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부인과학회, '임산부·여성 건강 위한 20대 대선 정책제안서' 공개
전공의 57% "전문의 따도 분만 안한다"…무과실 의료사고 국가보상 절실
임산부·여성 건강·지속가능한 산부인과학 발전 등 3개 분야 22개항 정책 포함
"국가는 모성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헌법 제36조 2항)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새 정부에 임산부와 여성 건강을 위한 정책을 제안했다. 임신과 출산은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힌다.
산부인과학회는 3월 18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임산부와 여성 건강을 위한 2022년 대통령 선거 정책제안서'를 공개하고 새로운 정책 방향 정립의 절실함을 호소했다.
산부인과학회는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당선인을 비롯 각 당 후보들에게 정책제안서를 전달했으며,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보건복지부에도 학회 입장을 전달했다.
박중신 산부인과학회 이사장(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산부인과)은 "저출산과 여성을 위해 많은 정책 지원이 있었으나 효율성 제고와 코로나19 이후 급변하는 사회 상황을 반영해 새로운 정책 방향의 정립이 필요하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여 동안 여성 및 임산부 역시 건강을 위협하는 힘든 시기가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박 이사장은 "이젠 여성 및 임산부 건강 증진 정책에도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라며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정책 수행의 연결자 역할을 맡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제안과 관련해서는 산부인과의 현실을 되짚으며 고언을 이어갔다.
박 이사장은 "저출산 문제는 현재도 심각한 상황이지만 지표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라며 "임신과 출산은 국가에서 책임진다는 대전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누구나 걱정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제적 지원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불가항력적인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보상제도 도입 필요성도 제안했다.
박 이사장은 "지난 2019년 설문조사에서 산부인과 전공의 57%가 전문의자격을 취득하더라도 분만을 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라며 "분만기피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과서적으로 원칙에 따라 진료를 해도 나쁜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로부터 의사를 보호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모두 22개항의 정책 제안은 ▲임산부 건강을 위한 정책 제안(10개항) ▲여성 건강을 위한 정책 제안(10개항) ▲지속가능한 산부인과학 발전 정책 제안(2개항) 등으로 구성됐다.
먼저 임산부 대상 정책에는 ▲임신 출산 비용 국가 보장제 ▲임산부 태아 보호 시스템 구축 ▲고위험 임산부 건강권 보장 ▲차별 없는 임산부 건강권 보장 ▲안전 분만을 위한 의료사고 공적보상제도 도입 ▲임산부 약물 및 기형물질 상담 환경 조성 ▲임신 출산 정책 통합 거버넌스 구축 ▲안전한 임신과 출산을 위한 재원 확보 ▲임신과 출산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및 개정 ▲임신 및 출산 친화적인 사회적 환경 구축 등이 포함됐다.
이를 위해 분만 의료비 전액 국가 지원, 고위험 임신 의료비 전액 국가 지원, 선천성 기형 태아 진단·치료비 전액 지원, 무과실 임산부 의료사고 국가보상제도, 안전한 출산 시스템 구축,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지원 강화, 100∼300병상 종합병원 내 산부인과 개설 의무화, 임신·출산 정책 통합 거버넌스 구축, 안전한 임신·출산 보장 기금 신설, 출산 후 여성 건강검진제도 도입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여성건강을 위한 정책에는 ▲소녀들의 건강권 보장 ▲생애주기별 여성건강검진 ▲폐경 여성을 위한 생애전환기 상담 ▲취약 여성 의료 접근성 보장 ▲성폭력 피해자 지원 강화 ▲임산부 및 여성 건강을 위한 약제 공급망 안전성 확보 ▲여성암으로부터 여성 보호 정책 ▲미혼 여성 암 환자를 위한 가임력 보존 보장 ▲난임부부 지원 확대 등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 사항으로는 15세·25세·35세·50세 등 생애주기별 여성 건강검진제도 도입, 폐경여성 위한 생애전환기 상담 도입, 취약계층에 보편적 수준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접근성 확대, 통합형 해바라기센터 확대 운영 및 국가 지원 강화, 성폭력 피해자 전담 의료기관 내실화, 임산부 및 여성을 위한 약제 공급망 안전성 확보, 효율적이고 선진화된 여성암 조기검진 정책 도입, 젊은 여성에게 호발하는 여성암 치료 급여화, 암환자의 가임력 보존 목적 모든 시술 급여 적용, 건강보험 급여 적용 난임 시술 본인부담률 일괄 10%로 인하 등을 제안했다.
지속가능한 산부인과학 발전 정책으로는 ▲산부인과 전문의 확보 방안 마련 ▲남북한 모자보건 상호 이해 및 교류 협력 증진 등을 강조했다.
산부인과 전문의 확보를 위해서는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정부의 100% 보상 방안 마련, 그 외 의료사고 공적보상제도 마련, 산부인과 의료소송 시 의료인 보호장치 마련, 산부인과 전공의와 대학병원·수련병원에 근무하는 산부인과 전문의 인건비 보상, 산부인과 수술 수가 인상 통한 인력 확보 방안 마련 등이 제시됐다.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 방안으로는 전공의 수련 및 실습 교육 정부 지원, 분만취약지 산부인과 병·의원 경영 지원 정책 마련 등이 포함됐다.
박 이사장은 "새 정부가 임산부와 여성 건강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모성보호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길 기대한다"라며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제안한 정책이 제대로 입안돼 의료현장에 옮겨지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