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 2020년 증가율 0.3% 불과...비급여→급여 전환, 진료비 증가 '착시 현상'
의협 수가협상단 "올해 진료비용 증가, 협상 기준 부적합…입·내원일수 2.1% 감소"
내년도 의료계 생계를 좌우할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의 막이 올랐다.
6개 공급자단체 수가협상단의 발언을 통해 떠오른 키워드는 '코로나19 보상' 문제였다. 환자 입·내원일수나 실수진자수가 모두 감소한 반면, 의원급 진료비용이 상승한 이유 역시 쟁점이 되고 있다.
의협 수가협상단은 진료비용 증가의 경우, 보장성 강화 및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착시현상'임을 재차 강조하며, 이번 협상에서는 이러한 영향을 포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보상과 관련해서는 재난 상황 속에서 발생한 일시적 지원금을 수가협상에서 포함·논의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진료비 외 부분을 수입으로 반영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의협신문]은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이 준비한 데이터를 근거로,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진료비 증가'와 '코로나19 보상 포함'이슈를 집중 분석했다.
취재 과정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뛰어들었던 의료인들의 "허탈하다"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기획 순서]
1. 목숨 걸고 뛰어든 '코로나 방역'…저수가로 돌아온다?(바로가기)
2. 진료비 늘었다? '난'왜 힘들지…의원급 입·내원일수 급감
3. 의원급 의료기관 고용창출 효과, 이렇게 컸다고?(바로가기)
수가협상 과정에서 '진료비용' 증감을 협상 기준으로 삼는 것은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비급여의 급여화로 인한 '착시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며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해 전년도(2020년도) 증가율이 0.3%로, 거의 없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감소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은 5월 16일 의협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입·내원일 수나 실수진자 수 등을 수가협상 기준으로 하는 것이 가장 객관적"이라며 진료비용의 다양한 한계를 짚었다.
이번 수가협상의 쟁점 중 하나는 '의원급 요양급여비용'의 증가율. 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도 의원급 의료기관 진료비용은 10.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21년도 의원급 의료기관 입내원일수는 2.1%나 감소했고, 실수진자수는 0.7% 감소, 1인당 내원일수 역시 1.2% 감소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결과적으로,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찾은 횟수는 줄어들었는데 진료비용은 늘어난 상황이 벌어진 것.
김동석 의협 수가협상단장은 "공단조차 입·내원일수나 실수진자 수가 감소했는데, 진료비용이 증가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며 "분석 결과 이는 비급여의 급여화, 문케어로 인한 파급효과에 따른 착시 현상이라는 결론이 도출됐다"고 설명했다.
환자는 줄었는데 진료비는 올랐다? 사실은…
문재인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은 의료기관의 대표적 비급여 행위인 초음파 검사, MRI 검사 등의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지속 확대했다.
2018년 4월 상복부 초음파를 시작으로 2019년 2월에는 하복부·비뇨기, 2019년 9월 남성생식기, 2020년 2월 여성 생식기, 2020년 9월 눈, 2021년 4월 흉부, 2021년 9월 심장 초음파가 차례로 급여화됐다.
MRI 역시 2018년 10월 뇌·혈관을 시작으로 2019년 5월 두경부, 2019년 11월 흉·복부에 건강보험이 각각 적용됐다.
이에 따라, 기존에 비급여로 진행하던 범위가 급여로 잡히면서 실제 의료기관 수익은 줄어들거나 변화가 없음에도 진료비가 크게 증가한 것처럼 통계에 잡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수가협상에서는 '법과 제도'에 따라, 진료비가 증가했을 경우, 수가협상에서는 이를 배제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부가 일정한 목적 하에 진행한 제도로 인해 불이익을 받아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
하지만 문제는 '법·제도' 시행 당해년도인 1년분만을 제외한다는 사실이다.
