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정책연구소, 간호단독법 문제점 Q&A로 알기 쉽게 정리
직역 이득 내세운 배타적 간호영역 설정, 기존 의료체계 근간 흔들
간호단독법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기에,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관련 10단체가 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국민과 의료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호단독법의 주요 내용과 문제점을 질의응답(Q&A) 형태로 정리했다.
이는 4월 3일 의협 간호단독법 저지 비상대책특별위원회가 개최한 '간호단독법 문제점 및 대처방안 마련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공개됐으며, 추후 안내 책자 형태로 발간·배포될 예정이다.
Q. 간호단독법안에 어떤 문제가 있기에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 관련 10여개 단체가 반대하는 건가요?
=간호단독법안은 여러 가지 독소 조항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국민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Q. 간호단독법안에는 어떠한 독소 조항들이 있나요?
= 첫째, '무면허 간호행위를 처벌' 하도록 한 조항이 있습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간호협회는 이 조항을 그대로 가져왔으니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이 조항이 의료법에 그대로 있을 때는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조항을 간호법으로 가져오면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무면허 간호행위를 처벌하려면 먼저 의료행위 중에서 간호사가 할 수 있는 간호행위가 구분돼야 합니다. 다시 말해 기존의 '의료행위'를 의사가 시행하는 '의사행위'와 간호사가 시행하는 '간호행위'로 나누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간호사가 아닌 자가 '간호사 의료행위'를 할 때 처벌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점이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응급실에 응급환자가 와서 수술이나 처치를 해야 되는데, 만일 수액 주사를 놓는 행위를 간호사가 하는 간호행위로 분류해 처벌하게 되면, 지금은 의사가 수액 주사를 놓아도 되지만 간호법이 통과되고 나면 아무리 응급 상황이라도 간호사가 없으면 의사라 할지라도 수액 주사를 놔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의 의료법은 의사와 간호사가 '원팀'이 되어 효율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일 간호법이 제정되면 '원팀'의 팀워크는 깨지고 '따로 국밥' 처럼 서로 갈등을 빚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둘째, OECD 국가들의 간호법과 달리 우리나라 간호단독법안에는 직역 이기주의적 내용만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는 OECD 국가들의 간호법 실태를 전수 조사해 발표한 바가 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독자적인 간호법을 보유한 OECD 국가들의 간호법의 내용은 공통적으로 면허관리기구의 설치 및 구성, 간호사의 교육·자격·면허·등록, 간호사에 대한 환자불만 접수, 조사 및 징계 등 국민건강 증진과 보호에 초점을 둔 사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간호단독법안에는 면허관리에 관한 내용은 없고, 간호사의 독자적 업무범위 확대, 처우개선, 취업지원 등만 있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외국의 간호법이 환자 중심으로 되어 있는 반면 우리나라 간호단독법안은 간호사를 위한 법인 셈입니다. 국민을 위해 간호사의 면허관리를 규정하고 관리하는 해외 간호법과 간호사의 권익만 챙기는 우리나라 간호단독법안 중 과연 어느 쪽이 국민건강에 도움이 될까요?
셋째, 간호사의 독립 의료기관 개설로 인해 질 낮은 의료기관이 양산될 가능성 때문입니다.
현재 발의된 간호단독법안에는 간호사의 업무를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대신 의사의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업무와 달리 의사의 '처방 하에 시행'을 한다는 것은 의사와 동일 공간이 아닌 독립된 공간에서 간호사가 독립적으로 의료행위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2005년에도 박찬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간호법안에서 간호사가 노인·장기질환자·회복기의 환자 등을 케어하는 '간호요양원'과 재가 환자·가족을 대상으로 한 '가정간호센터' 등을 개설해 독립적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시도한 바가 있습니다. 이 법안은 비싼 의료비와 넓은 영토로 인해 의사기관 개설이 충분치 못한 미국에서 의사 대신 간호사가 너싱홈을 운영하고 있는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당시 사회적 논란만 일으키고 폐기된 바가 있습니다.
과거 실패의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번 간호단독법 제정 단계에서는 단지 '처방'이란 용어만 규정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 법이 제정된 이후 필요에 따라 법안을 개정해 '간호 의료기관'을 추가하는 것은 손쉬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간호협회가 지금 당장 독립적 의료기관 개설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우려가 완전히 불식된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넷째, 간호법이 제정되면 보건의료 정책의 근간이 붕괴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발의된 간호법안에는 학교보건법, 농어촌의료법, 형집행법 이외에는 다른 법률에 우선해 적용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이는 간호법을 의료법보다 우선 적용하는 특별법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의료인 전체의 의료행위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보다 간호사의 간호행위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간호법을 우선 적용하는 것입니다. 의료법보다 간호법이 우선 적용되면 과연 국민 건강에 더 좋은 것인가요?
Q. 간호사들이 너싱홈 등 독립적인 의료기관을 개설하면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간호사가 운영하는 독립적 의료기관 개설은 오히려 의료의 질을 저하시킵니다.
