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질병청·식약처 업무보고로 현황파악...방역·의료정책 대전환 예고
'전문가 의견 존중 방역컨트롤타워' 강조...첨단바이오산업 육성 '대대적 지원' 예상
4월 4일 새 정부 조직개편안 발표 예상...보건부 독립 및 산하 질병청 배치 기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위원장 안철수/이하 인수위)가 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과 코로나19 대응정책에 대한 현황 파악을 마치고, 조만간 새 정부의 보건의료정책과 방역정책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수위는 오는 4월 4일까지 대체적인 새 정부 조직개편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어서 인수위 정부 조직개편 내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는 지난 3월 24일과 3월 28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그간 지적된 문제에 대한 해결책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철학과 보건의료공약 실현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업무보고와 논의 과정에서 나온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사회복지문화분과 위원들의 발언을 보면, 새 정부의 보건의료정책과 방역정책 방향의 얼개를 짐작할 수 있다.
'규제에 얽매이지 않은 방역체계'·'전문가 의견 존중 컨트롤타워', 어떤 모습일까?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사회복지분과 위원들은 3월 28일 질병청 업무보고를 받은 후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19 방역정책 대전환을 예고하면서 '규제에 얽매이지 않은 방역체계'와 '전문가 의견 존중 컨트롤타워'를 강조했다.
사회복지문화분과 위원들은 질병관리청 관계자들에게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나타났던 문제점을 데이터에 기반해 철저히 분석 평가하고, 불확실성이 큰 신종감염병의 특성을 고려해 기존 법적 규제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관리체계를 본격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 정부가 코로나19 초기 중국 입국자 입국 금지, 백신·치료제 조기 확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신중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 두드러지는 언급이다.
또 앞으로는 기존 코로나19 확진자·중증환자 발생률과 치명률 동향, 백신과 치료제 투입 시기 및 효과 등의 자료를 토대로, 법 개정 등과 민간의료영역 참여 대폭 확대 등을 포함한 파격적인 새 방역관리체계 수립 의지도 엿보인다.
사회복지문화분과 위원들은 "의료체계를 전문가 의견이 존중되는 컨트롤타워를 정비해야 한다. 다양한 코로나19 치료제 확보와 대면진료 기회를 확충하는 방향으로 개편하라"고 주문하면서, "윤석열 정부에서는 (코로나19 백신) 국가의 보상책임을 확대하고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보상과 관련한 상세한 정보가 제공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목은 두 가지로 해석된다. 하나는 민간 전문가를 대거 참여시켜 상시적 또는 위기 시에 '방역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정책결정기구를 신설하는 방안이다. 또 다른 하나는 질병관리청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 독립적으로 방역정책을 결정, 수행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또 중장기적으로 국산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대한 대대적 지원 정책 시행이 예상되며, 방역체계에서 민간의료기관 역할의 대폭 확대 역시 점쳐진다.
이에 더해, 백신·치료제 부작용 인과관계 인정범위 조정과 빠른 보상 결정 및 보상금액 상향조정 등도 검토될 것으로 관측된다.
첨단의료제품 신속 제품화·바이오헬스산업 육성 강조...대대적 지원 예상
인수위는 같은 날 식약처 업무보고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19 국산 치료제 개발과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지원 의지를 재확인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첨단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의료제품의 신속한 제품화로 국민에게 치료기회를 보장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인수위 사회복지분과는 ▲바이오헬스기술에 대한 선제적 심사기준을 마련해 허가기간 단축이 가능하도록 하고 ▲첨단·혁신 의료제품의 체계적 제품화 지원으로 빠른 시장진입을 가능케 하며 ▲관련 분야의 수준 높은 인재 양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마련하고 ▲국제협력 강화를 통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수익성이 떨어져 공급 차질을 빚는 희귀·필수 의료제품의 적기 및 적정량 공급과 신종 감염병 발생 등에 대비한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의 안정적인 공급관리 체계 확립 등 사각지대 해소책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면과제인 코로나19 단기 대응책으로는 방역에 필수 물품인 감기약, 자가진단키트의 현재 수급상황과 국산 치료제 개발현황을 확인하고, 감기약 등 수급 안정화 대책과 국산 치료제 제품화를 촉진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보건부 독립 기대감 고조...보건의료 및 방역정책 방향 설정에 영향 예상
새 정부 조직에서 보건부 독립 가능성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것도 보건의료·방역정책 방향 설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오는 4월 4일 대략의 새 정부 조직개편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인데, 정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분리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여성가족부 폐지가 기정사실화 하면서 기존 여성가족부의 여성 및 아동복지, 고령화 정책 기능의 보건복지부 이관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보건복지부의 복지 기능 강화로 인한 보건부 독립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정부조직·행정전문학계 일각에서도 보건부 독립을 전제로 보건부 산하에 질병청을 배치하고, 식약처의 건강유해요인 관리 기능 통합관리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3월 25일 한국조직학회·한국행정개혁학회 공동주최로 열린 '새 정부의 정부 조직개편과 운영과제' 특별기획세미나에서 이같은 주장의 실체가 확인됐다.
이날 세미나에서 김은주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는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분리하고, 산하에 질병관리청을 배치하는 형태로 정부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는 물론 기획재정부, 환경부 등 부처에 산재한 건강위해요인 파악·대응 업무를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일원화하는 방안도 제언했다.
주장의 논지는, 앞으로 주기적으로 반복될 감염병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체계 확립을 위한 전문성 등 역량 강화에 필수적인 정부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는 것.
김 교수는 "국민이 안심하고 더 나은 미래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안전정부' 수립을 위해 보건부를 분리·신설해 글로벌 감염병 확산에 따른 보건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보건복지부에서 보건기능을 분리하고, 보건부 소속으로 질병관리청을 배치해 보건 부문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한 보건의료체계 강화로 코로나19 등과 같은 감염성 질병에 대한 효과적 대응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등 부처에 산재한 건강위해요인 성분검사·공개 등의 기능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일원화하면 식약처로 건강위해요인 성분 검사 등 과학적 관리체계 구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과 제언은 기존 의료계의 보건부 독립 요청 배경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