김동석 단장은 "제도가 바뀐 뒤 낮아진 검사료 등으로 인해 환자들의 접근도가 점차적으로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에, 법과 제도가 바뀐 1년만 진료비에서 빼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영향을 주는 2∼5년 사이의 급여화된 진료비를 제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협상단은 법과 제도에 따라 영향을 받는 진료비용보다는 실제 입·내원일수 등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가장 객관적이라는 입장이다.
김동석 단장은 "의료기관 경영난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의료기관이 힘들다는 것은 입내원일수, 실수진자수, 내원일수 등 객관적 수치로 증명돼 있다"며 "의료기관의 생존을 위해서는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협상단은 '의원급 의료기관 보장률 증가현황'자료를 함께 공개했다.
문케어 정책으로 인해 2020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5.3%로, 문 정부 기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의원급 보장률 역시 59.6%로 2019년 대비 2.4%p 상승했고, 의원급 비급여 부담률은 20.2%로 전년 대비 3.6%p 감소했다.
조정호 의협 보험이사(의협 수가협상단)는 "초음파, MRI, 성병검사 세 가지만 뽑아봐도 작년 한 해 9870억원이 잡혔다. 이전에는 잡히지 않았던 부분"이라면서 "정부의 급여화 정책에 협조하면서 열심히 일했는데, 이를 그대로 진료비 증가분으로 잡는다면, 오히려 안좋은 영향으로 작용하는 불합리성을 얻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if' 코로나19가 없었다면? 가정해보니…
2021년도 10% 요양급여비용 증가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은 '코로나19로 인한 전년도 증가율의 부진'이다.
건강보험공단 제공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 의원급 요양급여비용 연평균 증가율은 6.5%였다. 또 코로나19 직전이었던 2017년∼2019년 의원급 요양급여비용 연평균 증가율은 무려 10.9%에 달했다.
반면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2020년도 증가율은 '0.3%'에 그쳤다. 만약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없었다고 가정, 2010∼2019년도의 평균 증가율인 6.5%를 적용한다면 실질적으로 2021년도의 증가율은 10%가 아닌 6.5%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김동석 단장은 "2018, 19년도의 증가율은 10%도 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2020년도의 증가율은 더 높았을 것"이라며 "보수적인 증가율(6.5%)을 가정한다 해도, 의원급 의료기관 2020년도 추정 진료비는 약 18조다. 2021년은 19조 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실제 2021년도 요양급여비용인 18조 7000억과 비교하면 약 5000억원의 차이가 있다"고 정리했다.
'허수'를 들어낸 뒤 나타난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난은 실제 데이터로도 증명되고 있다.
특히 '착시효과'로 인한 요양급여비용 10% 증가 상황 속에서도 진료비 증가율이 감소한 진료과목들은 상황이 심각하다.
먼저 소아청소년과는 2020년 -35.51%의 진료비 증가율을 보였고, 2021년도에도 -1.1%의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비인후과는 2020년 -19.5% 증가율에 이어, 2021년 -3.2%의 증가율을 보였다. 가정의과 역시 2020년 -8.6%, 2021년 -0.3%의 증가율을 각각 나타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의 기관 수 증가율은 전년도 -3.1%에 이어 2021년 2.2%가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경영난에 따른 기관 수 감소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김동석 단장은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의원급 환자는 대폭 감소됐다. 표시과목별 내원일수, 입원일수 현황을 보면 진료비 증가와 관계없이 대부분의 진료과목 내원일수와 입원일수가 전년대비 감소한 추세"라면서 "특히 소아청소년과의 기관수는 전년에 이어 올해도 감소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갈수록 줄어드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요양급여비용 점유율 역시 문제다. 의원급의 경우, 기본진료료의 비중이 37.6%로 의존성이 높다. 하지만 원가보상률이 85.1%에 불과해 체감 원가 보상수준은 더욱 낮을 수밖에 없다.
김동석 단장은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비급여행위 포션까지 줄어들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기본진료료 인상의 효과가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현 상황에서는 수가인상이 기본진료료가 인상되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