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수가협상' 치열한 수 싸움 시작…의협, 어떤 수 놨나?

'2023년 수가협상' 치열한 수 싸움 시작…의협, 어떤 수 놨나?

  • 홍완기 기자, 박승민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2.05.1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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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단 '공격 수·방어 수' 짚어보니 '코로나19 비용 분리 관건'
김동석 단장 "일시적 재난 관련 비용, 수가와 상관없이 운영돼야"
"2021년도 의원급 진료비 증가율, 초음파 급여화 착시 현상 때문"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은 5월 12일 서울 당산 국민건강보험공단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제1차 의원급 수가협상을 진행했다. [사진= 김선경 기자]ⓒ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은 5월 12일 오후 서울 당산 국민건강보험공단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제1차 의원급 수가협상을 진행했다. [사진= 김선경 기자]ⓒ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가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이하 수가협상)을 위한 치열한 수 싸움에 돌입했다. 5월 12일 진행한 1차 수가협상 전·후 협상단 관계자가 언급한 발언을 볼 때, 이번 수가협상에서는 코로나19 관련 지원금들이 협상과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관철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협 수가협상단은 5월 12일 오후 2시 서울 당산 국민건강보험공단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제1차 의원유형(의원급) 수가협상을 진행했다.

의협 수가협상단은 먼저 '공격 수'로 작년 말 건강보험 재정 단기 흑자가 약 2조 8000억에 달했다는 점, 의원급 의료기관의 입내원 일수·실 수진수·1인당 내원 일수 전체 감소, 코로나19 상황 속 의료진의 헌신, 의원급이 고용창출 기관인 점, 물가 인상률 반영 필요성, 원가 이하 수가 정상화의 당위성 등을 뒀다.

'방어 수'로는 의원급 진료비 증가의 원인이 '초음파 급여화'에 따른 착시 현상이라는 점, 그리고 코로나19 관련 접종비·검사비·재택치료비·손실보상금 등은 재난 상황 속에서 일시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수가협상과는 별개의 것이라는 점을 뒀다.

특히 의협 수가협상단은 코로나19 지원금은 재난 상황에서 발생한 일시적 비용이며, 응당 국고로 지원돼야 했던 부분임을 강조했다. 실제 가입자단체들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코로나19 의료인력 지원비용' 등이 국고로 지원돼야 한다며 건강보험 재정에서의 지원을 한 차례 부결하기도 했다.

김동석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이 1차 회의를 진행하기 전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김동석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이 1차 회의를 진행하기 전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김동석 의협 수가협상단장은 1차 협상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수가협상의 핵심은 코로나19 지원금이나 신속항원검사 등에 대한 문제를 (수가협상과)분리시키는 것"이라며 "(의협은) 해당 비용이 재난이라는 특별한 경우에 대한 비용으로, 재난에 관한 비용은 수가와 전혀 상관없이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말 건강보험 재정이 2조 8000억원 흑자로 건강보험 누적금이 20조 2000억원인 것이 알려진 것에 대해서도 "흑자가 났으면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상일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는 이날 수가협상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 흑자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나 회원들이 수가협상에 대한 기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하는 건보공단의 입장에서는 올해 하반기에 소득 중심 부가체계 개편을 하게 되면서 쓰여야 할 재정과 주택금융부채, 새로운 감염병 대비 등 재정 소요가 나가는 부분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김동석 단장은 "만약 20조원의 적립금이 정말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건보공단 차원에서 국민을 설득해 예산을 따로 마련해야 하는 부분이다. 적자가 났을 때는 없었던 것이 아닌가? 흑자가 난 것은 다 적립금이라는 얘기는 말이 안 된다"며 "흑자가 나건 적자가 나건 적립금 얘기를 하며 밴드 폭을 넓힐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그냥 안 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021년도 의원급 진료비 증가율이 높은 것에 대한 '방어 수'로는 초음파 급여화의 영향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특히 진료 건수와 내원일수가 모두 줄었다는 점을 토대로, 이는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김동석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왼쪽)과 이상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가 1차 회의 직전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김동석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왼쪽)과 이상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가 1차 회의 직전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김동석 단장은 "최근 초음파 급여화 등으로 의원급 보장률 상승이 두드러졌다. 2021년 의원급 진료비 증가율이 높은 원인은 초음파 급여화의 영향으로 판단된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의원급의 환자는 대폭 감소됐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전년과 비교해 입·내원 일수, 실수진자 수 1인당 내원 일수가 계속 감소해 운영이 더욱 힘들어졌다는 것이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1년도 진료비 증가는 기존에 비급여로 받았던 '초음파 비용'을 급여화하면서 수익이 크게 잡힌 것으로, 실제 수익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김동석 단장은 "비급여를 포기하고 받게 되는 부분을 수익으로 잡아선 안 된다. 애초에 그렇게 많이 늘 수 없는 구조"라면서 "진료 건수가 줄고, 내진료비만 올라갔다는 주장은 내원 일수 등이 줄어든 상황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이 밖에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의료계의 헌신과 '고용 창출'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위해선 적정수가가 필요하다는 점, 물가 상승분에 대한 반영 요구 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김동석 단장은 "의원급 역시 고용창출 기관이기 때문에 수가가 올라가면 직원들의 급여 상승에도 영향을 준다. 최근 노조에서도 매년 인상안을 요구하고 있는데, 의원 역시 이러한 요구 들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수가가 충분히 올라야 한다"며 "물가 역시 최근 크게 오른 상황이다. 수가에 물가 인상률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료기관 운영에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의료진이 생명을 걸고 방역 현장을 지켰다는 점도 조명했다.

김동석 단장이 수가협상 1차 회의 직후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김동석 단장이 수가협상 1차 회의 직후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김동석 단장은 "코로나19가 급박한 상황에서 의료기관이 많은 희생을 했다. 의료진의 감염도 많았고, 사망도 있었다. 의료 시스템을 지키기 위해서는 적정 수가가 보장돼야만 국민 생명과 건강권을 지킬 수 있다"며 "이번 수가협상에서는 헌신해 온 의료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그동안의 불공정을 벗어나 협상의 틀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적정한 급여 체계와 적정한 보험료 부담의 균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건보공단에서 가입자 설득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건보공단 측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의료계의 노력과 헌신을 인정하면서도 가입자 단체와 공급자 단체간 협상의 기대가 달라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가입자는 가입자대로 의료 이용을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해서 절감된 건강보험 재정을 수가 인상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에 상당한 저항이 있다"며 "또 코로나19로 인해 가계 부채가 증가하고 물가 인상, 금리 인상 등 여러 가지 비용 증가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급자는 의료 이용량 감소에 따른 경영상의 어려움의 보상이 필요하는 시각과 새로 다가올 감염병 사태에 대비한 의료 인프라 유지에 필요한 수가가 보장돼야 한다고 기대하는 것 같다"며 "건보공단 협상단의 입장에서는 이런 가입자와 공급자 사이의 기대가 서로 엇갈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올해 수가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건강보험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고 가입자의 시각과 공급자의 시각 사이에서 적절한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아나겠다"라며 "협상이 잘 타결돼 원만하게 수가협상이 마무리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2차 수가협상 일정은 오는 25, 26, 27일 3일간이다. 구체적 공급자단체 협상 순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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