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 정치활동 현황·시사점' 발간…영향력 확대 해법 제시
공익-사익 적절한 균형·자율징계권 확보·내부 결속 강화 관건
대국민 활동 늘리고 사회적 참여 확대 통해 소통·설득 나서야
'정치력=내부 결속'...회원에게 꼭 필요한 의사협회로 인색돼야
대한의사협회는 국내 최대·최고의 전문가 단체로서 위상을 확립하고 있다. '국민 건강 보호'라는 절대 가치를 위한 사회적 공기능을 담당하면서, 회원 권익을 지키기 위한 이익단체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국민 건강과 회원 권익에 앞장섰지만,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은 위상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의료 환경이 다변화되고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사단체 역시 국회 입법과 정부의 정책 결정·집행 과정에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의사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몽니로 폄훼돼 왔다.
국민건강을 지키는 공적 역할은 철저히 외면되고, 이익집단으로서 부정적인 인식만 덧씌워졌다.
의사단체의 정치력 강화와 사회적 영향력 확대는 해묵은 숙제가 됐다.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은 무엇일까.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연구보고서 <의사단체 정치활동 현황 및 시사점>을 통해 전문가단체로서 정치력·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을 세우고 전략적으로 다가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여덟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먼저 전문가단체로 정책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다양한 정책의제를 개발하고 구체적인 활동전략 수립이 갖춰지면, 어떤 정책 이슈와 마주해도 선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의협 내에 데이터 기반의 정책시스템을 구축해 예측조사와 분석기능을 강화하고, 산하단체 및 유관기관과의 정보 네트워크를 통해 정책전담조직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공익과 사익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의협이 회원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한 이익 추구 활동을 해야하지만, 지나칠 경우 국회·정부·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전문가단체로서의 영향력은 전문가로서의 권위와 위상을 인정받을 때 극대화될 수 있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공의 요구를 적절히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의료법상 모든 의사는 의협에 가입해야 하지만, 실질적으로 협회에 주어진 회원 관리 권한은 거의 없다. 의사단체로서 책임 의식과 전문성을 갖추고 그에 맞는 자율성을 확보하는 게 위상 확립의 지름길이다. 장기적으로 의사의 면허·자격 관리와 징계 권한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의사출신 국회의원 배출과 이를 위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
21대 국회의원 가운데 의사출신은 2명(0.7%)뿐이다. 그동안 의사출신 국회의원들은 의사 권익을 강화하는 법률안을 발의하거나, 권익 침해 법안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의사출신 국회의원을 통해 입법·청원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 선거과정에서 의협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후보를 선별하고 의협 차원에서 비례대표 후보 추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치력 강화를 위한 내부 조직 확대 개편이 절실하다.
의협은 지난해 5월부터 대외협력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대외협력위원회는 국회·정부·시민단체 등을 상대로 의사단체의 입장을 전달하고, 합리적 정책·법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발빠른 정보 수집과 전략적 활동계획을 수립해 정책 이슈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협상력을 높이고 있다. 대외협력위원회 운영에는 인력과 예산이 수반된다. 전략적 비전·목표를 설정하고 정치력 강화를 위한 지원체계 확대가 필요하다.
회원 내부 결속력 강화도 중요하다.
정치력·영향력 확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의협이 회원들로부터 꼭 필요한 기관으로 인식돼야 한다. 대외적인 정치력은 내부의 결속력에서 나온다. 회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마련을 통해 회비 납부율을 제고하고, 의사단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회원들의 정치적 관심과 각성도 필요하다.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전문가단체로서 의협의 입장을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검증을 통해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국민을 향한 의사단체의 활동을 늘리고 사회적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언론, 보건의료단체, 시민단체 등과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정책 이슈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객관적 자료 생산하는 일 못지 않게 이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언론과의 친밀도가 중요하다. 또 논쟁적 이슈 해결에는 유사 직종 및 타 직종 단체와의 연대가 필수적이다. 시민단체와의 연대와 신뢰 형성도 간과할 수 없다. 정책 형성과정에서 시민단체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를 주관한 오수현 책임연구원(이얼 전문연구원)은 "보건의료정책은 의료환경 변화와 국민의 요구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며, 정책의 주요 결정자인 대통령, 국회, 정부와의 이견과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하는 과정에서 결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의협이 전문가단체로서 위상을 확립하고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