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난해 10월 필수의료협의체 구성해 총 3차례 회의 진행
보건복지부 "필수과목 지원했지만 큰 효과없어…의료 현장 의견 필요"
이우용 이사장 "수가 지원 강조…현 수가체계에 필수의료 가산 더해야"
정부가 필수의료과목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의료전문가들은 필수의료 과목을 살리기 위해서는 수가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현행 수가 체계인 상대가치점수에 필수의료라는 절대 가치를 더해 수가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김성주·신현영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함께 4월 28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필수의료 살리기 간담회'를 개최했다.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를 정책적으로 ▲생명에 직접적인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의료분야 ▲지역적 특성 또는 시장수요의 부족으로 제대로 제공되기 어려운 분야 ▲미래 전문인력인 전공의 충원율이 평균에 미달하는 과목 등의 기준으로 정의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비뇨의학과 등 필수의료 분야 학회 및 의사회와 함께 필수의료협의체를 구성했다. 총 3차례 이뤄진 회의에서는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확보 및 전문의 양성, 필수의료 인프라 및 의료 접근성 유지 등 필수의료 육성 및 중장기 발전 방향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발제를 맡은 차전경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장은 '필수의료 분야 현황과 발전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차전경 과장은 "정부는 필수과목 지원을 위해 외과계 대상 수가 인상, 전공의 수련보조수당 및 술기 교육비 지원 등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기에 부족했다"며 "필수의료 지원사항의 실효성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고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근본적인 개선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역의료와 공공의료, 필수의료 분야에서 근무할 의료인력 확충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높다"며 "다만, 구체적 방안에 대해 인력 배치와 함께 확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와 전체 의료인력은 부족하지 않은 상황으로 필수의료분야 수가 확대 등 근무환경 개선과 일자리 확충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차 과장은 필수의료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보건복지부의 정책 방향으로 ▲필수의료 수가보상 및 지원확대 ▲필수의료인력 교육수련 강화 ▲필수의료분야 맞춤형 지원 ▲필수의료인력 확충 및 수급 관리 등을 언급했다.
특히 '필수의료 수가보상 및 지원 확대' 분야와 관련해 차 과장은 "흉부외과, 소아 심장, 소아외과, 외상 외과, 수지접합 등 수술 수가 인상을 우선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더불어 분만 인프라 유지 방안, 신생아 중환자실 수가 개선 등 진료 수요가 감소하는 과목의 인프라가 붕괴되지 않도록 우선 지원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필수의료분야 맞춤형 지원'과 관련해서는 산부인과 지원 방안에 대해 짚었다.
차 과장은 "취약지 지원 및 규제 개선 등 현장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분만취약지역 소재 의료기관이 산부인과를 운영할 수 있도록 시설·장비·운영비를 지원하고 취약지 수요와 공급을 분석해 유형별 맞춤형 지원을 확대하고자 한다"며 "산부인과의 불가항력의료사고 보장재원 국가부담을 확대 검토하고 재정 당국 등 협의를 통한 보상재원 국고 비율을 상향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산부인과 다인실 의무보유(50% 이상) 규정 등 규제 효과가 낮고 수용성이 떨어지는 규제는 폐지 또는 완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의료인력 확충과 관련해서는 9·4 의정합의에 따라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된 이후에 논의할 것을 재확인했다. 또 필수의료인력 교육수련 강화를 위해서는 전공의 수련과정에 필수·일차 의료분야 교육을 강화해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전공의 술기 교육 비용 지원 인원과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라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의 발표 이후 토론회에 참석한 내과학회·외과학회·산부인과학회·소아청소년과의사회·흉부외과학회·비뇨의학회학회 등 의료 전문가들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지원책에 대해 제언했다. 특히 의료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수가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우용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은 "수가, 의료접근성, 인력문제 등 3가지로 얘기하고 싶다"며 "필수 과를 담당하는 의료진이 국민 건강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자존심을 지킬 수 있도록 처우와 대우의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수가와 관련해 '수가 인상'이 아닌 '수가 정상화'를 시켜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수가체계는 상대가치평가라는 틀에 갇혀있다. 상대가치평가에 더해 필수 과에 대한 절대 가치를 인정하는 프로세스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역에서도 '지역 필수의료담당 병원 필수의료 가산 시범사업'을 통해 지역 필수 과에 대해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조영석 대한내과학회 총무이사는 "최근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시범사업에서 정규사업으로 전환됐는데,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수가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응급실에서 응급의학과 외에 과별로 당직을 서게 되는데, 최근 전공의들 분위기가 왜 응급실 당직까지 서야 하느냐는 분위기 형성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재원 확보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현재 소청과 진료 활성화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소아청소년과협의체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지만, 내년 3월에는 소청과 레지던트 3년 차와 4년차가 같이 병원을 나오면서 병원 내 소청과 레지던트 수가 전국적으로 극심하게 부족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소청과 진료 인프라를 구제를 위해서는 응급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와 국회에서 제도 정비와 법안을 마련해 적극 움직여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박중신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의료사고분쟁조정법 46조 중 불가항력의료사고 관련 환자 사망 시 국가보장금액을 확대하고 의료기관 부담율을 없애는 방향으로 법안이 개정됐으면 한다"라며 "300병상 미만 의료기관 설립 시에도 기존 내·외·산·소의 필수과목을 다 개설하도록 했지만, 2000년대 초반 내외산소 중 3개 과목만 개설하면 되도록 법안이 개정되면서 산부인과가 선택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출생신고제와 관련해 취지는 동감하지만, 산부인과 의사가 분만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고하도록 해 행정부담을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 사고 발생 시 최종 책임자가 산부인과 의사라는 점도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정부는 의료수가에 관해 진료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 현행 보상방식이 적극 이뤄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상대가치평가에서 수가를 추가로 보상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며 "특히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진료 수요가 절대적으로 감소하고 중장기적으로 회복이 쉽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인프라가 훼손되지 않고 인력공급이 적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보상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