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적합성 평가 결과, 유효성 입증 못해...비용 상향·기준 강화 '패널티'
예비급여 꼬리표 떼는 'TAVI'...수술 불가능군·고위험군·80세 이상 보험급여 전환
경피적 대동맥 판막치환술(TAVI)이 선별급여 문턱을 넘어 완전 급여로 진입한 첫 주인공이 됐다. 수술 불가능군과 고위험군, 80세 이상으로 급여대상이 제한되기는 했지만,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되면 선별급여 적합성 트랙을 통해 급여권 진입이 가능하다는 선례를 남겼다.
최근 활발하게 이뤄져왔던 NK세포 활성화 검사(정밀면역검사)는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지 못해, 패널티를 받게 됐다. 선별급여 본인부담률이 기존 80%에서 90%로 높아지고 기존보다 강화된 급여 기준을 적용받게 돼 위축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3월 31일 제7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선별급여 적합성 평가에 따른 요양급여 변경안'을 확정했다.
선별급여는 박근혜 정부 시절 4대 중증 보장성 강화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일종의 중간급여 단계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비급여 급여화 정책에 발 맞춰 그 대상이 확대돼 왔다.
당장 급여로 포함시키기에는 치료효과성이나 비용효과성이 불확실한 의료행위 등을 예비적으로 급여화해 급여권 내에서 관리하되, 재정지원 측면에서는 기존보다 높은 본인부담률을 적용해 기존 급여 대상과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행 법령은 정부로 하여금 선별급여 대상에 대해 주기적으로 적합성 평가를 진행해 급여 여부나 기준 등을 조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 평가 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가는 보건복지부 산하 적합성평가위원회에서 실시하고, 급여 조정여부는 건정심 의결로 최종 결정한다. 이번 평가는 TAVI 등 총 4개 항목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TAVI, 본인부담 80% 선별급여→수술 불가능·고위험군·80세 이상 급여
수술 불가능군과 고위험군(STS score > 8%)을 대상으로 한 TAVI는 평가 결과 합격점을 받으며 급여권에 안착하게 됐다.
이들 환자군에 대해서는 미국 등 주요국 진료지침에서 이미 높은 수준으로 TAVI를 권고하고 있으며, 비교 행위와 빗대어 동등 이상의 치료효과성이 입증됐고 수술 대체도 불가능한 만큼, 급여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80세 이상 환자도 수술 위험도와 관계없이 급여를 적용하기로 했다. 수술 위험도가 높지 않더라도 여명 등을 고려해 고령환자에 대해 TAVI 시술을 권고하는 외국의 가이드라인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심장학회(ACC)·미국심장협회(AHA)는 지난해 심장판막 치료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수술 위험도가 높지 않은 환자 가운데서도 연령이 '65세 이상 80세 이하'인 경우 수술적 대동맥 판막치환술과 TAVI 모두를 우선 권고하고 있다.
유럽심장학회(ESC)·유럽심장흉부외과학회(EACTS) 또한 2021 가이드라인에서 75세 미만이면서 수술 저위험군 환자에는 수술을 권고하되, 75세 이상이거나 수술 고위험군에는 TAVI를 권고했다. 수술 위험성에 더해 '연령'을 TAVI 선택의 근거로 삼은 것이다.
다만 수술 중위험군과 저위험군에 대한 TAVI는 선별급여를 유지한다.
수술과 비교해 동등 이상의 치료효과성을 보인다는 문헌이 축적되기는 했으나, 아직 장기간 추적관찰 자료가 부족하고 비용효과성이 불분명하다는 판단에서다. 수술 저위험군은 현재와 같이 본인부담률 80%를 유지하며, 중위험군은 본인부담률을 50%로 낮춰 현행보다는 나은 접근성을 보장키로 했다.
■비봉합 대동맥판막치환술, 50% 선별급여→심장수술력 등 일부 급여
비봉합 대동맥판막치환술의 경우에도 심장수술 이력이 있는 환자 등 일부 적응증에 대해 완전 급여를 적용키로 했다.
전통적 대동맥판막치환술과 비교해 수술시간을 단축시켜 합병증 발생을 줄이는 등 치료효과성을 입증했고, 특히 재수술이나 복합수술, 기저질환자 등 수술 위험도가 증가한 경우 그 유용성이 입증됐다는 판단에서다.
급여 전환 대상은 △심장수술 이력 △대동맥판막수술 외 다른 심장수술 병행 △대동맥 또는 대동맥판막륜 석회화로 대동맥 견자나 봉합사 사용 불가 △대동맥판막륜 크기가 CT상 직경 21mm 이하로 작은 경우 △심실 구혈률 50% 미만 또는 수술위험도(STS 또는 EuroScore II) 4% 이상인 경우로 정의됐다.
다만 그 외 적응에 대해서는 이전과 동일하게 본인부담률 50% 선별급여를 유지한다. 전통적 대동맥판막치환술보다 인공판막 가격이 비싼데, 그에 반해 수술 시간 단축에 따른 비용효과성을 입증하는데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다.
■NK 세포 활성도 검사, 80% 선별급여→본인부담 90% 상향·급여기준 강화 패널티
함께 평가 대상에 올랐던 NK 세포 활성도 검사는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지 못해 패널티를 받게 됐다. 본인부담률을 기존 80%에서 90%로 올리는 한편 급여기준도 강화키로 했다.
NK 세포 활성도 검사는 적합성 평가 과정에서 유효성이 불분명하다고 평가받았고, 이후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심층검토 과정에서도 같은 이유로 검사를 미권고한다는 낙제점수를 얻었다.
이에 검사의 비급여 전환이 점쳐졌으나, 건정심이 비급여 전환시 현황 파악이나 오남용 관리 등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어 일단 선별급여를 유지하며 급여권 내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다만 환자본인부담률이 기존 80%에서 90%로 높아지고, 급여 기준 또한 대폭 강화된다. 불필요한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위암·전립선암 환자(산정특례 적용대상)에 ▲환자당 1회에 한해 ▲검사전 의사가 검사의 유용성과 시행 목적 활용계획을 설명한 뒤 동의서를 확보하고 ▲검사 후 의사가 결과 해석 및 치료방향 설정 등을 환자에게 설명하고 진료기록부에 기록한 경우에만 급여를 인정받을 수 있다.
■폴리믹신 폴리믹신 B 고정화 섬유를 이용한 혈액관류요법, 90% 선별급여→비급여
패혈증이나 패혈증성 쇼크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폴리믹신 B 고정화 섬유를 이용한 혈액관류요법은 재평가 결과 낙제를 받아 비급여 전환이 결정됐다.
NK 세포 활성도 검사와 같은 상황인데, 워낙 고가인데다 중환자실 등 제한적 상황에서 사용되고 있어 급여권 밖으로 내보내도 오남용 등 부작용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돼 비급여로 직행하게 됐다.
이들 항목에 대한 요양급여 변경은 관련 고시 개정 등을 거쳐 오는 5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