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목숨 걸고 뛰어든 '코로나 방역'…저수가로 돌아온다?

기획 목숨 걸고 뛰어든 '코로나 방역'…저수가로 돌아온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2.05.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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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목소리 "허탈…다른 재난 발생 시, 어떻게 협력 구할 건가?"
특정과 및 종별에 몰린 보상을 모든 의료기관 수입으로? "이건 아니다"
수가협상에서 '코로나19 비용·지원' 포함 논의 "당위성 떨어져"

내년도 의료계 생계를 좌우할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의 막이 올랐다. 
6개 공급자단체 수가협상단의 발언을 통해 떠오른 키워드는 '코로나19 보상' 문제였다. 환자 입·내원일수나 실수진자수가 모두 감소한 반면, 의원급 진료비용이 상승한 이유 역시 쟁점이 되고 있다.
의협 수가협상단은 진료비용 증가의 경우, 보장성 강화 및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착시현상'임을 재차 강조하며, 이번 협상에서는 이러한 영향을 포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보상과 관련해서는 재난 상황 속에서 발생한 일시적 지원금을 수가협상에서 포함·논의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진료비 외 부분을 수입으로 반영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의협신문]은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이 준비한 데이터를 근거로,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진료비 증가'와 '코로나19 보상 포함'이슈를 집중 분석했다. 
취재 과정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뛰어들었던 의료인들의 "허탈하다"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기획 순서]
1. 목숨 걸고 뛰어든 '코로나 방역'…저수가로 돌아온다?
2. 진료비 늘었다? '난'왜 힘들지…의원급 입·내원일수 급감(바로가기)
3. 의원급 의료기관 고용창출 효과, 이렇게 컸다고?(바로가기)

코로나19의 폭발적 증가와 혼란. 방역 최전선에는 의료진들이 있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코로나19의 폭발적 증가와 혼란. 방역 최전선에는 의료진들이 있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코로나19의 폭발적 증가와 혼란. 정부가 택했던 카드는 신속한 병상 확보와 검사체계 확립이었다. 의료기관들은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병상을 내놨고, 병원을 통째로 코로나19 전담치료병상으로 내놓은 의료기관도 있었다. 

의원급의 활약 역시 컸다. 의원급의 가장 큰 강점은 전국적인 고른 분포도. 접근성에서 강력한 힘을 가진 동네 병·의원들은 코로나19 예방접종 당시 단기간 접종률을 올리는 데 큰 공헌을 했다. 

감염력이 비교적 강한 오미크론 우세종화 직후,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폭증할 당시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신속한 진단·검사' 였다. 이에 정부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확진 인정 체계를 도입한 뒤 동네 병·의원에 진단·검사 역할을 요청했다.

동네 병·의원들은 감염 위험 속에서도 3주만에 6000곳 가까운 병·의원이 참여하며 검사 수요를 감당해 냈다.

목숨을 무릅 쓴 대가가 '저수가'로?

이 과정에서 감염을 피하지 못한 의료진들의 희생도 잇따랐다. 코로나19 방역 전선을 지킨 의사들의 사망 소식은 올해 초까지도 계속됐다.

그런데 최근 위험을 감수하며 방역에 동참한 의료진들의 힘을 빼는 소식이 들려왔다. 수가협상 속에서 코로나19 관련 각종 손실 보상, 신속항원검사비용 등을 모두 포함해 수익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

