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비급여 진료비용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사건 병합…19일 변론 진행
청구인 "개인의료정보 국가 제공, 양심·직업 수행 자유·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위헌"
이해관계인 "국민 알권리·선택권 보장해야...비급여 실태 파악 못하면 정책 수행 어려워"
헌법재판소가 비급여 진료비용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위헌 확인 사건에 대해 지난 3월에 하려다 연기됐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변론에서는 위헌 여부를 두고 찬반 격론이 벌어졌다.
헌법재판소는 5월 19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2021년 3월 30일 접수된 2021헌마374 의료법 제45조의1 제1항 등 위헌확인 사건, 6월 25일 접수된 2021헌마743 의료법 제45조의2 제1항 등 위헌확인 사건, 8월 31일 접수된 2021헌마1043 의료법 제45조 제2항 위헌확인 사건에 대해 변론을 진행했다.
이 사건은 의료기관의 장으로 하여금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비급여 진료비용의 항목 기준 금액 진료내역 등을 보고하게 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고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현황을 조사·분석해 그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제45조의2 등이 의사인 청구인들의 직업의 자유와 일반 국민인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2020년 12월 29일 개정된 의료법은 ▲의료기관의 장으로 하여금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비급여 진료비용의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을 '보고'하도록 하고(제45조의2 제1항)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의 항목, 기준, 금액 등에 관한 현황조사·분석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제2항)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기관의 장에게 위 현황조사·분석에 필요한 자료제출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제3항) ▲위 현황조사·분석 결과 공개에 필요한 사항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제4항) ▲보고의무 및 자료제출의무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했다(제92조 제2항 제2호 및 제3호).
또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위 현황조사·분석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고(제3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이 의료기관의 장에게 자료제출 통지를 하도록 규정했다(제6조 제1항)
그러나 청구인들은 위 조항들이 의료소비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의사의 양심의 자유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날 공개변론에서 청구인들은 "비급여 진료내역 등을 보고하게 하는 것은 개인의 민감한 의료정보를 국가에 제공하는 것으로서 의사의 양심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 의료소비자인 일반 국민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하는 것은 최저가 경쟁을 촉발시켜 소규모 영세 의료기관의 운영을 어렵게 할 수 있으므로 의사들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해관계인 측(보건복지부)은 "심판대상조항들은 비급여 진료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 및 의료선택권을 보장하고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통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감소시킴으로써 국민 보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비급여 실태조사를 위해서는 진료내역이 조사될 수밖에 없고 보고대상인 진료내역에서 환자의 개인정보는 제외될 것이므로 의료소비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나 의사들의 양심의 자유 직업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해관계인 측은 "의료소비자가 단순히 가격만 보고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므로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한다고 해서 최저가 경쟁이 촉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위헌이 아니라고 맞섰다.
이날 변론에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는 김민겸 서울시치과의사회장, 임민식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부회장,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가, 이해관계인 측에서는 서남규 국민건강보험공단 비급여관리실장이 참석했다.
청구인 측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에 관한 자료제출 강제는 의료행위 통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 뒤 "수가를 정상화해 의료기관의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한 후에 비급여 보고 및 공개제도를 고려해야 건강한 의료체계가 구현될 수 있다"면서 "국민을 위한 수준 높은 의료혜택에 부합하는 진료기법을 개발할 수 있도록 비급여 부문을 시장경제원칙에 맞게 의료계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호소했다.
"의료소비자의 알권리는 이미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고 밝힌 청구인 측 관계자는 "시술 전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고, 의료기관의 홈페이지를 통해 비급여 항목과 가격 비교를 할 수 있다"며 "비급여 관련 보고 및 공개는 과잉규제 금지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의 강제적 비급여 진료 통제는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결국 환자에 대한 피해가 증가하고, 진료내용까지 보고함으로써 환자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까지 침해될 수 있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청구인 측 관계자는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대상이 아닌 비급여 진료에 대한 정부의 적극 통제라는 입법 목적이 너무나도 부당하다"면서 "포괄 위임 입법 금지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위헌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이해관계인 측 관계자는 "우리나라 비급여 진료는 건강보험제도의 발전과정에서 파생된 독특한 진료형태로, 초창기에는 건강보험을 전체 국민에게 적용시키는 것이 우선 목표였기 때문에 저부담-저급여 형태였지만 제도가 성숙해져 이제는 적정부담-적정급여'로 진행하는 과정에 있다"라면서 "이 때문에 비급여와 급여가 연동되어 사용되고 있어 다른 나라들과 다른 특징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건강보장체계가 잘 갖춰진 외국은 비급여가 극히 일부이거나 비급여가 발생하는 경우 비급여에 대한 가격이나 품질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고 밝힌 이해관계인 측 관계자는 "비급여 보고제도는 비급여의 실태파악과 분석을 위한 제도로 의료기관의 우려처럼 직업의 자유나 개인정보 침해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며 오히려 더 높은 품질을 위한 경쟁이 가능해지고, 직업의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 이해관계자는 "비급여 보고제도는 필수 의료영역에 대한 국가 보장을 높이고 국민이 안전하게 진료를 받기 위한 극히 초보적인 수준의 제도"라면서 "이를 발판으로 비급여 진료의 품질을 높이고 국민의 안전성과 진료의 선택권 및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더 많은 노력들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려면서 "초보적인 수준의 실태파악조차 이뤄지지 못한다면 국민 건강과 의료를 향상시키기 위한 여러 정책 수행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위헌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헌재는 당사자 변론과 참고인 진술을 들은 뒤 각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