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의사회 "응급실 폭력 반복…정부 책임감독 의무 다해야"
소청과의사회 "진료현장 강력 범죄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 요구
경기도 용인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환자의 보호자가 휘두른 흉기에 의해 피습을 당한 사건이 발생하자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과 정부당국의 책임감독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월 15일 용인의 한 종합병원에 할머니가 이미 심정지 사망 상태로 응급실에 왔다. 보호자로 왔던 75세 할아버지가 직원에게 진료를 담당했던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선물을 드릴 게 있다'며 근무시간을 물었고, 근무시간 때 찾아와서 흉기로 의사의 뒷목을 가격해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의 큰 부상을 입혔다.
보호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는 살인미수 혐의로 보호자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6월 17일 긴급 성명을 내고 "환자의 생명을 되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의사에게 돌아온 것은 감사의 표현이 아니라 살해의도가 가득한 살인미수였다"고 분개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의료현장의 폭력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지 오래고, 응급의료인들에게 폭력은 너무나도 익숙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언어폭력, 성희롱과 같은 정신적인 폭력은 시간 단위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언론에 이번과 같은 사건들이 보도될 때마다 과도한 호기심과 자극적인 문구들만 난무할 뿐,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적절한 해결책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지금까지 여러 번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고, 폭력에 대한 처벌 수위도 계속 높아지고 강력한 조치들이 발표됐지만, 실제 진료현장에서 느끼는 안전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처벌이 강화되다 보니 경찰이나 검찰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입건하는 자체를 꺼려하게 되고, 이는 응급의료인에 대한 폭력이 발생해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부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응급의료현장은 높은 긴장과 불안상태에서 항상 긴박하게 돌아가는 곳이기에 병원 내의 다른 장소보다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장소"라면서 "폭력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의료인에 그치지 않고, 현장의 모든 응급환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오로지 안전한 진료환경이다"라며 "진료현장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사전에 예방하고, 폭력이 발생할 경우 빠른 격리와 현장의 안정이 필요한 것이지, 이미 폭력사건이 벌어진 후의 사후조치는 이미 늦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순한 보여주기 식의 성의 없는 대책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라도 현장의 전문가들과 재발방지와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의 장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의 폭력처벌 조항과 임세원법 제정 이후 의료현장 폭력에 대해 관용 없는 가중처벌을 공언해온 당국이 이번 사건에 정말로 그런 결정을 내릴 것인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더이상 진료 중 다치고 희생되는 동료가 없어질 때까지 응급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응급의료현장이 보다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당국은 책임감독의 의무를 다해줄 것"을 강력이 촉구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도 6월 17일 입장문을 통해 "진료현장에서 선의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다해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자 최선을 다한 의사에게 참혹한 일이 발생했다"며 "대한민국 의사들이 얼마나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있으며, 최소한의 기본적인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어려운 여건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료현장에서 생기는 참혹한 일은 수도 없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국회는 의료인 면허 결격 사유 확대 법안 등을 발의해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며 억압할 생각만 하지 말고, 실제로 흉기를 들고 의사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이런 강력 범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부터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 같은 살인 미수 범죄로 언제까지 의사들이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면서 진료를 해야 하는가?"라고도 되물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급할 때 공공재라고까지 했으면 의사가 위엄있게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통해 마음 놓고 진료할 수 있는 대우와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보호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의사들이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데만 전념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