김동석 의협 수가협상단장은 1차 협상 직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뒤 "이번 수가협상의 핵심은 코로나19 관련 지원금이나 신속항원검사 등에 대한 문제를 분리시키는 것"이라며 "해당 비용이 재난이라는 특별한 경우에 지급된 거스으로, 의협은 재난에 관한 비용은 수가와 전혀 상관없이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윤석준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장은 지난 10일 진행한 재정소위 직후 "가입자 단체가 코로나19 관련 손실보상금 유형별 배분, 신속항원검사·예방접종비 국고 및 건강보험료 제공 현황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재정소위 직후 발언과 공급자 단체 1차 협상 직후 브리핑을 종합해 보면, 이번 수가협상에서 해당 자료들을 함께 살피겠다는 가입자 단체의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 안정화를 이끈 의료진들의 위험과 희생에 대한 보상금을 '수익 불이익' 근거로 활용하는 것은 당위성 측면에서도 옳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동석 단장은 "코로나19의 폭발적 감염의 급박한 상황에서 의료진들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며 생명을 걸고, 진료실과 방역 현장을 지켰다"며 "의료진의 코로나19 감염도 엄청나게 많았지만, 더 애통한 것은 진료 중에 코로나19로 사망한 의사들이 많았다는 것"이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목숨을 무릅 쓴 대가가 '저수가'로 돌아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허탈하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코로나19 치료병상을 운영한 A병원에 근무 중인 B전문의(내과)는 "정말 허탈한 심경이다. 코로나19관련 보상 문제를 수가협상과 연관 짓는 것은 전 세계적 의료재난에 맞서, 대응초기 혼란 속에서도 코로나19 진료에 참여한 대한민국 의료인에 대한 배신"이라고 꼬집었다.

B전문의는 "또 다른 국가적 의료재난이 찾아왔을 때, 이젠 어떤 변명으로 협력을 구할 것인가? 이러한 협상 태도는 의료인들의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의 골을 더 깊게 할 것"이라면서 "세계 어느 나라가 코로나19 시국의 의료인들에게 이런 대우를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돌아서면 까먹는 바보가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또 "코로나19 진료로 오히려 진료의 양이 증가했던 일부 의료기관도 있지만, 대부분의 병·의원들은 다른 사업분야와 마찬가지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서 "이제 와서 줬으니 반환하라니… 대체 '덕분에' 캠페인은 왜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단장 역시 "현재 코로나19는 전환기에 있다. 다른 외국에 비해 우수한 성과를 낸 것은 보건의료인 전체가 합심한 결과"라며 "특히 병원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많은 일조를 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긴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고, 이 부분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의 의료계의 헌신을 부각시켰다.

더불어 "코로나19 치료 병상에서의 고용 어려움이나 급여 문제 등 의료인력 문제를 포함한 어려움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코로나19 손실보상은 모두 코로나19 대응 비용으로 사용된 것이다. 협상에서 이 부분을 고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분명히 했다.

특정과·종별에 몰린 보상을 모든 의료기관 수입으로? "이건 아니다"

수가협상단은 코로나19 관련 지원금들이 특정 종별이나 과목에 쏠리는 성격이 강했다는 점 역시 집중 조명하고 있다.

'진료 과목'의 특성상 지원금 등과는 거리가 멀었던 이들은 난데없이 수가 불이익까지 맞아야 하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C개원의(세종·비뇨기과)는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 명칭에서 보듯, 호흡기 관련 과에서 진행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정부에서도 가급적 호흡기 질환을 함께 보는 의료기관에서 신청하도록 권장한 것으로 안다"며 "최근 언론을 통해 이러한 부분을 수가협상에서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건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업에 참여한 의료기관들 역시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한 것으로 보인다. 주변 의료진들도 감염됐다는 소식을 많이 접했다"며 "국가 재난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활용한 부분을 수가에서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본다"고 짚었다.

C개원의는 "코로나19 타격으로 인해, 경영에 보탬이 될까 하는 마음에 뒤늦게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찾아온 분은 5명"이라며 "접종 사업을 위해 필요하다고 해서 구매한 온도계 값이 24만원이었는데 이 가격도 나오지 않았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끝으로 "만약 이번 수가협상에서 이런 부분을 수익으로 잡는다면, 호흡기와 무관한 전문과나 다양한 이유로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 의료기관은 너무 억울할 것 같다"고 한탄했다.

김동석 단장 역시 "코로나19 관련 진료비는 특정 종별·진료과에 치우친 문제가 있다"며 "이를 수가협상에서 반영할 경우 해당 지원에서 소외됐던 그룹의 피해가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코로나19 보상 및 비용 등은 급박한 상황 속에서 일어난 특수성과 일시성이 있다. 수가협상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사안"이라면서 "더욱이 재난 상황에서 발생한 비용은 응당 국고에서 지원해야 했던 부분이라는 점에서 이를 수입으로 잡는 것은 부당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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