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중심 대응체계에 의료 영역 보완…리더십·거버넌스 갖춰야
중앙감염병병원 제역할 위해 국립중앙의료원 인프라 획기적 강화
감염병 예방·진단·치료·예후 예측 위한 기초·임상 전주기 연구 이뤄져야
새로운 국가 감염병 대응 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지난 2년 동안의 공과를 세심하게 살펴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기존 방역 중심 대응체계에서 미진했던 의료대응체계를 갖추고, 효과적 의료대응을 가능케 하는 리더십과 거버넌스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염병 재난에 대응하는 의료시스템은 표준화된 안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정돼야 한다는 진단이다.
또 2027년경 설립 예정인 중앙감염병병원이 제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를 정비해 감염병 전달체계, 운영·지원 권한, 통합정보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국립중앙의료원이 모병원으로서 위상과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강화해 감염병병원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국립중앙의료원은 5월 2일 노보텔앰버서더동대문 그랜드볼룸에서 '코로나 이후 감염병 대응체계 개혁 왜 필요한가'(부제:국가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과 중앙감염병병원 역할)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은 "국가 감염병 대응 체계 구축과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의 역할을 주제로 또 언제 다쳐올지 모를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감염병 대응체계의 대안과 국립중앙의료원에 설치될 중앙감염병병원의 역할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게 됐다"라며 "2년 넘게 코로나를 경험하면서 제기된 감염병 관리 체계에 대한 거버넌스 부재, 시설 인력을 포함한 대응 인프라 부족, 임상적 리더십 부재 등 감염병 대응체계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한 토론과 함께 중앙감염병병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을 제시해보고자 한다"라고 포럼 취지를 설명했다.
첫 발제를 맡은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감염내과전문의)은 '코로나 경험에 따른 국가 감염병 대응체계의 평가 및 대안'에 대한 발표에서 코로나 상황에 대한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적 접근보다 성과를 거둔 부분과 부족함 부분을 세심하게 톺아보고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승관 원장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대해 성공-실패 이분법적 접근보다 어떤 부분이 성공적이었고,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를 이해하고 보완하기 위한 그 다음 노력들은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들여다보고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라며 "지난 2년 동안 비약물적 중재에서는 매우 우수한 성과를 보였지만, 위기 체계를 관리하고 조정하며, 자원을 재분배하고 재배치하는 부분에는 부족함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팬데믹에 대한 이해 부족도 꼽았다.
임승관 원장은 "감염병 팬데믹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우리가 노력하면 쉽게 끝낼 수 있다거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면 통제 가능하고 종식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이해했다"라며 "바이러스 변이주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관련 정책은 현실에 맞게 바꿔가면서 대응해야 하는데 초반 전략을 변함없이 이어가는 등 오류가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현장성 부족 역시 안타까워했다.
임승관 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은 학자, 관료, 저널리스트, 그 밖에 누구도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조건이기 때문에 더욱 현장성에 대해 관심을 가졌어야 했다"라며 "벌어지는 현상에 대해 정확하게 이유를 분석하거나 제시하지 못하는 일을 많이 겪었던 것은 현장에 발을 딛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감염병 재난에 대응하는 의료시스템은 표준화된 안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정돼야 한다는 인식이다.
의료기관 지정체계의 문제점도 짚었다.
임승관 원장은 "감염병병원 지정체계를 2년 넘게 운영했다. 초반엔 어쩔 수 없었겠지만 아쉬움이 많다. 공공병원 동원 병상 확보, 행정명령을 통한 상급종합병원 중환자 병상 확보 등의 방식으로는 근본적으로 감염병 확산을 대처할 수 없다"라며 "우리가 현재 이용하고 있는 보편적 의료체계 안에서 접근해야 한다. 보편적 의료접근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다가서야 한다. 지정 체계에 대한 확신의 오류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중앙감염병병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생각도 옮겼다.
임승관 원장은 "감염병병원에 대한 법률 시행령 고시에는 어떤 전문성을 발휘하는지가 빠져 있다. 진료는 민간과 같이해도 거버넌스 참여에는 지위와 권한이 있어야 한다. 중앙감염병병원으로서 전문성과 현장성 필요하다"라며 "정부와 의료계의 연계도 필요하다. 비배타적 경쟁, 공공 기반, 능력 기반 권위, 존중 기반 통제, 전반적 기능 향상 등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앙감엽병전문병원이 공익성·질적 우수성·관리의 적절성 등을 담보할 수 있도록 무엇을 지원해야 할지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립중앙의료원의 기능강화를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임승관 원장은 "중앙감염병병원은 외래·응급 등 병원 전반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라며 "국립중앙의료원의 기능 강화가 이뤄져야 튼튼하게 중앙감염병병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별한 예산으로 중앙감염병병원을 번듯하게 짓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운영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국립중앙의료원이 감염병 재난에 대비하는 핵심 기관으로서 어떻게 위상을 만들지, 어떻게 투자하고 어떻게 능력을 키울지에 대한 사회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되새겼다.
임준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본부장은 '국가 감염병 대응체계에서의 중앙감염병병원의 기능 및 역할' 발제를 통해 감염병 의료대응체계 부재와 거버넌스 구조 문제를 짚었다.
임준 본부장은 "감염병 대응 체계의 접근이 방역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의료 대응 체계는 부족했다. 의료체계에서 중요한 것은 병원 하나 짓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작동되게 하는 것"이라며 "전체 의료 자원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상당히 부족했다"고 되돌아봤다.
코로나19 의료대응의 과정에서 방역체계 중심 대응, 의료자원 조정을 위한 관리체계 부재, 과학적 근거 생산 및 위기 관리 커뮤니테이션 부족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진단이다.
임준 본부장은 "방역과 의료는 대상자, 접근방식, 목적이 본질적으로 다른데도 의료를 방역에 포함시키는 정책을 시행했다"라며 "불필요한 입원 증가, 비효율적 의료자원의 소모, 입원·치료 필요 환자에 대한 적시·적정 치료 불가, 비코로나 환자의 진료 차질 등 부차적 피해가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이후 새로운 감염병 상황에서 적절한 의료대응을 보장하려면 ▲기존 방역 중심 대응체계를 보완하는 의료대응체계 구축 ▲효과적 의료대응을 가능케 하는 디러십과 거버넌스 등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감염병 대응 체계에서 중앙감염병병원의 역할도 되새겼다.
임준 본부장은 "중앙감염병병원은 의료인력, 의료접근성, 의사결정, 데이터, 소통 등 영역에서 준비-대응-유지 단계별 실행방안이 수립돼야 한다"라며 "중앙감염병병원은 하나의 치료기관 생각하면 안 된다. 병원 전체를 비운다고 감염병 전문병원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감염병 환자 진료를 해야되겠지만 감염병 발병 상황에서 국내 의료시스템이 전체적으로 잘 작동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컨트롤타워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도 제안했다.
임준 본부장은 "중앙감염병병원의 역할과 기능, 권한에 대한 법적 명시가 필요하다. 감염병 의료대응체계 개념 신설, 감염병 의료대응을 위한 전달체계 규정, 중앙감염병병원 운영·지원에 대한 권한, 감염병관리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등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중앙감염병병원은 진료·연구·정책이 어우러지는 요체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준 본부장은 "중앙감염병병원은 국립감염병연구소와 연계해 감염병 예방, 진단, 치료, 예후 예측과 관리를 위한 기초·임상 연계 감염병 전주기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감염병병원만 단독으로 있는 게 아니라 모병원으로서 국립중앙의료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충분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모병원으로서 국립중앙의료원의 위상과 인프라가 획기적으로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