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단, 적정 추가소요재정 '2∼3조원' 언급, 의료계 피해 부각
김동석 수가협상단장 "재정위에 공급자 포함해 직접 설득해야"
대한의사협회 제2차 수가협상 테이블에도 1차 밴딩(추가소요재정) 폭은 올라오지 않았다. '구체적 수치를 제시할 수 없는' 협상이 이어지면서 무의미한 협상이라는 공급자단체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협상 구조 개선을 위해 재정운영위원회에 공급자 대표를 포함, 가입자를 직접 설득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동석 의협 수가협상단장은 5월 26일 2차 수가협상 직후 "오늘도 밴딩 폭에 대한 통보를 받은게 없다. 아무런 제시가 없었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첫 번째로 2차 협상을 진행한 대한치과의사협회 역시 "2차 협상은 보통 각자 원하는 약간의 수치를 이야기하면서 시작했다. 치협이 아무리 작은 단체라 해도 기본적인 배경도 마련되지 않았다.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불만을 표했다.
구체적인 수치를 전혀 제시할 수 없는, 무의미한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것.
국민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는 2차 회의에서 1차 밴딩(추가소요재정) 폭 합의에 실패했다. 이후 소위원회 산하에 이른바 '소소위원회'를 구성, 25일, 26일 연이어 간담회 형식의 회의를 개최했지만 별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치협에 이어 의협까지 '밴딩 폭' 없는 협상을 이어가면서 다른 공급자 단체 2차 수가협상 역시 '간담회' 성격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의협은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는 대신, 큰 폭의 밴딩 규모를 요구하며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의료기관의 피해와 원가 이하 수가 현실을 호소했다.
김동석 단장은 "오늘 협상장에서 밴드를 2∼3조로 올려야 한다고 했다"며 "필수의료 붕괴, 동네의원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수가 인상을 통한 적정화를 거듭 주장했다. 이것이 이번 수가협상의 키포인트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간 수가협상 밴딩 폭이 1조원 내외에서 정해진 것과 관련해서도 원가 이하 수가 상황에서는 무의미하다고 짚었다.
김동석 단장은 "공급자단체에서는 구체적 수치를 갖고 밴딩 규모를 요구한다. 하지만 건보공단 측에서는 수치만 제공할 뿐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며 "1조원 전후에서 나눠먹기식으로 이어지는 협상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물가 인상률, 최저임금 인상률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협상단은 지난 1차 협상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수가협상과 별개로 해야한다는 점, 코로나19 상황 속 감염·사망 위험을 무릅쓴 의료진들의 희생, 입내원일수 감소·실수진자 감소 등 의료기관 경영난 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건보공단 측에서 요구했던 '진료비 증가' 원인에 대해서는 각 의사회의 도움을 받아 흉부심장초음파 등 급여화, 약품비·재료비 증가, 코로나19 관련 한시적 건강보험 수가 적용 등의 데이터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에 공급자단체가 참여해 가입자를 직접 설득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한다는 의견도 함께 개진했다.
김동석 단장은 "수가협상 관련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도 (가입자와 공급자는)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는 불공정하다고 본다"며 "가입자를 직접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정운영위원회에 공급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 이런 방식의 협상이 이어진다면 의미가 없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고, 통보하는 방식과 다른게 없다"면서 "수가협상은 잘 해도 원가 이하다. 불만을 들을 수밖에 없다. 가입자분들의 이해가 없다면 협상 자체의 의미가 더 적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끝으로 "수가 인상 요구는 적정화 요구와 같다.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올려야 한다"며 "오늘 2∼3조원 추가소요재정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필수의료나 동네의원이 몰락하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위원회는 소모적인 시간끌기 대신 신속한 결정을 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5월 27일에는 대한병원협회, 대한한의사협회, 약사회 2차 수가협상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