력의 채용으로 산부인과 병·의원의 재정 상태를 더욱 악화시켜 폐업을 조장할 것이다. 분만 취약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출생통보제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협은 ▲출생신고를 원치 않을 경우 의료기관 출산 기피 ▲비용보전 없는 국가 행정업무 전가 ▲개인정보 침해 책임소재 불분명 ▲산부인과 분만기피 가속화 등의 문제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결국 산모나 신생아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협은 "국가의 현황 파악 및 관리를 위한 출생신고 누락자 확인이 필요하다면, 부모 동의를 전제로 관할 관청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출산 관련 보험급여청구 정보를 송부받아 출생신고의무자의 신고 여부를 확인하는 게 타당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