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인권 보호?…정작 아무도 보호 못한다

정신질환자 인권 보호?…정작 아무도 보호 못한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4.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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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신고 기한·심사 기간 단축 개정안 발의
신고 3일→1일, 심사 1개월→2주…사실상 주말·휴일 입원 제한
의협 "2주마다 '입적심' 과도한 행정부담…처벌규정부터 완화해야"

정신질환자의 비자의입원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이 또 발의됐다. 환자 인권을 보호한다는 취지이지만 환자 치료를 더 어렵게 하고, 환자 보호자나 일반 국민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불필요한 행정 부담과 비용이 가중된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의료계는 질환 특성과 의료 현장의 실상을 외면한 법안이라는 중론이다.  

지난 1월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이 지자체장에 의한 행정입원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다른 정신의료기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 이상의 일치된 소견 규정)을 발의한 데 이어,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대구 달서병)은 3월 23일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신고 기한과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김용판 의원이 발의한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지자체장에 의한 입원의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토록 하고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은 환자가 입원한 날부터 1일 이내에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에 신고해야 하며 ▲입원적합성심사위원장은 입원한 날부터 2주 이내에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에게 입원 적합 또는 부적합 여부를 서면으로 통지토록 했다. 현행 3일로 돼 있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신고 기한을 단 하루로 줄이고, 심사기간도 한 달에서 2주로 단축한다는 의미다. 

의료계가 개정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법안의 주요 내용이 현실적이지 않고 오히려 환자 보호자나 국민이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판단이다.

또 현재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부족해 국공립 의료기관이 아닌 일반 의료기관 소속 전문의가 참여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책이나 지원책 없이 심사 빈도만 늘리는 것은 행정부담과 비용만 늘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신고기한이 하루로 줄어들면 사실상 주말이나 휴일 입원이 제한돼 가뜩이나 부족한 급성기 병상 문제가 더욱 악화되고 정신질환자 인권 보호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먼저 의학적 평가를 위한 시간 제약과 행정부담 문제다. 

정신건강의학과적 평가와 진단은 단시일에 이뤄질 수 없는데도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매달 2회 개최하게 되면 환자에 대한 충분한 의학적 평가와 진단이 내려질 수 없고, 정신의료기관으로서는 2주에 한 번씩 심사를 받게되면서 과도한 행정부담에 시달리게 된다. 

심사 빈도 증가에 따른 불필요한 행정비용 증가도 예상된다. 

그동안 의료계는 입원적합성심사와 관련 환자 인권을 실효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서류심사 비율을 줄이고 대면심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현재 입원부적합 비율이 27%를 밑도는 상황에서 심사 빈도를 늘리는 것은 행정비용 부담만 늘리게 된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현행 제도(정신건강복지법 55조 1항) 아래에서도 입원 환자의 퇴원이나 처우개선 신청이 가능하다.

단 하루로 지정된 신고 기한 문제는 더 심각하다.

자연스레 신고기한 때문에 주말·휴일 입원이 제한되고, 이 기간에 환자·보호자·국민 모두에게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평일로 입원이 몰리면서 현재도 부족한 급성기 병상 문제가 더욱 악화돼 결국 환자 인권을 위한다는 법안 취지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차제에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운영 개선과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책이 팔요하다는 제언도 있었다. 

현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국공립 의료기관의 전문의뿐만 아니라 일반 의료기관 전문의들도 심사에 참여하고 있다. 심사에 참여하는 전문의가 있는 일반 의료기관으로서는 과도한 행정부담을 피할 수 없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운영 개선과 함께 위원회에 참여하는 일반 의료기관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도한 처벌 규정도 완화해야 한다. 현재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신고 규정을 어겼을 경우 5년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처벌이 과도하다보니 환자의 임상적 양태보다는 행정절차에 집중하게 되고, 결국 방어진료가 양산되는 상황이다. 사안의 경중에 따라 처벌 수위 등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의협은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신고 기한과 심사 기한 등에 관한 사항은 의료전문 영역이며, 의료 전문가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검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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