미국의 경우 넓은 영토와 비싼 의료비 때문에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 환자에 대한 의료접근성이 악화됨에 따라, 이들의 의료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너싱홈과 같은 간호시설에서 간호사의 독립적인 간호행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낮은 의료의 질로 인한 의료사고 및 입소자 학대와 방치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좁은 영토와 저렴한 의료비로 인해 의료접근성이 매우 좋습니다. 특히 거주지에서 30분 이내 의료기관이 다수 밀집돼 있어 제도적·환경적으로 미국과는 전혀 다른 환경입니다. 그럼에도 대한간호사협회는 의사의 지도·감독 없이 독자적으로 의료행위를 수행하기 위한 입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낮은 수준의 간호서비스가 제공되고, 이에 대한 불만이 속출하고 있는 미국의 너싱홈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환경에 있는 일본은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0년 의사가 개설권을 가진 회복기 및 요양 병원 제도를 도입해 현재까지 높은 의료질을 유지한 가운데 안정적인 운영을 해 오고 있습니다.
Q. 대한간호협회 주장에 따르면 전 세계 90개국에 독자적인 간호법이 있다고 하던데요?
=이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2021년 3월 29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전 세계 90개 국가에서 '독자적인 간호법'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OECD 38개 국가 중 간호사 단독법을 보유한 나라는 캐나다, 독일, 일본 등 11개국 뿐이며, 나머지 27개국은 간호사 단독법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간호사 단독법을 보유하지 않은 27개 국가 중 영국, 이탈리아를 비롯한 13개국은 우리나라와 같이 의료법에서 보건의료인력에 관한 사항을 통합 규정하고 있습니다. 호주, 스페인, 미국 등 나머지 14개국은 의료법과 분리된 별도의 보건전문직업법 또는 직업법에서 보건의료인력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호주와 덴마크의 경우, 과거 간호사 단독법이 존재했으나, 보건전문직업법이 제정됨에 따라 폐지된 바 있습니다. 이는 국가 면허를 기반으로 하는 보건의료인력의 자격, 면허, 규제에 관한 사항을 하나의 법에 통합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법 적용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보건의료인력간의 체계적인 협업을 권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한편, 대한간호협회는 2022년 1월 24일자 보도자료에서 OECD 회원국 38개국을 포함해 전 세계 96개국이 '간호법'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존 자료에서 90개 국가에 '독자적인 간호법'이 있다고 주장하다, 슬그머니 '독자적인'을 빼 말바꾸기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간호법을 보유한 96개 국이 어디인지도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의 명단공개 요청에 상부의 확인 후 답변 주겠다고 말한 후 끝내 말해 줄 수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보도되어 96개 국의 진위 여부도 강력하게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Q. 코로나19 때 간호사가 국민을 지켰으니 이제는 국민이 간호법으로 간호사를 지켜달라?
=간호협회에서는 지난 2년 간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그동안 간호사가 환자들을 지켰으니 이제는 국민들이 간호사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해법으로 '간호법'을 제정해야 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말은 사실과 다릅니다. 물론 간호사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하지만 간호사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고한 것은 아닙니다.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7일 0시 기준 의료기관 종사자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간호사가 약 절반 조금 넘는 등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사망자 숫자를 보면 총15명 중 의사가 10명, 간호사 3명, 기타인력 2명으로 사망자 중 의사 숫자가 전체의 3분지 2로 가장 많았습니다. 위중증 환자도 전체 71명 중 의사가 40명으로 56%넘게 차지하고 있으며, 간호사는 15명으로 21%, 기타인력 16명으로 22.5%입니다. 이런 상황인데 대한간호협회는 이를 과장해 마치 자기들만이 코로나19로 인해 고생을 한 것처럼 말하고 편가르기를 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런 일입니다.
Q.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간호법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간호법과 간호사의 근무 여건이나 권익은 큰 관계가 없습니다. 간호사 근무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근본 이유는 간호사 관련 의료수가가 터무니없이 낮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과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이 공동개최한 '간호관리료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병동의 "입원료 중에서 간호관리료의 원가보전율은 평균 38.4%로 가장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입원료의 원가보전율을 맞출 수 있는 수준으로 입원료를 인상하되 그 인상분을 간호관리료에 편입"시키고, "간호요구도를 반영한 간호관리료의 개선을 통해 간호사에 대한 합당한 보상, 적정 인력 배치를 이끌어내 간호사의 업무 만족도를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 의료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가 있습니다.
이처럼 국회에서도 이미 해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뚱맞게 간호법을 간호사 권익 개선 해법이라고 주장하니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Q.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처우로 인해 신규 간호사 이직율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던데요?
=지난 2020년 국정감사에서 신현영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4개 지방의료원의 평균 근속 기간을 보면 의사는 5년 1개월, 간호사 9년으로 오히려 의사들의 근속기간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균 이직률도 의사 24%, 간호사가 19%로 의사 이직율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뿐만아니라 의료기관에는 간호사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서 더 높은 이직율을 보이고 있는 직종도 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특정 직역을 위한 법을 졸속으로 만들게 될 경우 보건의료 직역 간 형평성 문제로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이 보게 됩니다.
Q. 그렇다면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나요?
=간호사의 근무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존재하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다만, 의료현장에서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인력이 간호사뿐만이 아닙니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보건의료인력의 근무환경 실태를 전반적으로 면밀히 파악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대한의사협회 간호단독법 저지 및 문제점 지적 관련 동영상 바로가기>
1. 간호단독법 문제점 및 대체방안 마련을 위한 심포지엄
2. 간호단독법은 왜 철회되어야 할까요?
3. 간호단독법이 왜 문제인지 궁금하신가요?
4. 법조인의 시각에서 본 간호단독법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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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간호단독법 저지 10개 단체 공동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