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내과의사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반대…폐기해야"

대한내과의사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반대…폐기해야"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2.05.2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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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질병 정보 남용으로 민간보험사 손해율만 줄여줄 것"
"의료기관 진료비 통제 수단 등으로 악용될 수 있다" 우려

ⓒ의협신문
ⓒ의협신문

대한내과의사회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과 관련해 즉각 폐기할 것을 국회에 촉구했다. 

대한내과의사회는 5월 23일 성명을 통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의료기관, 국가기관과 보험가입자인 국민이 손해를 보고 보험회사만 배를 불리는 법안"이라고 지적하며 "즉각 폐기해달라"고 주장했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지난 5월 9일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실손의료보험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자료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하고 심평원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의료기관에 서류의 제출을 요청해 전산으로 자료를 받고 이를 다시 보험사에 제공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대한내과의사회는 "환자와 보험회사 간의 사적인 계약인 실손보험 청구업무에 공공기관인 심평원이 개입하는 것은 국민의 편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공적 자원을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에 낭비하는 것"이라며 "의료기관에는 불필요한 행정적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전자 전송과 관련된 경제적 비용 부담까지 지우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기관과 심평원까지 청구 관련 과정에 관여하게 된다면 전자적 방법으로 자료를 주고받더라도 해킹 등을 통한 개인정보의 유출 및 악용의 위험성은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대한내과의사회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환자의 질병 정보가 남용돼 민간보험회사의 손해를 줄여주는 것뿐"이라며 "보험청구 절차를 간소화해 국민의 편익을 제공한다는 핑계로 실손보험 심사를 통해 의료기관의 진료비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다"고 비판했다.

국민의 편익보다 보험회사의 이익을 위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즉각 폐기하라!!

 2019년부터 여러 국회의원이 국민 편익 증대라는 미명하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관련된 법안을 발의해 왔고 그때마다 의료계에서는 법안의 부당함을 피력하여 법안 상정은 무산되었다. 그러나 최근 배진교 의원 등이 또다시 유사한 법안인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였다. 피보험자가 보험금 청구 절차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요양기관이 증빙 서류를 심평원에 전자적 방법으로 제출하면 보험회사에 비전자적 방법으로 송부한다는 내용으로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고 의료비 증가의 주원인이라고 판단하는 비급여 의료비 항목에 대한 검토를 법안 발의의 목적이라고 명시했다.

 환자와 보험회사 간의 사적인 계약인 실손보험 청구업무에 공공기관인 심평원이 개입하는 것은 국민의 편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공적 자원을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에 낭비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의료기관에는 불필요한 행정적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전자 전송과 관련된 경제적 비용 부담까지 지우는 처사이다. 또한, 법 개정으로 의료기관과 심평원까지 청구 관련 과정에 관여하게 된다면 전자적 방법으로 자료를 주고받더라도 해킹 등을 통한 개인정보의 유출 및 악용의 위험성은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청구 간소화는 의료기관이나 심평원의 몫이 아니라 보험회사가 앞장서서 해결해야 한다.

 심평원의 업무 범위는 요양급여비용의 심사 및 적정성 평가로 제한하고 있지만, 최근엔 상급종합병원 지정 및 평가, 코로나19와 관련한 마스크 이력 관리, 자동차보험 심사 등으로 확대하고 있고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사적 계약에 제3자가 개입하여 기관의 본연의 임무와 더욱 동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향후 의무기록까지 제출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여지가 충분히 있고 작년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를 의무화하게 한 정책에 더하여 비급여 의료비 심사까지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의료비 상승의 원인은 최근 수년간의 퍼주기식 복지 정책에 있는데 단순히 비급여 의료비 증가를 주원인으로 판단하고 법안을 발의한 건 근시안적인 견해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요양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서류를 보험당사자의 동의만 얻으면 보험급 지급 이외의 용도로 사용할 여지가 있어 이 또한 비급여 진료 내용에 대한 간섭을 넘어 의료의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통해 보험회사는 행정적 비용 절감의 이득을 볼 뿐만 아니라 심평원을 통해 개인의 민감한 질병 정보를 취득, 집적하여 그걸 이용해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새로운 보험 가입이나 갱신을 차단할 가능성이 크다. 즉, 보험회사가 환자를 골라 가입시키는 역선택의 계약관계로 변질되어 실손보험회사의 손해율을 낮추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서류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은 덜할 수 있겠지만 심평원이라는 중계기관을 통한 청구과정이 추가됨으로써 실손보험료를 받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지금보다 더 길어질 수 있고 심평원이 보험료 심사의 역할까지 위탁받는다면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삭감당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며 인상된 보험료로 갱신할 수도 있다. 종국에는 의사와 환자 간의 불신을 조장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결국, 발의된 개정법률안은 의료법의 규정도 없이 보험당사자가 아닌 의료기관에 진료 관련 자료전송의 의무를 지우고, 사적 보험계약에 공적 기관인 심평원이 중계역할을 맡아서 환자들의 질병 정보가 남용되어 민간보험회사의 손해를 줄여주는 것뿐이다. 또한, 보험청구 절차를 간소화하여 국민의 편익을 제공한다는 핑계로 실손보험 심사를 통해 의료기관의 진료비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에 대한내과의사회 회원 일동은 의료기관, 국가기관과 보험가입자인 국민이 손해를 보고 보험회사만 배를 불리는 이번 법률안에 대해 절대 반대함을 천명하고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2022년 5월 23일 대한내과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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