뇟속 맥락얼기 부피 클수록 인지기능 저하…"알츠하이머 치매 연관"

뇟속 맥락얼기 부피 클수록 인지기능 저하…"알츠하이머 치매 연관"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5.2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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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원진 건국의대 교수팀, 국제학술지 'RADIOLOGY' 온라인판 논문 게재
맥락얼기 이상 단백질 청소장애 유발 뇟속 노폐물·독성 단백질 축적 초래
청소장애·신경염증 새 치료제 개발 기대…맥락얼기 이상 영상 확인 가능성 시사

뇌 MRI 상 맥락얼기 부피가 클수록 기억력·자기통제·계획 등 인지 기능이 떨어졌으며, 이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문원진 건국의대 교수팀(건국대병원 영상의학과)이 인지 장애 관련 맥락얼기의 영상의학적 특징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최근 영상의학과 분야 최상위 SCI 저널인 <RADIOLOGY>(IF=11.105)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논문제목은 'Choroid plexus volume and permeability at brain MRI within the Alzheimer Disease Clinical Spectrum'(알츠하이머병 임상 스펙트럼 내에서 뇌 MRI의 맥락얼기 부피 및 투과성).

맥락얼기 또는 맥락막총(脈絡膜叢·choroid plexus)은 뇌실(ventricle)에서 발견되는 혈관과 세포의 네트워크로 뇌 건강 유지에 매우 중요하며, 혈액-뇌척수액 장벽(blood-cerebrospinal fluid barrier)을 형성한다.

즉, 맥락얼기는 혈액에서 뇌로 가는 면역세포에 대해 일종의 관문 역할을 하고,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CSF)을 생산하는 주요 장소로 뇌세포에서 노폐물과 독성 단백질을 제거한다.
 
맥락얼기 내 혈관들은 뇌 안의 혈관과 달리 혈액뇌장벽이 없어 영양분은 뇟속으로 공급하고, 노폐물이나 독성단백질은 외부로 유출해 청소 기능을 하는 통로가 된다.

문원진 교수는 "알츠하이머 치매는 아밀로이드(amyloid)와 타우(tau)라고 불리는 비정상적인 단백질의 축적과 그에 따른 신경 변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맥락얼기의 청소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라며 "현재 학계에서는 아밀로이드와 타우의 '과잉 생산'보다 '청소 장애'가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이라 생각하고 있다. 맥락얼기 이상이 단백질 청소 장애를 일으켜 뇟속 노폐물과 독성 단백질 축적을 초래하고, 면역 장애를 일으켜 신경염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인지장애와 관련해 맥락얼기의 영상의학적 특징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문원진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다양한 정도의 인지저하가 있는 환자들의 3Tesla 뇌 MRI 사진을 얻었다. 총 532명의 참가자 중 147명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었다. 또 132명은 역동적조영증강영상(DCE 영상)을 이용 투과도 영상을 얻었다.

인지 장애 스펙트럼에서 질병 단계에 따른 맥락총(<span class='searchWord'>CP</span>) 부피(빨간색)의 4가지 대표적인 3.0-T 뇌 MRI 스캔의 비교. 뇌 영상에서 맥락얼기의 부피(빨간색)가 치매가 진행함에 따라 더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span class='searchWord'>CP</span> 부피는 주관적 인지 장애(SCI) 또는 경도 인지 장애(MCI)를 가진 환자보다 알츠하이머병(AD) 환자에서 더 컸다.
인지 장애 스펙트럼에서 질병 단계에 따른 맥락총(CP) 부피(빨간색)의 4가지 대표적인 3.0-T 뇌 MRI 스캔의 비교. 뇌 영상에서 맥락얼기의 부피(빨간색)가 치매가 진행함에 따라 더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CP 부피는 주관적 인지 장애(SCI) 또는 경도 인지 장애(MCI)를 가진 환자보다 알츠하이머병(AD) 환자에서 더 컸다.

연구 결과, 알츠하이머 치매 스펙트럼 환자에서 뇌 MRI상 맥락얼기 부피가 인지장애 정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맥락얼기 부피는 정상인보다 더 컸으며, 맥락얼기의 부피가 클수록 기억력·자기통제, 기억력을 관장하는 광범위한 정신능력인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맥락얼기의 투과성은 경도인지장애에 비해 알츠하이머에서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문원진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아밀로이드 병리가 맥락얼기 부피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여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라며 "그러나 맥락얼기 부피가 인지장애 정도와 독립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것은 명확히 밝힐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뇌 깊은 곳에는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hippocampus)'라는 구조물이 존재하는데, 현재까지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에 있어 MRI의 역할은 신경퇴화(neurodegeneration)의 일환으로 해마의 위축을 보여주거나, 혈관성 병변을 감지하는 데 국한돼 있었다"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맥락얼기의 이상(혈액-뇌척수액장벽의 이상)을 MR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새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청소 장애나 신경염증에 대한 새로운 표적 치료제 개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문원진 교수는 "선별 검사 단계에서 맥락얼기 부피와 해마 부피를 함께 평가한다면, 알츠하이머 치매에 '더 취약한 환자'와 '덜 취약한 환자'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병이 진행됨에 따라 맥락얼기의 부피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종단연구(longitudinal study)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의약학단 중견연구과제의 연구비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문원진 교수는 연구책임자이자 교신저자이며, 최종덕 건국대병원 영상의학과 전공의(제1저자), 문연실 건국의대 교수(건국대병원 신경과)·임영희 중앙의대 교수(중앙대병원 영상의학과)·김희진 한양의대 교수(한양대병원 신경과)·이수빈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박사후연구원 등이 공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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