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긴급 기자회견…'의료인 살인미수 사건 재발 규탄 성명' 발표
의협·변협·국회 공동 '의료인 폭행 방지 위한 공청회' 개최 추진
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행 방지 위한 현실적 법안 마련 위해 노력
이필수 회장 "응급실은 필수의료 중심…안전한 진료환경 대책" 요구
대한의사협회가 응급실 의사의 살인미수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의 엄정한 수사 및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의 원칙에 입각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의료인 폭행 방지를 위한 현실적인 법안이 신속하게 마련될 수 있도록 즉각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의협은 6월 17일 오후 2시 30분 용산임시회관에서 '의사대상 살인미수 사건 관련 대한의사협회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용인의사 살인미수 사건에 대해 엄중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6월 15일 경기도 용인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A씨가 근무 중인 의사의 목을 낫으로 찌르는 사건이 벌어졌다. A씨는 사건 발생 나흘 전인 지난 11일 심정지 상태로 이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으나 소생하지 못한 채 숨진 70대 여성 환자의 남편. A씨는 당시 병원과 의료진의 조치에 불만을 품고 미리 낫을 준비한 채 병원 응급실을 찾아 의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회원은 현재 본인 소속 병원에 입원중이며, 알려진 바와 같이 날카로운 흉기로 인해 뒷목 부분이 10cm 이상 크게 베여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피습 당시의 심각한 충격으로 인해 아직 심신이 회복되지 못한 상태이다.
가해자는 경찰에 긴급 체포됐으며,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는 살인미수 혐의로 가해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오늘(6월 17일) 오전 11시 피해 의사회원을 직접 만났는데, 뒷목 부분이 10cm 이상 크게 베인 것을 확인했다. 선배 의사로서 참담한 심정이었다. 피해 회원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났다"면서 "재발방지를 위해 의협 차원에서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필수 회장은 "의협은 이번 사건에 대해 살인 의도가 명백한 것으로 용서의 여지가 없는 중범죄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무관용의 원칙에 입각해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단호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2018년 말 고 임세원 교수가 진료 중 환자의 흉기에 의해 사망한 사건 이후로 의료기관 내 중상해 법안이 제정됐지만, 여전히 이같은 불행한 사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아직도 대책이 미흡하고 부족하며, 보다 강력한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필수 회장은 "의료인 폭력 사건을 막겠다고 강구한다는 대책들이 뒷문, 비상벨, 안전전담요원 등인데, 오히려 이 대책들은 의료기관에서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문제와, 규제로 돌아올 뿐 실효성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돌보는 일은 엄연히 공익적 영역이기에 의료인에 대한 안전과 보호를 보장하는 일 역시 공익활동이라 할 수 있다"면서 "정부에서 전적으로 부담하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 "응급실의 경우 국민 생명을 최일선에서 지키는 필수의료분야에 해당하는 너무도 중요한 영역"이라며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의료인 안전 및 보호 대책을 국가가 제도나 재정 측면에서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필수 회장은 "이번 사건을 통해 의료인 안전과 보호를 위한 적극적이고 강력한 행보에 나설 것"이라며 "오늘(6월 17일) 오후 5시에는 관할서인 용인동부경찰서장과 면담해 엄정 수사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속한 시일 내에 정치권과 긴밀히 협의해 진료실·응급실에서 의료인 폭행 방지를 위한 공청회를 대한의사협회·대한변호사협회·국회의원실 공동으로 개최하는 등 신속한 입법 추진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료인 살인미수 사건 재발에 대한 규탄 성명'도 발표했다.
의협은 "의료인 살인미수 사건으로 인해 진료 중인 회원은 생명을 잃을 뻔했다"면서 분노했다.
의협은 "故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 의료인을 공격하는 행위에 대한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관련 법 개정까지 이뤄졌지만, 법은 그저 법일 뿐, 임세원 교수의 희생 이후에도 2019년 10월 서울 대학병원 흉기 난동에 의한 의사 손가락 절단 사건, 11월 부산 병원직원에 대한 흉기 난동 사건, 12월 천안 대학병원 상해 사건, 올해 초 경남 의료기관 방화사건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진료환경의 안전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의료진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은 계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와 정치권은 그동안 진료실과 응급실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들의 안전을 위해 어떤 실효성 있는 노력을 했는가?"라고 물었다.
"의료인 폭력사건을 막겠다고 강구한다는 대책들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 의협은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돌보는 일은 엄연히 공익적 영역이므로 의료인에 대한 안전과 보호를 보장하는 일 역시 온 사회가 나눠야 할 공익적 활동이므로 정부가 책임지고 지원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응급실의 경우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만큼 더욱 철저히 보호해야 할 구역임을 주지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의료인 안전 및 보호 대책을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의료기관 내에서 진료중인 의료인에 대한 폭행 및 상해는 어떠한 이유에서도 허용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밝힌 의협은 "의사가 목숨을 걸고 진료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필수의료는 더욱 더 고사하게 될 것이며, 이는 곧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절벽으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은 "의사 살인미수 사건이라는 믿기 어려운 현실을 인내하면서 계속해서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야만적 폭행·상해로 인한 공포와 공황상태에서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의 헌신에 대해 반드시 응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인 폭행·상해의 심각성을 알리고, 의료기관 내 폭행·상해 등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구체적인 제도 개선과 행동 변화를 실천할 것"을 촉구했다.
의협은 "의사가 위험하면 국민도 위험하다는 당연한 명제를 되새기고, 안전한 진료환경과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고, 즉시 실행할 것을 정부와 정치권에 엄중히 요구한다"면서 "14만 회원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소신진료를 할 수 있도록 정부·정치권과 논의해 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행 방지를 위한 현실적인 법안 마련을 위해 즉각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는 "법원의 경우 일반인이 출입할 때 입구에서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은 법원에서 이뤄지는 재판이 공익적으로 중요하고, 권위가 보호돼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의료기관 응급실도 공익성에 상응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안전을 위한 인력 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응급실 등 필수의료분야에 대해 안전 시스템을 마련해 시범적으로 운영한 후 예산을 수립해 점차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용인에서의 의사 살인미수 사건 가해자는 의사가 어디에 있는지 미리 물어보고 찾아간 점, 흉기를 미리 준비해서 가져간 점, 가격부위가 신체 중 가장 위험한 목부위라는 점, 빗맞기는 했지만 경동맥 옆에 상처가 난 점 등을 고려하면 법원에서 엄정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