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으로 살펴본 장관 후보자 '중점' 의료정책
"공공의료·의료인력 "확충 방안 필요하지만 의·정 합의 준수해야"
의료계와 '소통' 강조…필수의료 위해 의료행위 반영한 수가 검토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오늘(5월 3일) 진행된다. 후보자 본인은 청문회를 앞두고, 향후 보건복지 정책 청사진을 자세히 설명할 기회를 갖고 싶다고 밝혔지만, 그간 이슈화된 논란을 중심으로 한 집중 질의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 후보자는 내정자 지명 이후 10년 전 작성한 칼럼 논란에 이어, 자녀 의전원 편입학 의혹, 아들 병역 특혜 의혹 등 논란과 의혹에 대한 해명에 힘을 쏟았다. 이에, 향후 보건의료 정책의 중점 과제에 대한 설명 기회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의협신문]은 정호영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국회 서면 질의 답변서를 입수, 보건의료 정책 방향에 집중해 발언을 정리했다.
의료계 관심 이슈로는 ▲의료계 타 직역과의 면허 범위 ▲수술실 내 CCTV 설치·비대면진료·의사면허 취소 등 의료계 민감 법안 ▲코로나19 재유행 대비한 감염병 대응체계 개선 ▲지역 완결적인 필수의료체계 구축 ▲보건소 등 지역보건의료체계 개선 ▲적정 의료인력 양성 및 역량 강화 ▲필수의료 인프라 확충 ▲공공의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보건부 독립 ▲의약분업·대체조제 등이 있었다.
■ 타 직역 면허범위 관련 이슈…"폭넓은 의견 수렴" 신중 입장
정 후보자는 타 직역 면허범위 관련 이슈인 PA, 한의사 의료기기·RAT 검사·첩약 급여화, 간호법, 문신사 관련 이슈 등과 관련 대체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조정·중재 방안을 찾아보겠다"며 일부 가능성을 열어두는 '신중 검토' 위주의 답변을 내놨다. 후보자가 의사라는 직역이기에, 한쪽으로 편중된 정책을 끌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면허 범위와 관련된 이슈의 경우, 의약단체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논의를 이끌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이어갔다.
논의의 장으로는 6개 의약단체가 참여 중인 '보건의료발전협의체'를 꼽으며 "복지부가 직역 간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합리적 방안으로 조정하고 중재하는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현행 의료법 체계 안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변해 면허 범위 준수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 대한한의사협회가 시행을 요구하고 나선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코로나 19 신속항원검사는 한방의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임상적 근거가 확립된 의과 중심으로 코로나 19 검사·치료 체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공보의를 신속항원검사에 동원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신속한 감염병 대응과 치료에 큰 장애가 발생해 국민건강을 위협하게 되므로 갈등이 최소화되도록 하는 정책적 판단이 중요하다"며 상황에 따른 유연한 결정이 가능하다는 판단은 열어뒀다.
2020년 11월부터 시작, 내년 10월까지 진행되는 한의계 첩약 급여화 사업은 성과평가를 통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확대 필요성이나 적절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사업 제도화에 대해서도 "한요건·제도설계·평가지표 개발 등 의약 난임치료의 표준화와 이해관계자의 충분한 의견수렴 등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한의계 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을 위한 연구 결과와 충분한 의견수렴을 토대로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한의사 전문의약품이나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특정 의료행위가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그 의료행위의 태양 및 목적, 학문적 기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고 있다"면서 향후 의견수렴 계획을 전했다. 다만 응급상황 대응을 위한 전문의약품 사용의 경우, 실태조사 및 판례를 고려해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밝혔다.
최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간호법에 대해서는 "입법 과정에서 의료현장의 갈등이 생기는 경우 국민 의료이용에 큰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게 된다"면서도 "갈등이 최소화되도록 협의하면서 사회적 공감대를 가지고 입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일부 가능성을 열어뒀다.
문신 합법화에 대해서는 "현실에서 음성적으로 문신을 시술하는 경우가 많아 국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향후 의료계, 관련 업계 등 폭넓은 논의 과정을 거쳐 문신업에 대한 위생안전 관리 방향을 검토해 가겠다"는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수술실 CCTV 설치·의사 면허취소 등 민감 법안 관련 견해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와 관련해서는 의료계 우려를 보완할 수 있는 구체적 실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 후보자는 "대리 수술 등 무면허 의료행위 예방 및 의료분쟁 해소를 위해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위한 법안이 개정됐다"라며 "현재 '수술실 CCTV 설치방안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환자의 안전을 위한 입법 취지를 구현하면서 의료계 우려를 보완할 수 있도록 의료계, 시민단체 등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민간 법안인 의사 면허취소 기준 강화 법안과 관련해 "안전한 의료환경을 조성하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성범죄 등 중대범죄를 범한 의료인에 대한 결격사유 강화, 면허 재교부 제한 등 면허관리를 강화할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라며 "그간 면허 재교부 심의의 객관성 및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면허 재교부를 행정처분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하고, 시민단체 추천 위원을 포함하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면허 재교부 제도개선의 여지가 있는지 조금 더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에서 의사면허관리원 등 의사 면허 자율징계를 요구하는 것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 후보자는 "정부, 의료계, 전문가, 시민단체 등의 충분한 협의와 함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라며 "특히 국민의 눈높이에서 의료인 봐주기로 인식되지 않도록 중립성 및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의협이 '선도적 대응'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한 비대면 진료는 일차 의료 중심, 대면진료의 보완 수단 등으로 활용할 계획을 발표했다.
