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효과성 없다'던 약평위, 4년 만에 '급여 적정성 인정'
심각해진 항생제 내성 문제, 임상현장 치료도구 확대 기대감
다제내성균 항생제 '저박사(성분명 세프톨로잔/타조박탐)'가 건강보험 급여 진입을 위한 첫 관문을 넘었다.
국내 허가 5년·급여 도전 4년 만의 결실로, 항생제 내성에 맞설 새로운 치료 옵션을 고대해왔던 임상 현장의 기대감도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6월 2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열어 한국MSD의 항생제 신약 저박사 안건을 심의한 결과, 해당 약제가 급여의 적정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항녹농균 효과를 보이는 새로운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 '세프톨로잔'과 베타락탐 분해효소 저해제 '타조박탐'의 복합제인 저박사는, 항생제 내성에 대응할 수 있는 신약으로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7년 복잡성 복강내 감염(메트로니다졸과 병용 투여), 복잡성 요로 감염, 원내 감염 폐렴 등을 적응증으로 해 허가를 받았는데, 급여 등재에 난항을 겪어 현재 다수 병원에서 비급여로 사용되고 있다.
저박사 급여 이슈는 학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항생제 내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임상현장에서 신약 도입의 필요성이 커졌지만, 경직된 평가 기준으로 인해 이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학계의 지적.
실제 약평위는 2019년 저박사 급여 안건을 한차례 다뤘는데, '비용 효과성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불합격 판정을 내린 바 있다.
기존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인 메로페넴 대비 비열등성을 확인했다는 저박사 임상을 근거로, 메로페넴을 경제성 평가 비교 약물로 설정한데 따른 결과다. 메로페넴은 1995년에 개발된 항생제다.
당시 학계는 "약제의 허가는 적응증에 따르는 것으로, 내성에 대해서는 적응증을 받지 않는다"며 "내성에 대한 고려없이 저박사와 네로페넴과 비교하는 경제성 평가로는 100년이 지나도 국내에 항생제 신약이 들어올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부는 2020년 경제성 평가자료 제출을 생략할 수 있는 약제, 이른바 경평면제 약제에 중증 감염증 치료 항균제를 추가하는 조치를 취했고 이번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약평위를 통과한 저박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을 거쳐, 최종적으로 급여 적용 여부를 판단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