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 보건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장 "금감원 실손보험사 경고…지켜볼 것"
"청구 간소화? 의료계 협조 우선, 심평원 업무범위 확대 우려는 기우"
비급여 의무 보고화 논의, 6월 재개 계획 "충분한 공감대 형성할 것"
최근 백내장 수술 등 실손보험사들의 보험금 미지급 및 의료기관 상대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 남발 문제 등이 제기된 것과 관련, 보건복지부 역시 우려 입장을 표명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서 각 실손보험사에 경고장을 보냈다는 사실도 전하며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을 함께 예고했다.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장은 5월 24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금감원에서 어제(23일) 실손보험사에 공문을 보냈다"며 "의료자문을 남용하는 문제에 대해 경고하면서 자세한 기준을 첨부했다. 계속 시정이 안 될 경우 점검하겠다는 내용까지 담아 강하게 얘기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최근 개원가에서는 실손보험사들의 횡포를 호소하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지난 5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문제를 다시 조명하며 보건당국의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강준 과장은 "백내장 수술 과잉 진료 문제는 전체 의료기관이 아니고, 극히 일부 의료기관에서 일어나는 일로 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실손보험사는 해당 의료기관이 아니라 환자에게 실손보험지급 심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며 "이런 문제가 최근 부각되면서 관련 민원이 폭주하자 금감원에서 시그널을 준 것 같다. 민원이 최근 7000여 건 접수됐다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 계획도 전했다.
강 과장은 "사실 의료보장관리과가 직접 개입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환자 권익 침해 부분도 있고, 의료 공급자들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모니터링을 해볼 생각"이라면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의견을 더 청취해보려고 한다. 특히 금감원에서 어제 강력한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에 이와 함께 상황을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사한 문제가 실제 발생하기 전 선제적 대응을 할 계획은 없는지에 대한 질의에는 "올해 2월 심사 강화 전 많은 시술이 진행된 측면이 있다. 의료소비자나 공급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문제는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비급여 관련 비용적 측면 등은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아 선제적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실손보험은 손실료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하게 (심사·지급거절 등을)하는 부분이 있어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문제가 생겼을 때는 모니터링을 하면서 관련 기관들과 소통하려고 한다. 데이터가 현재는 한계가 있고, 더 쌓여야 대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우려점으로 인해 무산됐던 '실손보험청구 간소화'와 관련해서도 의료계의 우려와 협조를 고려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최근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대표 발의하면서 다시 조명됐다. 의료계는 연일 반대 성명을 내며 '법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의료계의 우려에 공감하며 국회에 해당 입장을 적극 설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강 과장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새 정부에서 디지털 플랫폼을 선도과제로 제시하면서 다양하게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관련 법안 역시 국회에서 많이 발의돼 왔다"라며 "하지만 의료기관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사안들이 있어, 어제(23일) 각 단체에 의견조회를 보낸 상태다. 어차피 절차 간소화법이 되더라도 결국엔 의료기관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국회 논의 시 의료계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의상으로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소비자 편의 측면에서 필요하지만 여러 쟁점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데이터 저장이나 개인정보 등의 문제"라면서 "쉽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추진함에 있어 금융위원회나 의료계 의견을 들어가며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아직 법안 논의가 시작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상황을 더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공분을 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 대표발의 '국민건강보험법'에 대해서도 의료계의 우려만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적다고 진단했다.
해당 법안에서는 심평원의 업무에 자동차보험 심사 업무 등 동 법 또는 타 법령에 따라 위탁받은 업무를 추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의료계는 심평원 업무범위에 위탁 업무 수행의 근거를 마련, 결국엔 보험업법과 연계해 심평원이 실손보험 위탁 심사를 시행하기 위한 포석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 과장은 "법 규정에 자동차보험심사 등이 있을 뿐이지 규정 자체가 강제규정이 아니다"라면서 "규정이 통과되더라도 생각하는 것 처럼 심평원 역할이 확대될 거라고 보진 않는다. 지금 주어진 급여 관리 업무만으로도 업무량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법에 규정이 있을 뿐 개별 건마다 판단해야할 부분이다. 과거 자동차보험심사가 들어왔을 때랑은 상황이 다르다고 본다"면서 "보건복지부 역시 정책적 판단을 해야 한다. 의료계가 우려하는 대로 되지는 않을 것 같다. 특히 법 취지를 감안했을 때 더 그렇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잠시 정지된 '비급여 보고 의무'에 대해서도 올 6월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과장은 "비급여 보고 의무와 관련, 법 시행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협의가 제한적이었다"면서 "6월 정도에 단체들과 만나려고 생각하고 있다. 공식적인 회의만으로는 충분한 공감대를 이끌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 지금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제대로 시작할 수 있게 하겠다"고 의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