정 후보자는 "원칙적으로 비대면 진료는 의료취약계층·의료취약지의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대면 진료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일차의료기관 중심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라며 "구체적인 적용 범위 등의 정책 방향은 의료계 등 관련 단체와의 공감대를 형성해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향후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됐을 때 진료수가는 비대면 진료의 난이도, 진료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비용 효과성 등 급여 필요성을 평가해 급여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와 함께 아동·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집중 지원과 재난적 의료비 지원 강화 등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정 후보자는 "국민 건강보장과 의료비 부담완화 등을 위해 의료행위 등의 비용 효과성 등 급여 필요성을 평가해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계속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며 "향후 건강보험 정책 방향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검토하고 특히 아동·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집중 지원과 재난적 의료비 지원 강화 등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공공의료·의료인력…"확충 방안 필요하지만 의·정 합의 준수해야"
의료계 총파업을 촉발한 4대 악법 중 하나인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한 질의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후보자는 관련 이슈에 대해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도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를 통해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먼저 '의사 수' 부족 이슈에 대해 "OECD 국가와 비교할 때 부족한 점이 있고, 의사 수 증가율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코로나19 상황 속 의료인력 부족 상황, 수도권·인기 과목 쏠림, 지방·필수의료분야 인력부족 문제 등을 들어 "지역·필수·공공분야에 대한 적정의사인력 배치와 수급 상황을 고려한 의사인력 확충방안을 논의하면서 의대 증원 필요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공공·필수의료에 대한 지원 강화 필요성이 두드러졌음을 언급하며 "공공정책 수가 도입을 포함해 예산지원이나 수가 개선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면서 "대유행 상황에서 민간병원 협력의 필요성을 절감한 만큼 필수의료 제공 체계 확충, 공공보건의료 역량 강화, 제도·협력기반 강화 등 의료체계 전반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 가겠다"고 답했다.
다만 "2020년 의·정 합의에 따라 국립 의학전문대학원(공공의대) 설립 문제나 의대정원 확대와 관련해서는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료계와 논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알고 있다"며 "의사단체 등 각 계와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정리했다.
■ 포스트 코로나…향후 감염병 체계 향방은?
정 후보자는 '중점 과제'나 '주요 정책'을 묻는 질의에 1순위로 '일상회복 및 감염병 대응체계 개선'을 꼽을 정도로 '포스트 코로나'에 큰 방점을 찍어 왔다.
후보자는 서면 답변에서 향후 감염병 대응과 관련해 "국민이 염원하는 온전하고 안전한 일상회복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며 "가을 이후 재유행, 새로운 감염병 등장 등에 대비하여 병상·인력 등 의료체계와 감염병 대응체계를 면밀히 점검하고 준비해 나가겠다"고 정리했다.
재유행 대비 핵심과제로는 예방접종을 통한 면역력 확보, 취약시설에 대한 감염관리 철저, 긴급치료 병상 등 추가 확충을 통한 의료대응 역량 보완을 꼽았다.
최근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코로나19 후유증, 롱코비드에 대해서도 국내 코로나19 후유증 조사 연구 내용과 WHO, CDC 등 주요 기관의 자료 및 주요 국가들의 후유증 조사 결과를 검토 중이며 '대국민용 안내문'과 '의료인용 가이드라인'을 각각 제작·배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장관 취임 시 그간 코로나19 대응체계를 점검하고, 의료·방역 전문가 등 각계각층으로부터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지속가능하고 튼튼한 감염병대응체계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코로나19백신은 신규 플랫폼을 이용해 단기간 개발된 백신으로 명확한 이상 반응과의 인과관계를 단기간 규명은 한계가 있어 국가 현행 보상·지원 대상 확대 및 지원금액 상향,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이상 반응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를 위한 구상은?
이상적인 의료전달체계에 대해 "환자가 적정 의료서비스를 적정시기, 적정 기관 및 장소에서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체계"라고 설명한 정 후보자는 "장관이 된다면, 모든 국민이 서울·수도권 대형병원으로 가지 않아도 '내가 사는 지역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필수의료를 확충하고 지역 의료기관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의료계 등 각계와 충분히 논의해 결정하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적정 수가보상, 수련비용 지원 필요성 등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라며 "필수의료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의료진의 의견을 수렴해 현실적인 정책 수단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의료행위 특성을 적정하게 반영한 수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현재 외과·흉부외과 등 과목과 수술 분야 보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추진되고 있다. 필수의료 분야 지원을 강화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원활한 의료서비스 제공과 연계하는 방향으로 보상체계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외 보건부 독립이나 의약분업제도에 대해서는 현행 유지에 무게를 둔 신중 입장을 밝혔다.
후보자는 "현재는 코로나19 완전한 극복을 위해 조직 전체의 역량을 집중할 때로, 조직 개편 논의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건강과 복지 문제가 맞물려 있어, 보건과 복지 정책을 함께 수행하는 현행 체계의 장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의약분업제도 및 대체조제 활성화에 대해서는 "의약품의 오남용 예방, 약제비 절감, 환자의 알권리 신장, 제약산업의 발전 도모 등 국민의 보건 증진에 기여했다"면서 "대체조제 절차의 명확화 등 절차의 개선 방안 모색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대체조제는 의약분업의 주요 사항이며 의사의 처방권에 대한 영향 등 우려 의견도 있는 만큼 활성화는 의약단체, 전문가 등의 의견수렴 및 사회적 합의 등을 고려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정리했다.
이밖에 대형병원 쏠림 현상의 해결을 위해 지역의 진료환경을 개선해 지역에서 근무하는 의료인이 자긍심을 갖고 환자 건강 개선 등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