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례적·역대급' 2023년도 수가협상…의·한 '결렬'

[종합] '이례적·역대급' 2023년도 수가협상…의·한 '결렬'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2.06.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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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밴딩 통보·공동성명·최저수치…"애초에 불가했던 협상"
추가재정소요 1조 848억원·평균인상률 1.98% '작년 보다 0.11%p↓'

김동석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은 법정 기한을 넘긴 6월 1일 오전 10시경까지 의원 유형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계약 협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2.1%라는 최종 수치에
김동석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은 법정 기한을 넘긴 6월 1일 오전 10시경까지 의원 유형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계약 협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2.1%라는 최종 수치에 "이해할 수 없다"며 결렬을 선언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역대급'·'이례적' 상황의 연속이었던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계약이 의원 유형 결렬 선언으로 씁쓸하게 마무리됐다. 결과적으로 병원·약국·치과는 수가협상을 타결했고, 의원과 한방은 동반 결렬 수순을 밟았다.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에서 제시한 '2.1%'의 수가인상률에 "이해가 가지 않는 수치"라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다른 유형의 경우 작년과 비슷하거나 살짝 높은 수가인상률을 제안받았지만 의원 유형은 거의 3분의 1이 적은 수치를 제안받았다는 점에서 "억울하고, 분하다"는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법정 기한인 5월 31일 자정을 훌쩍 넘겨 6월 1일 오전 10시경에야 모든 유형의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유형별 협상 시작 이후 가장 늦은 시각이었다. 

건보공단은 이후 재정운영위원회를 개최, 오전 11시 반 대한의사협회 등 7개 단체와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협상안을 의결했음을 밝혔다.

2023년도 유형별 인상률 및 추가 소요재정 [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 ⓒ의협신문
2023년도 유형별 인상률 및 추가 소요재정 [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 ⓒ의협신문

지난해 결렬됐던 병원(1.6%)과 치과(2.5%)는 연속 결렬의 압박 속에 이른 순서로 타결을 봤고, 뒤이어 약국(3.6%), 조산원 (4.0%), 보건기관(2.8%) 등 총 5개 유형이 협상을 체결했다. 의원(최종 2.1%)과 한방(최종 3.0%) 유형은 협상끝에 결렬을 선언했다.

2023년도 평균인상률은 1.98%. 추가 소요재정은 1조 848억원으로 전년도 인상률 대비 0.11%p 낮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이례적' 공개 늦은 1차 밴딩·공동 성명·재정소위 설득 '역대급' 장기간 협상·최저 수가인상률 제시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가 5월 31일 최종 협상 당일 저녁 7시 회의를 개최했다. 이후 밤 10시 경이 돼서야 첫 밴딩 규모를 제시했다. ⓒ의협신문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가 5월 31일 최종 협상 당일 저녁 7시 회의를 개최했다. 이후 밤 10시 경이 돼서야 첫 밴딩 규모를 제시했다. ⓒ의협신문

이번 수가협상의 경우 '이례적'이고, '역대급' 상황이 연출되면서 크게 주목 받았다.

보건의료 공급자단체는 수가협상 마지막 날 밤 10시가 돼서야 첫 밴딩 규모를 제시받았다. 통상적으로 국민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 2차 회의 직후 설정돼야 했던 규모가 이때서야 베일을 벗은 것이다.

'이례적' 상황에 대해 공급자단체 역시 '이례적'으로 맞섰다. 최종 협상 하루 전 1차 밴딩이 공유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는 공동 성명을 낸 것.

공급자단체는 "협상 종료일이 돼서야 실질적인 논의를 시작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은 협상에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을 제한해 충분한 의견 개진의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이례적'인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동석 의협 수가협상단장은 재정소위원회에 공급자 협상단장 대표로 참석, 재정위원들에 의약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10분 간의 자리를 마련했다.

'역대급' 마라톤 협상을 이어갔음에도 의원 유형 수가협상단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가장 큰 요인은 최종 수가협상 당일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밴딩' 규모였다. 초기 밴딩 설정이 가장 늦게 통보되면서, 폭을 늘릴 수 있는 여건이 극도로 제한됐다.

건보공단 측이 작년 1차 밴딩 규모로 알려진 '8000억원'대 보다도 적은 '7000억원'대를 1차 밴딩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일찌감치 난항을 예고했다. 실제 공급자단체 수가협상단은 '5∼10분'내외의 짧은 3차 협상 후 탄식을 쏟아내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가 1일 새벽 4시경 숙소로 돌아가면서 최종 밴딩 규모가 윤곽을 드러냈다.

첫 타결 유형 '병원' 이어 치과·약사·조산사 순…의-한 동반 결렬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단장은 공급자단체 중 가장 먼저 협상을 체결했다. 1.6%의 수가인상률을 확정했다. [사진=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단장은 공급자단체 중 가장 먼저 협상을 체결했다. 1.6%의 수가인상률을 확정했다. [사진=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공급자단체 중 가장 먼저 협상을 체결한 곳은 병원이었다. 이후 치과, 약사, 조산사 순으로 계약을 진행했다.

