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무언극

그림자 무언극

  • 김세영 원장(김영철내과의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6.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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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무언극

붉은 모래바다 위를
대나무 마디 무늬의 검은 뱀이
나선의 곡선으로 건너간다


그림자놀이를 하듯
뱀의 그림자 옆구리에 붙어서
등짐 진 낙타대상이 따라간다


해독할 수 없는 발굽의 행렬 대신
캐터필러 문양의 그림자가 사막의 영토에서는
바람에 지워지지 않는 소통의 주역이다


건기에 자주 굳어버리는 혀의 활판 대신에
그림자 토막들의 행렬 영상이
그림자 무언극을 보여준다

한번도 악기 소리로 담아보지 않은 음률들이
사구 골짜기에 가득 고인 그림자 호수에서
선사先史의 흑백 정경을 바라보며
원시의 알몸으로 유영해 본다


사막의 베두인 유목인들이
그림자 오아시스에서 안식을 구하듯이,
영성 기파의 주파수 공명을 위해
어릿광대 팬터마임으로
유체이탈의 그림자놀이를 예행연습한다.

김세영
김세영

 

 

 

 

 

 

 

 

 

▶김영철내과의원 원장 / <미네르바>(2007) 등단/시전문지 <포에트리 슬램> 편집인/시집 <하늘거미집> <물구나무서다> <강물은 속으로 흐른다> /디카시집<눈과 심장> / 제9회 미네르바 문학상, 제14회 한국 문인협회 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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