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단독법 이것이 문제" 국민에 직접 알린다

"간호단독법 이것이 문제" 국민에 직접 알린다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2.04.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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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간호단독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심포지엄 열어 공론화 작업
'법 제정=간호사 처우 개선' 필수조건 아냐...간호계 여론몰이 '경계'
지원책, 기존 법 '개정'으로 해결 가능...숨은 의도는 업무범위 확대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 간호단독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는 4월 3일 서울시의사회관 강당에서 '간호단독법 문제점 및 대체방안 마련'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의료계가 간호단독법 제정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공론화하고 나섰다.

간호단독법 제정 논란은 단순히 대한간호협회와 다른 의료단체간 이권다툼이 아니라, 자기 직역의 이득을 위해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려는 간호계의 시도를 다른 전문가들이 저지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국민에 알리기 위한 자리다.

코로나19 상황에 편승, 그간 현장에서 애써온 간호사의 처우개선을 위해 반드시 간호단독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간호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인과관계가 맞지 않는 여론몰이'라며 목소리를 냈다. 

대한의사협회 간호단독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는 4월 3일 서울시의사회관 강당에서 '간호단독법 문제점 및 대체방안 마련'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의협을 비롯한 보건의료계 10개 단체는 간호사의 처우개선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전폭적으로 공감하고 지지하고 있다"며 "다만 그 방식이 간호법의 제정이라는 주장은 현행 법 체계에 비춰 불합리하고 불평등하며, 기존 의료체계에 혼란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의료법 안에서 모든 의료인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국민들에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힌 이 회장은 "간호단독법은 이런 의료시스템의 균열과 붕괴를 초래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간호단독법, 어떤 내용 담고 있나?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간호단독법은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안(간호법안),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안(간호법안),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안(간호·조산법안) 등 모두 3건이다.

모두 단독법안 및 다른 법률에 비해 우선 적용하는 특별법안의 형태로 간호사의 면허 및 업무 범위에 관한 사항, 처우 개선 및 인력 지원에 관한 사항 등을 별도로 규정해 운영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을 내놓은 의원들은 "기존 법률들이 간호사의 업무와 특성을 반영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독자적인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간호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고, 간호인력의 수급이나 교육 등에 관한 사항 등을 체계적으로 규율해 간호서비스의 질을 제고하고 국민건강 증진에 이바지하려는 것"이라고 입법 배경을 밝혔다. 

[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문석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이 간호단독법 문제점 관련 발제를 하고 있다. [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간호 직역 위한 특별법 제정, 꼭 필요한가?

그러나 이것이 간호단독법 제정의 배경이 될 수 있느냐는데, 전문가들은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이들 모두 현행 법률의 '개정'으로 실현 가능한 문제라는 점에서다. 

우리나라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의 면허와 업무범위에 관한 사항을 의료법을 통해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건의료인의 처우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서 따로 정하고 있다. 

새 입법안들이 제안한 간호사의 면허와 업무범위에 관한 사항, 간호사 처우 개선 및 인력지원에 관한 사항 모두 이들 법률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으로, 일부 규정 개정만으로 실현이 가능하다.

간호단독법이 규정한 간호사의 결격사유, 국가시험, 업무거부금지, 전자의무기록, 정보누설금기, 취업신고, 중앙회 설립 등은 의료법에 이미 규정돼 모든 의료인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내용이다.

간호사 처우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는 간호인력 종합계획 수립이나 간호정책심의위원회 설립 등에 대한 내용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상 규정된 종합계획 및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함께 논의가 가능한 부분이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현재 의료현장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의료직역 가운데 반드시 간호사 직역에 대해서만 별도의 법률을 만들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 

다른 형태로 '전공의법(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존재하기는 하나, 이는 의료인이자 수련을 받는 교육생이라는 이중적 지위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간호단독법과는 성격이 다르다. 

간호단독법 제정, 의심받는 이유는?

결국 간호단독법 제정으로 남는 것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관한 사항이다.

간호단독법안들은 간호사 업무 범위를 기존 의사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보조업무에서 '의사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보다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의협을 비롯한 의료단체 전문가들이 간호단독법 제정의 저의를 의심하고 우려하는 이유다.

발제를 맡은 문석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은 "간호단독법은 간호사업무 범위를 의사 처방 하 환자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확대하고 있다"며 "이는 마치 간호사가 기존 진료의 보조에서 별도의 의료기관을 개설해 의사의 처방에 따른 독자적 간호진료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를 남겨 놓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해당 규정이 향후 간호사 단독 진료, 간호사 단독 개원의 단초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의료인이라 하더라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의료법 규정을 차용, '간호사가 아니면 누구든지 간호업무를 할 수 없으며, 간호사도 면허된 것 외의 간호업무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 간호단독법안의 또 다른 규정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현재 간호 업무와 인접해 있는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응급구조사 등의 관련 행위들이 제한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토론에 참여한 박시은 대한응급구조협회 사업이사는 "간호사의 업무는 무한하게 확장하고, 타 직종의 업무를 상당한 수준으로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응급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와 이에 대한 배타적 규정을 감안하면, 응급구조사의 위치가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엄주희 대한의료법학회 학술이사는 "간호단독법 제정은 직역간 갈등 유발과 불필요한 행정조직 운영, 예산 낭비만을 초래하게 된다"며 "간호사 처우개선은 이미 존재하는 기구들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재배치하고 활성화시켜, 전체 보건의료체계와의 조화 아래 논의해 나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간호단독법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은? "우려" "반대" 

이날 토론회에는 소비자 및 환자단체 관계자들도 함께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간호단독법 제정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다.

"법은 특정 직능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힌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국민을 위해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국민을 위해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국민의 입장에서 간호나 간병의 역할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데는 공감하나 문제의 해법이 간호법 제정이라는데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간호법이 우리 보건의료체계에서 어떤 역할을 갖고, 이를 통해 어떤 문제점이 개선될 수 있는지 통합적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전문가들이 모여 국민의 관점에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의료체계 전반에 걸쳐 문제를 검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 또한 "사회적 수요가 있다고 해서 전문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은 간호사들에 다양한 의료행위를 단독으로 처리하게 하는 것은 의료서비스의 붕괴와 질적인 저하를 초래하고, 궁극적으로 의료소비자인 환자들이 받아야 할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를 냈다.

그는 "적절한 사전 준비와 사회적 합의 없이 강행하는 간호단독법안의 입법과 졸속한 시행은 수십 년간에 걸쳐서 사회적 합의로 이뤄온 현행 의료체계를 혼란에 빠뜨릴 위험에 있으며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할 우리 환자들의 권리와 기회를 침해하기에 적극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의협을 비롯한 보건의료 10개 단체는 이런 간호단독법의 문제를 국민들에 적극적으로 알려 법안 철회를 위한 대국회 압박 수위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이날 의협 비대위가 주최한 토론회에는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 윤종근 대한응급구조사협회장, 김영달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장 등이 참석해 다시 한번 연대 의지를 다졌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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