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 인하의대 교수, 'JKMS'에 '금동보상살의 발가락 변형' 기고
망치엄지발가락·갈퀴발가락 해당…장기간 맨발 수행과정서 기인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는 국보 83호 미륵불상이 전시돼 있다. 한 쪽 다리를 다른 쪽 무릎에 얹고 한 손의 손가락을 뺨에 대고 있는 반가사유상이다. 반가사유상은 중국에서는 5∼6세기, 한국에서는 6∼7세기 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보 83호 불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왼쪽 무릎 위에 얹은 오른발 엄지발가락의 특이한 기형을 확인할 수 있다. 엄지발가락의 발허리발가락관절(중족지절관절)이 과신전(관절각이 180도를 넘은 상태)돼 있고 가락사이관절(지절간관절)은 굴곡돼 있다. 일반적으로 나머지 발가락이 중립인 상태에서 엄지발가락을 이같은 자세로 앉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불상의 엄지발가락은 왜 기형일까.
황건 인하의대 교수(인하대병원 성형외과)는 대한의학회 공식학술지 <JKMS>에 실린 '금동보상살의 발가락 변형' 기고를 통해 불상의 모델이 된 승려가 발가락 기형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변형된 발가락의 원인에 대해 살폈다.
불상의 엄지발가락은 망치엄지발가락(Hallux hammertoe·hallux malleus) 또는 갈퀴발가락(claw toe)에 해당된다.
승려의 엄지발가락이 기형이 된 이유는 오랜시간 맨발로 걷는 수행과정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태국 북부에 거주하는 승려 208명을 대상으로 발 및 발목 상태를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무감각'(70.8%), '발가락 기형'(18.2%), '발바닥근막염'(13.4%), 발허리뼈통증(중족골통·3.8%) 등을 겪고 있었다. 이 가운데 발가락 기형에는 엄지발가락외반(14.4%)과 갈퀴발가락(4.3%)이 주종을 이뤘다.
승려들이 발가락 기형을 갖게 되는 이유로는 ▲태국 승려들은 매일 장시간 신발을 신지 않고 걸으면서 발바닥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진다 ▲시골에서 표면이 매끄럽지 않은 흙길이나 콘크리트길을 걷게 되면서 발바닥 부분에 접촉 압력이 높아지고 무감각을 초래한다 ▲승려들은 서품을 받기 이전에는 신발을 신다가 머리를 깎고 신발을 신지 않게 되면 이전에 걷는 것과 달리 맨발로 걷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결국 굳은살과 발가락 기형은 서품 이후 장기간 맨발로 걷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망치엄지발가락·갈퀴발가락 등의 기형을 수술로 개선할 수 있다. 망치엄지발가락·갈퀴발가락 등이 유연하면 힘줄 해제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며, 경직된 경우 엄지발가락을 곧게 펴기 위해 관절 유합 또는 관절 성형술이 필요하다.
황건 교수는 "한국에서도 7세기 초반 승려들은 오늘날 태국의 상좌부승려들처럼 맨발로 걷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라고 추정된다"라며 "신비한 미소를 짓고 있는 불상을 보면 장기간 맨발로 수련하면서 생긴 발의 기형에도 승려들은 행복했으며 '깨달음'을 얻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