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자판기 상용화 길 열렸다…화상투약기 '규제 특례 승인'

약 자판기 상용화 길 열렸다…화상투약기 '규제 특례 승인'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2.06.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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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 규제샌드박스 심의, 화상투약기·재외국민 비대면 서비스 '통과'
화상투약기 도입 계기, 의약분업 폐지 논의 주장도 나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월 20일 제22차 정보통신기술(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총 11건의 규제특례 과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의협신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월 20일 제22차 정보통신기술(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총 11건의 규제특례 과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의협신문

일반의약품 스마트 화상 판매기, 일명 화상투약기(약 자판기)에 대한 규제특례 안건이 통과됐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국내 의료진의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 진료 서비스에 대해서도 '임시 허가' 승인이 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월 20일 제22차 정보통신기술(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총 11건의 규제특례 과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약 자판기는 6번째,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8번째 승인 목록에 포함돼 각각 실증특례과 임시 허가 승인을 받았다.

먼저 화상투약기의 경우, 대한약사회의 오랜 반대 속에서 10년 넘게 시장 진입에 실패해 왔다. 

쓰리알코리아는 지난 2012년 화상투약기를 개발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및 법제처의 '약사법 위반' 판단에 따라 상용화하지 못했다. 약국 이외 장소에서 약사의 의약품 판매를 금지했던 규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쓰리알코리아는 2019년 시행된 규제 샌드박스 특별법에 따라 실증 특례를 신청했고, 이번 승인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과기부는 "이번 규제 특례 승인에 따라, 약국이 운영하지 않는 시간에도 전문약사와 상담을 통해 일반의약품 구매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동 실증특례에 대한 세부적인 조건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의 조건부 실증특례 입장과 유사하다는 이야기가 관계자들을 통해 나오고 있다.

2019년 보건복지부 안에 따르면 3개월 동안 10곳에 한정하고, 이후 협의를 통해 실증운영 장소 확대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또 1년 뒤 최대 1000개의 약국에 설치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이외 화상 복약지도를 실시하면서 판매약사의 성명을 알리도록 하고, 화상 복약지도 내용을 포함한 판매의 전체 과정을 녹화해 판매일로부터 6개월간 보관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대한약사회는 같은 날 심의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화상투약기 도입 저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실증특례 승인 자체를 막지 못했다.

특히 최광훈 대한약사회장은 박인술 쓰리알 코리아 대표와 함께 회의장에 참석, 의견을 개진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최 회장은 회의에서 원격 화상투약기가 기술·서비스의 혁신성이 없고, 동네 약국의 경영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또 기기 오작동·조작 미숙 등으로 안전을 저해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약사회는 앞서 6월 19일에도 약 자판기 도입 논의 중단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의약품 오·투약으로 인한 부작용 증가, 개인 민감정보 유출, 지역약국 시스템 붕괴 유발 등 많은 문제들이 발생 될 것으로 지적한 바 있다.

조건부 딱지가 붙었지만 이번 승인에 따라, 약계의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약사회는 승인 결정 직후 "비대면 진료 대응 약·정 협의를 전면 중단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같은 날 '임시 승인' 결정을 받은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 진료 서비스 (케이더봄)도 주목된다. 

의료법상 의료인은 환자와 비대면으로 상담·조언이 불가능하다. 이번 승인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국내 의료진이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 진료 서비스 제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과기부는 "양질의 국내 의료서비스를 재외국민에게 제공해 의료접근성을 제고한다"며 기대효과를 밝혔다.

특히 최근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이슈가 뜨거운 가운데,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규제 특례를 통해 임시적으로 승인받은 것이어서 향후 범위 확대에도 영향을 끼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의총 "화상투약기 실증 특례 안건 통과 지지…의약분업 개선 논의로 확대해야" 

이날 화상투약기와 관련, 실증 특례 통과를 계기로 의약분업 제도 개선 논의까지 끌고 가야 한다는 한 의사 단체의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국의사총연합 ⓒ의협신문
전국의사총연합 ⓒ의협신문

전국의사총연합은 6월 20일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 회의 시작 직전 보도자료를 통해 "화상투약기 실증 특례 통과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전의총은 2009년 개원의를 중심으로 설립된 단체다. 

전의총은 "비대면 기술은 단지 산업화 측면이 아닌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정교하게 평가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면서도 "화상투약기 실증 특례 안건은 국민의 생명권이라는 최우선의 가치아래 도입·시행할 가치가 있다"고 정리했다.

특히 "기계로 약을 조제하는 것이 사람 손으로 조제하는 것보다 위생적이고 더욱 정확한 조제가 가능한 단계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지적하면서 "병원 밖으로 나가 약국에서 약사에게 수제로 약을 조제 받는 강제 의약분업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국민 편의, 국민건강, 의료 산업화 중 단 하나라도 제대로 도움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더불어 의약분업의 성과로 언급되는 항생제 오남용 방지 효과에 대해서도 항생제 적정성 평가 사업 등 의약분업과 관련 없는 다른 제도의 영향일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전의총은 "여기에 동물 항생제 관리 부실 등으로 항생제 내성률이 효과적으로 관리는 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전문의약품 조제기를 병·의원 내 설치하도록 장려해 위생적이고 정확한 조제가 이뤄지고 더 빠른 원외 약제 서비스가 정착돼야 한다"면서 "전문의약품 투약기까지 보편적으로 도입되도록 의약분업제도 개선까지 논의가 확대되길 기대한다. 이것이 바로 국민 건강을 위한 규제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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