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외진 숲에서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 거친 숨소리
언제부터인가 양쪽 날개를 저는 새가
이곳 외진 숲으로 간신히 날아왔다
볕같이 빛나던 그의
멍든 부리에서 자꾸 단내가 난다
어쩌다 무색의 공간에 갇힌 몸
빛깔 고운 창공의 비행이 너무 그립다
불현듯 솟구치는 외로움을 어찌하리
살아간다는 것은
그토록 목멘 이별의 연습이었음을
마음 밭에 잔뜩 뿌린 눈물이었음을
세월이 가고 그리움도 가고
눈물도 마르고
미세먼지 지욱한 어느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숨을 몰아쉰다
이제 숲을 떠날 채비를 하나보다
고독한 숲, 슬픔에 잠긴 숲
한 영혼이 떠난 숲
숲은 이미 선한 공기를 공급하지 않는다
▶ 인제대 명예교수(흉부외과)/온천 사랑의요양병원장/<미네르바>(2006) 등단/시집 <때론 너무 낯설다> /수필 <에세이스트>/수필집 <제1수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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