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일부 직역의 대선 청구서?

논설위원 칼럼 일부 직역의 대선 청구서?

  • 김영숙 논설위원 kimys@doctorsnews.co.kr
  • 승인 2022.03.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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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20대 대선이 끝나자 보건의료계는 논평을 통해 윤석열 당선인에 축하와 함께 염원을 쏟아냈다. 각 직역단체가 오랫동안 갈등하고 충돌해온 사안이라 차기 정부가 이를 통합하고 조정하는 것이 중요해보인다. ⓒ의협신문

0.73%포인트. 초박빙의 승부로 대선이 끝나자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거는 보건의료계의 염원이 일제히 표출됐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3월 10일 일제히 쏟아진 논평은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축하와 더불어 차기 정부에 바라는 각 직역의 정책 제안이 압축적으로 표현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각 직역의 이해관계가 갈리는 것이기에 하나같이 쉽지 않아 보인다. 선거 전 캠프에 전달한 정책제안서의 내용을 축약한 것이지만 이전부터 각 직역단체가 계속해서 갈등을 빚고 충돌해오던 것들이어서 대선 후 국민 통합 못지않게 보건의료계의 통합 역시 어려운 과제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의사 인력만 해도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의 입장은 확연히 엇갈린다. 병협은 대선 직후 논평에서 "의사, 간호사, 약사 등 양질의 보건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미래 질병수요 예측을 통한 합리적인 정원 책정과 인력 관리체계의 종합적인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며 의사를 비롯한 보건의료인력의 증원을 요청했다. 

병협은 대선 전 제출한 정책제안서에서 국내 의과대학 입학정원이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동결돼 2019년 기준 한의사 포함 인구 1000명당 의사 2.5명으로 OECD 국가(평균 3.6명) 가운데 세 번째로 의사 수가 적다고 적시했다. 더욱이 전공의 정원 감축, 전공의 수련시간 제한 등 수련환경 변화로 인해 2012년 대비 전공의가 약 1760명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며 입학정원 증원에 적극적이다. 

의협은 "우리나라는 이미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하에서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며, "이러한 의료기관들이 필수의료를 잘 이행할 수 있도록 공익적 수가 제도를 개선하고,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의료취약지 민간병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공공병원, 공공의대 신설보다 경제적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며 공공의대 신설 등 의사인력 증원엔 부정적이다. 

의협과 병협의 입장 차는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 2020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방안이 나오면서 의협이 강력히 반발하며, 총파업에 나섰을 때도 병협은 "정부의 증원 계획은 인력수급난 해소에 충분치 않지만 이제라도 의료현장의 고충을 헤아려 의대 입학정원 증원계획 방향성을 제시한 것은 다행"이라는 환영 입장을 발표해 의료계의 극렬한 반발을 산 바 있다. 

대한한의사협회가 당선자에 요청한 내용도 의료계와 끊임없이 갈등을 빚고 있는 사안들이다. 한의협은 "양방 일변도의 보건의료정책 시행 등으로 인해 국민들이 한의의료 서비스에 대한 자유로운 이용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주장을 편 데 이어, 특히 지난해 12월 개최된 '대한한의사협회 창립 123주년 기념식'에서 당선인이 밝힌 축사까지 인용하며 한의사의 현대 진단의료기기 활용과 한의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한의 비급여 실손보험 보장을 읍소했다. 

현대 의료기기 사용은 한의학적 원리와 전문성에 부합하지 않으며, 이원적 면허체계에서 명백하게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로 국민건강권을 위협하는 사안이지만 한의협은 굽히지 않고 있으며 차기 정부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대한간호협회 역시 "약속한 간호법 제정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지와 독려를 해달라"고 했으나, 의협 등 10개 단체와 현재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사안이다.

사안에 따라서는 수 십년 까지도 끌어온 각 직역의 이해와 갈등은 어김없이 이번 정부에서도 재현될 모양새고, 이를 조정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 일 것이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직역은 '기울어진 운동장' 운운하며 정의와 상식을 끌어다 붙이고 있고, 대선 전 약속이라며 노골적으로 대선 청구서를 들이밀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의료계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의약분업 이래 최근 코로나19 팬데믹까지 '현실과 동떨어진', 그리고 의료계와의 소통이 부족한 채 '일방적으로' 강행돼온 정부 정책으로 매번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를 경험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병원 경영자의 입장에서 의대 정원 증원을 주장하거나 한의협·간협 등 의료계의 권한을 이양받으려는 각 직역의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일부 직역에서 대선 과정의 약속을 빚 독촉하듯 이행하라는 태도 역시 옳지 않지만, 혹여 그 약속을 지킨다며 보건의료체계의 근본을 흔드는 섣부른 정책이 나와선 더욱 곤란하다.

차기 정부가 명심할 것은 '국민의 건강권'을 최우선 가치로 하면서 보건의료체계의 근본 질서를 훼손하지 않고, 통합하고 조정하는 것이 보건의료정책 성공의 열쇳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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