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한림의대 교수 "전문가 참여한 근거중심 방역정책 수립 중요"
보건부 설립·중앙-광역-지역 보건의료협의체 구성 과학방역 전제조건
한국행정학회 국제학술대회 성황…"효율적 정책 추진 협업 방안 논의"
신종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방역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질병관리청장이 방역 사령탑 역할과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예산권과 인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방역대책은 질병관리청장이 주관하는 중앙방역대책본부를 중심으로 처 회의를 진행토록 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정기석 한림의대 교수(강남성심병원 호흡기내과)는 6월 24일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 하계 국제학술대회에서 '과학적 방역 원칙과 정책 혁신' 주제 발제를 통해 전문가가 주도하는 근거 중심의 방역정책을 강조하고,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 혁신 방안을 제안했다.
정기석 교수는 "새 정부는 방역사령탑의 권한과 역할을 확립하고, 전문가 존중 문화·제도를 근간으로 과학적 방역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라면서 "효율적인 과학방역을 위해서는 보건의료협의체 구성과 보건부 설립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과학 방역을 위해서는 전문가를 존중하고, 최고의 팀으로 최상의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조직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정부 내 내부 전문가 검토 의견을 존중하고, 민간 전문가 우대 풍토를 지양해야 한다"면서 충분한 처우·보상과 승진제도 확립, 전문가 영입을 위한 개방직·공모직 제도 확대, 탄력적 근무제(단기·중기·장기) 도입, 교육 지속성 확보를 위한 교육 등 세부 과제를 제시했다.
과학방역 원칙도 밝혔다.
정 교수는 "거버넌스를 확립해 상부의 불개입 의지를 공론화 하고, '통합정보관리원'을 설립해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현장과 본부 간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면서 "빅 데이터 활용을 위해 전문가를 영입하고, 선도적 연구와 방역 관련 자료 생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신과 치료제 연구 개발을 위해서는 범부처 보다 주관 부처를 선정해 책임제로 운용하고, 무엇보다 민관협력 통로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보건의료협의체' 구성도 제안했다.
중앙보건의료협의체는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처·소방청 등의 정부기관과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간호협회·대한약사회 등 보건의료단체가, 광역 및 기초 지자체 보건의료협의체에는 시도-시군구 보건국, 보건과, 보건소, 지역소방청 등과 지역 1, 2, 3차 의료기관·요양병원·요양원·특수의료기관 등을 비롯해 각 지역 의사회·개원의협의회·병원회·간호사회·약사회·보건단체 등이 참여하는 형태다. 보건의료협의체에서 의료인·병실·응급실·중환자실 등의 수급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도록 했다.
보건부 설립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보건과 복지는 학문적으로 독립돼 있고, 별개의 사무"라고 지적한 정 교수는 "보건복지부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정부내 보건분야의 통합 관리를 위해 보건부를 독립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보건의료 분야는 공공보건·민간 및 공공 의료·방역 및 검역·보건의료산업·건강보험·R&D·보건의료인력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어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산업보건·환경보건·학교보건·군장병 보건 등으로 산재돼 있는 보건 분야의 통합 관리를 위해 보건부 독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패널토의에는 문석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중앙의대 교수),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차의과학대 교수), 조병우 건국대 교수, 이석환 국민대 교수, 주상현 전북대 교수, 주효진 한국행정학회 대외협력위원장(가톨릭관동대 교수), 박찬수 질병관리청 기획재정담당관 등이 참여했다.
문석균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은 "감염병 위기 대응을 위해 서는 공익의료기금을 신설하고, 건강증진기금을 활용해 민간의료기관이 중증환자 진료와 감염병 위기 대응 등 공익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감염병 대응을 위해 과잉 상태인 병상을 늘리기 보다는 의료기관 수를 늘리고 병상을 확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문 실장은 "소방청을 국민안전청으로 확대하고, 환자 이송체계를 개편해 행정구역을 넘어 이송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이송체계 개편을 제안했다.
아울러 "지자체가 관할하는 보건소를 중앙정부 소속으로 전환하고, 공공병원 관리주체를 하나의 주무 부처로 일원화 해야 한다"며 보건부 독립과 함께 중앙정부에서 보건소·공공병원을 관리할 수 있도록 조직 체계의 전환을 주문했다.
의협 대변인을 맡아 언론 대응과 대국민 홍보 일선에 활약하고 있는 박수현 차의과학대 교수는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박수현 교수는 "정부의 정책을 설명하고, 민원에 대처하는 것은 진료현장에서 환자와 만나는 의료진"이라면서 "정부가 전체적인 정책 방향과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은 채 갑자기 오늘부터 이렇게 시행하겠다고 통보하면 진료현장에서는 설명·민원·행정 업무에 시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의료 공급자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정책을 국민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정부가 의료계와 적극적인 의사 소통을 통해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고, 현장의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문한 박 교수는 "의료계와 의사소통을 제대로 해야 앞으로 올 감염에 대처할 수 있고, 질병을 관리하면서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석환 교수(국민대)는 과학 방역 및 의료 관련 정보의 통합적 관리 및 활용을 위한 공공기관 설립을, 주상현 교수(전북대)는 데이터를 활용한 민간 연구 활성화와 함께 민관 거버넌스 확대를 제안했다.
주효진 가톨릭관동의대 교수(한국행정학회 대외협력위원장)는 "미래에는 보건의료 분야의 전문성과 복잡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면서 "보건복지부에서 보건과 복지 업무를 분리해 (가칭)보건부 설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건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환경부·교육부 등에 분산돼 있는 보건분야 업무를 통합·조정할 수 있도록 코칭센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지털, 그린, 코로나 대전환의 시대 행정을 고민한다'를 주제로 6월 22∼24일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 하계 공동학술대회 및 국제학술대회는 행정학 분야의 대표학회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KDI국제정책대학원·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사회적가치연구원·한국문화예술위원회·한국행정연구원·경인행정학회·국제문화&예술학회·대한지방자치학회·서울행정학회·한국갈등학회·한국국정관리학회·한국비교정부학회·한국사회안전범죄정보학회·한국산학협력정책학회·한국인사행정학회·한국정책과학학회·한국조직학회·한국지방계약학회 등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총 240여개의 다양한 주제가 선보인 세션에는 학계·정부 부처·공공기관 등에서 3000명이 참여했다.
원숙연 한국행정학회장(이화의대 교수)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국민안전이 최우선인 가치가 되면서 보건의료정책 역시 국민안전을 지속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방향에서 정부정책이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가장 전문성이 있는 정부 부처를 중심으로 다른 관련 부처들과의 역할 분담 및 협업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정책의 효율적 추진체계 구축을 위한 부처 간 협업 방안이 폭넓게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