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밀도 수치 따라 급여 제한…골다공증 약제 지속치료 환경 조성 절실
골다공증성 골절 환자 생명 위협…의료비·돌봄 등 사회경제적 부담 커
골다공증 심각성 국민 인식 개선 시급…'2차골절예방연계시스템' 필수
"뼈에 구멍이 생기면 삶에 구멍이 생깁니다."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대표적 노년기 질환인 골다공증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골다공증성 골절이 발생할 경우 환자는 생존에 위협을 받고, 가족에게는 의료비·돌봄 문제 등 갖가지 사회·경제적 부담이 지워진다.
골다공증은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각종 제약으로 인해 환자들이 제 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골밀도 수치(T-스코어) -2.5 이하 또는 골다골증성 골절이 확인되는 경우 1년 또는 3년 범위 내에서 골형성촉진제·골흡수억제제 등 치료약제에 대해 보험을 적용한다. 그렇지만 환자가 치료를 받다가 골밀도가 호전돼 -2.5 이상이 되면 급여가 중지된다. 지속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아토피·COPD 등 만성질환 가운데 약물 투여기준·기간을 제한하는 것은 골다공증이 유일하다.
골다공증 전단계인 골감소증에 대한 치료 약제 투여도 시급하다. 골다공증 환자가 100만명이라지만, 실제로는 3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급여 기준으로 인해 골다공증 환자가 돼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국민 인식 개선도 절실하다. 골다공증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방치하거나 치료를 지속하지 않고 중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노화에 따른 골밀도 감소로 이어지고 골절·재골절 발생으로 생명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골다공증 관련 전문가그룹이 마련한 '골다공증 정책 개선 토론회'가 4월 7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렸다. 골다공증성 골절 예방 현안과 골다공증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혜안을 모으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전문가들은 고령층에 대한 골절 예방 선순환 환경 조성이 새 정부의 초고령사회 건강정책 가운데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는 대한내분비학회와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공동주최로 열렸으며, 보건복지부·대한골대사학회·대한골다공증학회가 후원했다.
유순집 대한내분비학회 이사장은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은 통증·기형·보행 장애를 일이킬뿐만 아니라 합병증으로 폐색전증·감염·기저질환 악화 등으로 사망까지 이르게 한다"라며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환자 가족이 겪게 될 생계비, 의료비, 돌봄 비용 등 사회경제적 부담도 상당하기 때문에 골다공증 골정 예방을 위한 치료환경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골다공증 환자 100만명 시대를 맞아 국민의 생존과 자립을 위해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골다공증성 골절 예방을 위한 전문가 정책 제언 및 정부 노력'을 주제로 진행한 첫 세션의 좌장은 정윤석 내분비학회 부회장, 이재협 대한골다공증학회장이 맡았다.
김대중 내분비학회 보험이사(아주의대 교수·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는 '초고령사회, 골다공증성 골절 질환 심각성 및 사회경제적 부담' 발제에서 생명까지 위협하는 골다공증 골절 예방을 위해 면밀하고 다각적인 대응을 제안했다.
김대중 보험이사는 "고령화로 골다공증 및 골다공증성 골절 발생 건수는 증가하는 추세이며, 고관절 골절의 경우 최악의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고관절 골절 환자의 1년 내 치명률이 15.6%에 이른다"라며 "대통령 당선인은 여성 골다공증 무료 건강검진을 2회에서 4회로 확대한다고 공약했는데, 실질적 고위험군인 고령인구에 대해서는 남성까지 검진 대상을 확대해 골다공증 진단율과 치료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 치료에 대한 중요성과 국민 인식 개선 필요성도 짚었다.
김대중 보험이사는 "약물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뼈가 좋아지는지를 보면서 지속적으로 약물 치료를 해야만 골절을 예방할 수 있는데 급여 제한으로 여의치 않다. 결과적으로 골절, 대퇴골절·고관절 골절이 발생하게 되면 평균 연간 1200만원이라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라며 "골다공증 주요 유병층인 50대 이상 여성의 골다공증 질환 인지율은 28.6%에 불과하고, 골다공증 치료율은 12.4%에 그친다. 골다공증성 골절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이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유미 대한골대사학회 총무이사(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는 '골다공증 진단과 치료 개선을 위한 제언'을 통해 골다공증 치료 효과는 사망률 감소로 이어진다며 치료 중요성을 되새기고, 약제 급여 중단 없이 지속치료를 보장하는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유미 총무이사는 "T-score를 기준으로 골다공증 약제 투여 기간을 제한해 지속치료가 어려운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주요 선진국들은 투여기간 제한 없이 골다공증 지속치료를 보장하고 건강보험 지원혜택을 제공한다"며 "급여 중단으로 인한 치료 중단 없이 골다공증 약물의 지속치료가 가능하도록 급여기준을 개선하고 노인골절 예방의 선순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이 독립적으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유미 총무이사는 "어르신들이 나이가 많이 들면서 사회의 짐이 되는 게 아니라 독립적으로 잘 지내실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주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의학적 기준에도 벗어나지 않고 최신 국제진료지침도 권고하고 있는 약제 투여 기준을 국내에서도 반영해야 한다. T-score의 함정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지속치료 보장이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광균 대한골다공증학회 총무이사(건양의대 교수·건양대병원 정형외과)는 '초고령사회와 골다공증성 골절 예방 정책의 중요성' 발표를 통해 '2차 골절 예방 연계 시스템'(Fracture Liaison Services·FLS)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김광균 총무이사는 "한번 골절이 일어나면 연속적인 골절이 발생한다. 1차 골절 이후 2차 골절 예방은 필수적이다"라며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골절 환자의 재골절을 예방하기 위한 의료서비스 체계, 즉 2차 골절 예방 연계시스템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진료 적정성 평가나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 골다공증 환자 관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의료계에서도 진료 표준화를 위해 ▲다학제 진료 ▲골밀도 시행률 ▲골다공증 환자 약제 처방률 ▲골다공증 약제 지속률(최소 12개월) ▲영양상태 ▲골절 후 조기 이동 ▲정신-심리 상담 ▲코디네이터 등을 지표로 2차골절 예방 연계 시스템 정착을 도모해야 한다"라며 "2차골절예방연계시스템은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일이다. 모든 사람이 의사는 아니지만, 누구나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골다공증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 노력과 향후 계획' 발제에서 우수 약제 접근성 제고와 약품비 지출 관리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어려움을 내비쳤다.
오창현 과장은 "골감소증의 BP 급여 확대, 데노수맙·BP 약재 순차적 투여 인정, 데노수맙 투여 후 골감소증에도 지속 투여 인정 등 세 가지 이슈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검토와 외국의 급여 현황,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에 대한 1차 검토를 마쳤다"라며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질병은 없겠지만 매년 1조원씩 증가하는 약품비 부담을 고려치 않을 수 없고, 우수 약제의 환자 접근성 제고와 적정 약품비 지출 관리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골다공증으로 인한 환자들의 고통과 사회경제적 부담에 공감한다"라며 "건강보험 재원은 한정돼 있고 급여를 해야 될 부분이 많기 때문에 합리적 범위 내에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종합토론에서는 유순집 대한내분비학회 이사장과 하용찬 대한골대사학회 이사장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 백기현 대한내분비학회 대사성골질환연구회 회장(가톨릭의대)이 패널로 참여해 골다공증 진단, 치료, 골절 예방에 관한 현안과 사례, 정책적 보완점 등에 대해 토론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