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단은 법정 기한을 넘긴 6월 1일 오전 6시 반 경 7번째 협상에서 '1.6%' 수가인상률로 협상을 타결했다. 2년 연속 결렬 이후 3년만의 협상 체결이었다.

송재찬 병협 수가협상단장은 계약 체결 직후 "최선이라기보다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치였다"며 "지난 2년간 결렬한 상태에서 또 다시 결렬을 하는 부담이 있었다. 제도 개선을 위해 협상 구조 자체의 문제에 대한 인식을 건보공단이 함께한 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6월 1일 오전 8시 20분경 '2.5%'로 두 번째 협상을 체결했다. 치협은 만족할 수 없는 수치지만, 2년 연속 결렬로 인한 불이익을 고려, 실익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마경화 치협 수가협상단장은 "원래 생각했던 수치과 격차가 크다"면서도 "2년 연속 결렬을 통해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많이 받았다. 이번에는 실익에 좀 더 포커스를 맞췄다. 내일부터 회원들에게 혼날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남겼다.

(위 왼쪽부터)마경회 치협 수가협상단장, 박영달 대한약사회 수가협상단장 (아래 왼쪽부터)김옥경 대한조산사협회 수가협상단장, 이진호 한의협 수가협상단장 [사진=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위 왼쪽부터)마경화 치협 수가협상단장, 박영달 대한약사회 수가협상단장, (아래 왼쪽부터)김옥경 대한조산사협회 수가협상단장, 이진호 한의협 수가협상단장 [사진=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세 번째로 협상을 타결한 대한약사회는 8시 30분경 3.6%에 체결했다. 

박영달 대한약사회 수가협상단장은 "환산지수를 통해 회원들을 위한 적절한 보상을 촉구했지만, 코로나19 극복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하지 못했다"며 "환산지수만으로 약사의 가치나 조제수가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상대가치를 개발해 재정절감에 기여하고 국민 건강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옥경 대한조산사협회 수가협상단장은 "코로나19 속에서 회원들이 고생이 심했기 때문에 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보상을 받고자 했다. 이에 늦은 시간까지 기다렸지만 올해 밴드가 너무 적었다. 이에 어느 정도 선에서 마무리했다"고 짧은 소감을 전했다. 체결 인상률은 작년보다 0.1% 낮은 4.0%였다.

가장 먼저 결렬을 선언한 곳은 대한한의사협회였다. 이에 따라 '의-한' 동반 협상 결렬 상황이 연출됐다. 한의협 수가협상단 중에는 눈물을 글썽이는 사람도 있었다.

이진호 한의협 수가협상단장은 6월 1일 오전 9시경 협상 결렬을 선언한 뒤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협상이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진호 단장은 "큰 줄기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답을 정해놓고, 필요한 요소를 끼워맞추는 식이었다"면서 "협상 과정에서는 가당치도 않는 수치가 거론됐다"고 말했다. 한의협이 제안받은 최종 수치는 3.0%였다.

이제 공은 건정심으로…6월 중 '의원·한방' 유형 환산지수 결정

이상일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장(급여상임이사) [사진=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이상일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장(급여상임이사) [사진=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이상일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장(급여상임이사)은 재정운영위원회 회의 직후 간담회에서 의·한 유형 합의 결렬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건보공단은 지난 5월 11일 1차 협상을 시작으로, 총 39차례 협상을 진행했고, 가입자단체와 공급자단체 의견조율을 위한 간담회는 약 24회 개최했다.

이상일 단장은 "올해 협상은 코로나19가 진행되는 과정 중 2021년 의료 이용 양상과 건강보험 진료비의 변화, 그리고 의료계에 지급된 손실보상금과 예방접종비에 대한 가입자와 공급자의 시각 차이로 인해 어느 때보다 힘든 수가협상이 될 것으로 예측됐고, 실제로도 힘든 협상이 됐다"고 정리했다.

이어 "건보공단은 양측의 이견을 좁히기 위해 수 차례의 소통을 진행했다. 하지만 밤샘 협상에도 2개 유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점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재정운영위원회는 부대의견으로 SGR모형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내년 환산지수 협상부터 적용할 것을 결의했다.

이외 건보공단 최종 제시 인상률인 의원 2.1%, 한방 3.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할 것과, 국고지원 현행 비율인 100분의 14 이상 지원 규정을 명확화하는 법 개정을 촉구하는 내용도 함께 채택했다.

여러 잡음 끝에 정리된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결과는 6월 2일 개최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된다. 올해 결렬된 의원·한방 유형 환산지수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6월 30일까지 확정해야 한다. 

의협 수가협상단은 보건복지부와 건정심에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재난 사태에서도 오직 국민건강 보호라는 일념하나로 헌신적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의원급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더 이상 실망하지 않도록 합리적인 수준에서 수가를 결정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5년간 환산지수 결정 현황(2019~2023) [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의협신문
최근 5년간 환산지수 결정 현황(2019~2023) [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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